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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풀어준다며]④GTX '속도전' 밀어붙이다 더 꼬일라

  • 2022.09.13(화) 06:30

정부 GTX 추진단 발족…내년 예산 확대 편성
대통령 '속도전' 주문에도…B노선 유찰 등 '삐끗'
"시간 쫓기면 협상 불리해져…세금만 쏟을 수도"

GTX 등 교통망 확충을 통해 출퇴근 불편을 해소해달라. GTX-A 개통 일자는 최대한 앞당겨달라. -윤석열 대통령, 7월 18일 국토교통부 업무보고

윤석열 정부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사업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를 지속해 내비치고 있다. 윤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부터 신규 노선을 만들겠다는 공약을 내걸었고, 정부 출범 뒤에는 기존 노선의 조기 개통을 강조하는 등 정책 추진에 속도를 붙이려는 모습이다.

하지만 이런 정부의 의지에도 불구하고 기존 노선조차 목표대로 사업을 진행하기가 쉽지 않을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정부가 사업에 속도를 내려다가 민간 업체와의 협상력 저하나 안전사고 우려 등 되레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동탄역 GTX 공사 현장에 방문해 지역 주민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국토교통부 제공.

윤석열 대통령 "GTX 사업 조속히 추진하라"

국토교통부는 최근 발표한 내년도 예산에서 GTX 사업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내비쳤다. 예산안에 따르면 GTX 사업 예산은 올해 6512억원에서 내년에 6730억원으로 늘어난다. 전체 SOC(사회기반시설) 예산을 올해 24조 3700억원 가량에서 내년 22조 5200억원으로 10%가량 감액한 것과는 대비되는 편성이다.

이뿐만 아니라 국토부는 지난 7월 말에는 GTX 조기 추진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며 'GTX 추진단'을 발족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이 "GTX 사업을 조속히 추진하라"고 지시한 데 따른 후속 조치라는 설명이다. 추진단은 국토부 철도국장이 단장을 맡아 기존 GTX A·B·C 사업을 추진하는 '사업팀'과 기존 노선 연장과 D·E·F 등 신설 노선을 전담하는 '기획팀'으로 구성했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특히 A노선의 경우 2024년 개통하고, B노선과 C노선의 경우 2024년과 2023년에 각각 공사를 시작하겠다는 구체적인 청사진도 내놨다. 목표로 하는 개통 시점은 B노선 2030년, C노선 2028년이다.

지난 6월에는 GTX 확충 통합기획 연구 용역에 돌입, 내년 6월쯤 이를 바탕으로 신규 노선 등의 구체적인 추진 방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B노선 사업 유찰…A노선 공정률 30%대 그쳐

정부가 이처럼 의욕적으로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여전히 기존 노선 조기 개통은 물론 신규 노선 추진도 쉽지 않을 거라는 회의적인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특히 최근 일부 사업 진행이 차질을 빚는 모습을 보이면서 이런 전망에 힘이 실린다.

우선 GTX-B 사업의 경우 최근 일부 사업 구간의 사업자 선정에 차질을 빚으면서 우려의 시선을 받았다. B노선 재정구간(서울 용산~상봉) 4개 공구 중 3곳이 유찰됐다. GTX와 같은 대규모 철도 공사를 수행할 만한 국내 건설사가 많지 않은 데다가 정부가 공사비를 빠듯하게 책정해 민간 기업 입장에서는 수익성이 떨어지는 등의 이유로 3곳 모두 단독 응찰에 그쳤다.

민간 업체가 설계와 시공을 맡고 정부가 향후 운영을 담당하는 방식의 '재정구간'은 국가계약법상 2개 이상 사업자가 응찰해야 입찰이 성립한다.

정부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자 부랴부랴 보도자료를 내고 "재공고 등 후속 절차를 신속히 진행해 2030년 개통에 차질이 없도록 추진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입찰 재공고를 한 뒤 또 유찰되면 경쟁 요건이 필요 없는 '수의계약' 등을 추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토부에 따르면 재공고 후에도 유찰할 경우 수의계약이 가능하다.

A노선의 경우 지난 2019년 6월 착공한 바 있다. 첫 삽을 뜬 지 3년이 지났지만 현재 공정률은 30% 중후반대로 절반에도 훨씬 못 미치고 있다. 남은 공사를 1년여 만에 마치고 2024년에 개통하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윤 대통령이 속도전을 강조하면서 국토부는 A노선 조기 개통을 위해 내년 예산을 확충하는 등 힘을 싣고 있지만, 공정률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리기는 쉽지 않다.

한 건설업체 관계자는 "지상 위의 공사라면 모를까, GTX는 지하 터널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장비와 인력을 쏟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무리하게 서두를 경우 자칫 안전사고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국토부 관계자는 "착공 시작 연도에는 보상과 관계기관 협의 등으로 시간이 오래 걸린 면이 있다"며 "협의 끝나고 나면 시설 설치 등에는 속도가 붙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C노선에서는 창동~도봉산역 구간에서의 지역 주민과의 갈등이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이 구간은 애초 지하로 계획했지만, 사업 진행 과정에서 지상으로 변경하면서 주민들의 반발을 샀다. 이를 해결하는 것 역시 만만치 않을 거라는 전망이다.

어명소(맨 왼쪽) 국토교통부 제2차관이 GTX-A노선 연신내역과 서울역 사이 지하 40m의 터널 건설현장을 방문하고 있다. /사진=국토교통부 제공.

곳곳서 "GTX 역 연장·신설"…지역 갈등 우려도

여기에 더해 윤 대통령이 약속한 D~F 신설 노선의 경우 관련 지자체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향후 지역 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 경기도와 강원도 등 일부 지자체들은 기존 노선 연장과 신설 노선 확대 등을 공론화하기 위해 토론회를 열거나 전담팀을 만드는 등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정부가 사업 속도를 강조하면서 자칫 민간 업체들과의 협상력이 저하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GTX가 조속히 만들어지면 국민들의 편익이 높아지는 장점이 있지만, 무리하게 역을 확대하거나 민간 업체들에 유리한 계약이 체결될 경우 자칫 세금 먹는 하마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협상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는 이유는 정부가 마음이 급하기 때문"이라며 "정부가 시간에 쫓겨 협상을 하게 되면 아무래도 민간 사업자가 유리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민간의 수익률이 높아지면 정부 보조금은 올라가고, 결국 시민들의 세금이 더 들어가게 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교수)는 "GTX는 수도권의 지역균형 발전 측면에서 꼭 필요한 사업"이라며 "다만 무리해서 서두르게 되면 예산 낭비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시간이 걸리더라도 예비타당성 조사 등을 철저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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