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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 강조했는데'…원희룡의 LH혁신 딜레마

  • 2022.06.08(수) 08:20

공급 강조한 새 정부…LH 조직·인력 개편 재검토
"졸속 혁신안 안 돼"언급했지만 자칫 혁신 후퇴?

지난해 3월 한국토지주택공사(LH) 땅 투기 사태가 터진 뒤 문재인 정권에서 내놨던 '해체 수준의 혁신안'이 사실상 원점 재검토된다. 새 정부가 조직개편과 인력 감축 등의 방안에 대해 새 개선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으면서다.

결국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정부가 다급하게 내놨던 '혁신안'은 여론이 잦아들고 정권교체까지 되면서 사실상 없던 일이 되는 분위기다. 특히 새 정부가 임기 내 250만 가구 공급을 예고한 만큼 LH 조직과 기능을 축소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지난달 26일 대전연수원에서 개최한 '2022년 부서장 워크숍'. /사진=LH 제공.

원희룡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워" 신중론

LH는 지난해 정부가 내놨던 'LH 혁신 방안' 발표 1주년을 맞아 강력한 혁신과 차질 없는 국정과제 수행을 지속하겠다고 지난 6일 밝혔다. 이를 위해 지난달 26일 김현준 LH 사장을 비롯해 130여 명의 간부가 함께 워크숍을 열었다는 설명이다.

LH 사태는 지난해 3월 LH 직원들이 내부 정보를 이용해 3기 신도시 땅을 미리 사들였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촉발됐다. 이 사태가 터졌을 당시는 4월 서울시장 보궐 선거를 앞두고 있던 때였다. 이에 따라 여론 악화를 의식한 정부가 졸속 개혁안을 내놨다는 비판이 있었다.

실제 국토부는 지난해 6월 'LH 혁신방안'을 통해 LH의 주거복지를 모회사로 두고 토지와 주택 부문을 자회사로 두는 수직 분리안을 추진하려 했다. 하지만 이 방안은 국회에서 여야 모두 반대하면서 흐지부지됐다. 두 사업을 분리할 경우 임대주택 등 주거복지 사업이 부실화할 수 있다는 지적에서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 역시 '신중론'을 내놓은 바 있다. 그는 지난 5월 초 장관 인사청문회에서 "LH의 부동산 투기를 막기 위해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어 "LH를 단순히 총리의 지침에 따라 짧은 기간 검토로 상하 분리 식으로 가는 것은 섣부르다"며 "깊이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조직·인력 개선안 다시 마련"…"용두사미" 비판도

이에 따라 결국 LH 조직 개편안이나 인력 구조조정 등의 방안은 원점에서 재검토될 전망이다. 국토부는 최근 LH 혁신방안 발표 1년을 앞두고 회의를 열어 향후 계획을 발표했다. ▶관련 기사: 미완의 LH 혁신…새 정부서 개선안 마련한다(6월 3일)

LH의 조직·기능·인력 등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 방안을 전문 용역 등을 통해 연내 마련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신규 출연이나 출자 사업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등 불필요한 조직 규모·기능 확대는 막겠다는 입장이지만, 기존의 조직 분리·축소안은 다시 검토해 내놓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앞서 LH는 지난 2020년 9683명이었던 임직원 정원 수를 올해 1분기 말 기준 8991명까지 줄인 바 있다. 애초 계획은 1차 슬림화를 통해 1000명가량을 줄이고, 이후 추가 감축을 통해 단계적으로 2000명까지 인력을 줄이는 방안이었다.

새 정부가 임기 내 250만 가구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으면서 이런 방안 역시 재검토될 것으로 전망된다. 250만 가구 가운데 공공택지 개발로 공급되는 주택이 142만 가구로 절반 이상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LH 인력을 줄이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거라는 지적이다.

국토부는 이와 관련 "국정과제인 250만 가구 공급에서 LH 역할도 일정 부분 있는 만큼, 혁신 과정에서도 LH가 본연의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자칫 새 정부가 LH 혁신에서 손을 뗀다는 인식을 줄 경우 여론의 비판도 거셀 수 있다. 향후 새 개선안을 내놓기까지 원 장관의 고민도 깊을 것으로 전망된다. 원 장관 역시 이를 의식한 듯 "강도 높은 개혁을 지시했다"며 혁신 추진의 의지를 재차 강조하기도 했다.

참여연대도 논평을 통해 "LH가 본연의 주거 복지 기능을 뒤로 한채 공급 실적 쌓기에 매몰돼 LH 사태에까지 이르게 된 근본적인 문제의 해결 없이 토지와 주택 공급에 집중한다는 점에서 LH 혁신이 용두사미로 끝나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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