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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TX 늘리고 그린벨트 풀고…집값 더 자극할라

  • 2022.01.11(화) 06:30

윤석열 GTX 신설 공약…수도권 또 들썩 우려
이재명 반대했던 그린벨트 해제 언급도

"(GTX 확대를 통해) 수도권 전지역에서 서울 도심까지 30분 내 출퇴근이 가능토록 하겠다."(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일부 그린벨트 훼손을 통한 택지 공급도 유연하게 고민해야 한다."(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선거를 앞두고 부동산 개발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수도권 철도를 늘리거나 그린벨트를 푸는 등의 방식으로 신규 택지를 확보하겠다는 등의 공약이다.

두 후보 모두 이 공약들이 부동산 시장을 안정화하는 방안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되레 집값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주택 공급 확대 등의 취지는 좋지만 선거가 다가올수록 설익은 공약을 쏟아내면서 시장의 혼란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윤석열·이재명, GTX 확대 한목소리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지난 7일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노선을 3개 더 늘리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기존 노선 중 A, C 노선은 연장하고, 여기에 더해 D, E, F 등을 신설하겠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앞서 2027년 완공을 목표로 지난 2019년에 1기 GTX A~C 3개 노선을 일부 착공한 바 있다. 윤 후보는 이에 대해 "기존 계획은 3개 노선으로 수혜 범위가 제한적"이라며 "수도권은 여전히 교통 사각지대가 남고, 3기 신도시 등은 심각한 교통 혼잡이 우려된다"며 GTX 확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GTX 노선 확대는 앞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역시 공약한 정책이다. 그는 당의 예비 대선 주자였던 지난해 10월 GTX-C 노선을 경기 평택과 시흥까지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 역시 "수도권 교통난 해소는 더 미룰 수 없는 최대 현안"이라며 이같이 약속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수도권 광역 교통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윤석열 대선후보 홈페이지.

GTX 확대는 서울에 집중된 수요를 교통을 통해 수도권으로 분산한다는 점에서 부동산 시장 안정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각 정차역을 중심으로 주택 공급이 이뤄질 경우 서울에서의 '공급난'을 어느 정도 완화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윤 후보도 "역세권에 신규 주택이 공급되고, 접근성이 좋으면 도심에서 떨어진 집을 선택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집값 안정에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주택 공급" 외치지만 투기수요 자극 우려도

전문가들은 GTX 확대가 중장기적으로 부동산 시장을 안정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에는 동의한다. 다만 단기적으로는 개발 호재로 여겨져 투기 수요를 자극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되레 수도권 지역들의 집값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지난해에도 'GTX 호재'의 영향으로 경기 의왕과 고양 덕양, 인천 등의 집값이 30% 이상 급등한 바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이 지역들을 중심으로 상승세가 급격히 줄어든 데다 하락 거래가 늘어나는 등 집값이 불안정하다. ▶관련기사: GTX 호재 의왕·인천 등 억 단위 '뚝뚝'…하락세 이어질까(1월 5일)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GTX 개발을 통해 주택 공급을 확대하면 부동산 심리에 안정을 줄 수는 있다"면서 "다만 GTX는 10년은 걸리는 사업이라는 점에서 당장 입주 물량이 늘어나는 건 아니기 때문에 해당 지역 개발 기대감으로 집값을 자극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대선 후보들은 GTX 노선 확대뿐만 아니라 그린벨트 해제 등을 통한 신규 택지 확보와 1기 신도시 재정비 등 '부동산 개발' 공약을 줄줄이 쏟아내고 있다. 이런 정책들 역시 장기적으로는 주택 공급을 확대하는 방안이긴 하지만 단기적으로는 부작용이 크다는 지적이 많다.

이 후보의 경우 지난해 말 한 토론회에서 "시장이 강력한 (공급) 요구를 하기 때문에 추가 여지가 있다면 일부 그린벨트 훼손을 통한 택지 공급도 유연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애초 이 후보는 지난 2020년 경기도지사 시절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주택 공급에 강한 반대 의사를 내비친 바 있다. 그는 당시 정부가 그린벨트 일부 해제를 검토한다고 알려지자 "주변 시세보다 낮은 분양가 탓에 '로또'가 될 가능성이 커 전국에 부동산 광풍을 불러올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하지만 대선 후보가 된 이후 입장을 바꾼 셈이다.

윤 후보 역시 1기 신도시 재정비와 도심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 등 단기적으로 투기 수요를 자극할 수 있는 공약을 내세우고 있다는 평가다.

시장에서는 이처럼 주요 대선 후보들이 선거를 코앞에 두고 설익은 공약들을 쏟아내고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장기적인 로드맵에 따라 정책을 구상했다기보다는 수도권 표심을 잡기 위한 공약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경영과 교수)은 "GTX 등을 통해서 주택 공급을 확대한다는 전략 자체는 좋지만, 경제적 타당성을 검토하고 수요와 공급을 예측한 정제된 전략을 내놔야 한다"며 "지금은 표심을 의식한 정책들만 난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고종완 원장 역시 "가뜩이나 최근 진정 국면에 들어간 집값을 자극할 우려가 있다"며 "단기적으로 해당 지역의 집값을 불안하게 할 수 있는 공약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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