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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건설 21년 방황 종지부 찍나

  • 2021.12.09(목) 16:25

2000년 그룹사에서 독립 후 21년간 '주인찾기'
금호 토해내고 호반 포기하고…중흥, 3번째 도전

대우건설이 M&A(인수합병) 시장에서의 긴 방황을 끝내고 중흥그룹 품에 안겼다.

대우그룹 해체 후 독립법인으로 출범한 뒤 지난 21년 동안 '산업은행 체제-금호그룹-산업은행 체제'를 되풀이한 끝에 중흥그룹을 새 주인으로 맞게 됐다. 지난 2011년 금호그룹을 떠난 이후 10년 만에 사실상 두번째 주인을 맞는 셈이다.

중흥그룹은 9일 KDB인베스트먼트와 대우건설 지분 50.75% 인수를 위한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국내 중견 건설사인 중흥토건과 중흥건설을 보유한 중흥그룹은 이번 인수를 시작으로 대형 건설사로 발돋움한다는 포부다.

금호 '승자의 저주'…3년만에 다시 토해내

대우건설은 2000년 3월 ㈜대우에서 독립해 별도 법인을 세웠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에 치명타를 입고 혈혈단신으로 빠져나왔고, 3년간 뼈를 깎는 노력을 통해 워크아웃을 졸업했다. 그룹사 건설부문 시절부터 인정받았던 실력을 발판 삼아 성장을 거듭했고, 2006년에는 업계 1위였던 삼성물산을 밀어내고 시공능력평가에서 1위를 차지했다.

기업가치도 상승하며 같은 해 11월 산업은행은 대우건설을 금호아시아나그룹에 매각했다. 금호그룹은 대우건설 지분 72.19%를 6조6000억원이라는 막대한 자금을 들여 샀다. 당시 금호산업은 시공능력평가액 1조5800억원으로 시공능력평가순위 10위에 불과했다.

반면 대우건설은 재계 2위까지 올랐던 대우의 계열사라는 자부심이 여전히 컸고, 대우건설 역시 시평 1위(평가액 6조7300억원)를 달성한 상황이어서 내부적으론 자존심에 상처를 입기도 했다. 

막대한 인수금액에 승자의 저주 우려도 컸다. 결국 금호그룹은 2009년 6월, 인수 후 3년 만에 대우건설 재매각을 발표했다. 재무적투자자(FI)로부터 3조5000억원을 투자받아 대우건설을 무리하게 인수한 게 화근이었다.

2008년 불어닥친 글로벌 금융위기는 그룹 전체를 위태롭게 했고, 금호그룹은 대우건설 매각 절차에 들어갔지만 마땅한 인수자를 찾지 못했다. 결국 2011년 산은이 3조2000억원을 들여 대우건설을 다시 매입했다.

스쳐간 호반, 의지의 중흥

산은은 2017년 10월 대우건설의 실적이 충분히 개선됐다고 판단, 재매각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호반건설과 미국, 중국의 해외법인 3곳 등 총 4곳이 예비입찰에 참여했다. 다음 해 1월 본입찰에는 호반건설이 홀로 입찰제안서를 제출했고, 산은은 호반건설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대우건설 내부는 물론이고 시장에서도 중견건설사인 호반의 대우건설 인수에 대해 우려섞인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하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매각 작업은 순탄할 것으로 기대했는데 대우건설 해외사업장에서 3000억원대 손실이 불거졌다. 2018년 2월 호반은 끝내 인수를 포기했다.

그로부터 3년 만인 지난 6월 산은은 대우건설 매각을 재추진했다. 입찰 과정에서 중흥그룹과 경쟁사(스카이레이크·DS네트웍스 컨소시엄)와의 입찰가격 차이가 크게 벌어지면서 이례적으로 두차례 입찰이 이뤄지기도 했다. 중흥은 수정제안을 통해 최종 2조1000억원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본입찰 가격도 크게 차이나지 않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산업은행의 매각의지는 물론이고 정창선 중흥그룹 회장의 인수 의지가 맞아떨어지면서 이날 본계약 체결에 이르렀다. 이로써 대우건설이 21년간의 방황을 끝마치고 중흥그룹에 무사히 안착할 수 있을지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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