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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또 '부동산 PF 위기론', 뇌관 언제 꺼질까?

  • 2023.03.24(금) 06:30

미국·유럽 은행권 위기에…국내 부동산 PF 리스크 촉각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수년간 '우려' 끝에 줄도산 사태
정부·정치권 대책 속도…"건설사 등 자구 노력 필수"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로 불거진 미국과 유럽 은행권 위기로 국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었습니다.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로 우려를 샀다가 잠잠해지나 싶었지만 '뇌관'은 아직 꺼지지 않았습니다.

주택시장 침체로 미분양 주택이 빠르게 늘어나자 정부와 정치권에선 부동산 PF 리스크를 막기 위한 방안을 쏟아내고 있는데요. 하지만 서울과 수도권에서는 청약 시장에 훈풍이 돌고 집값 바닥론이 등장하는 등 혼란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죠.

전문가들은 부동산 시장의 흐름을 긴 시각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당장은 건설사들이나 금융사들이 잘 버틸 수 있을 것처럼 보이지만 국내외 경기 침체가 길게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인데요.

자칫 10여 년 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벌어진 일들이 반복될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못할 경우 장기 침체는 물론 거시 경제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겁니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정부 적극 개입으로 급한 불 껐지만

최근 부동산 업계 안팎에서는 부동산PF 리스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다시 커지고 있습니다. 정부와 정치권에서는 줄줄이 지원책을 내놓고 있고요. 신용평가사들과 증권사들의 경우 PF 시장 부실화 우려를 진단하는 보고서를 쏟아내기도 했습니다.

이는 특히 최근 미국 SVB 파산과 스위스의 크레디트스위스(CS) 부실 사태 등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이 커지는 영향인데요. 혹여 국내로 불똥이 튀지 않을까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입니다. 특히 부동산PF는 국내 경제의 뇌관으로 여겨지는 만큼 다시금 주목받은 겁니다.

다만 이번 사태가 당장 국내 경제에 큰 타격을 주지는 않을 거라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는데요. 우선 스위스 최대 금융기관인 USB가 CS를 인수하기로 하는 등 정부가 조기에 적극 개입하면서 금융시스템 전체를 흔들 거라는 우려는 사그라드는 모양새입니다.

국내에서도 정부가 앞서 50조원 규모의 시장 안정 프로그램을 통해 증권사와 건설사를 지원하고 있고요. 여기에 더해 이달 초에는 정책금융기관을 통해 총 28조 4000억원을 공급하고 내달 중 'PF 대주단 협약'을 가동하기로 하는 등의 조처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런 정책들로 당장의 충격은 완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이경자 삼성증권 연구원은 "적극적인 정부 지원책이 효과를 발휘해 극단적인 자금 경색은 완화됐다"며 "올해는 유동성 리스크가 완화한 만큼 PF리스크는 잔존하더라도 그 충격은 감내 가능할 전망"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전국 미분양주택 추이 및 이슈. /그래픽=비즈워치.

"부동산PF 불씨 여전…장기간 예의주시해야"

다만 그렇다고 해서 부동산PF 리스크의 뇌관이 완전히 꺼졌다고 속단하기는 이릅니다. 업계에서는 최근의 흐름을 지난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비교하는 목소리가 많은데요. 특히 부동산 시장의 경우 주식 시장 등에 비해 움직임이 다소 느리고 장기간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실제 10여 년 전 터졌던 건설사들의 줄도산과 저축은행 영업정지 사태도 단순히 리먼브러더스 사태로 인해 순식간에 터진 거로 볼 수는 없습니다.

이미 2000년대 후반 이후 미분양 주택이 늘어나며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고요. 당시 부동산 활황에 기대 PF 대출을 공격적으로 늘렸던 저축은행에 대해 금융당국이 경고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습니다.

다만 당시 저축은행 업계는 물론 금융당국도 섣부른 위기론을 경계하며 아직은 버틸 수 있다고 강조했는데요. 하지만 주택 시장 침체가 지속하면서 2~3년 뒤 건설사들이 줄줄이 도산하기 시작했고 결국 저축은행 영업정지 사태로까지 이어졌습니다. 오랜 기간 우려를 샀던 뇌관이 터졌던 겁니다.

전문가들은 이런 경험을 교훈 삼아 당분간 국내 부동산PF 시장의 리스크를 지속해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또 정부는 물론 건설사들의 자구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최근 우려를 샀던 글로벌 은행권 위기가 안정되면서 급한 불은 껐다고 하지만 우리나라 부동산 PF의 리스크가 사라진 건 아니다"라며 "건설 업계의 경우 미분양이 늘어난 뒤 미계약, 미입주, 준공 후 미분양 등이 순차적으로 증가하게 되면 침체가 장기화할 수 있는 만큼 정부와 당국이 지속해 촉각을 곤두세울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권신애 나이스신용평가 금융평가본부 책임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SVB 사태가 주택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짚었는데요. 그는 "SVB 사태가 미국 은행 시스템 리스크로 확산될 가능성은 매우 낮은 것으로 파악된다"면서도 "만약 글로벌 금융시스템 불안으로 전이될 경우, 경제 전반의 불확실성을 높이면서 주택 시장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이어 "정부에서 주택 거래 절벽 및 가격 급락을 방지하기 위해 규제 완화 방안을 계속 발표하고 있다는 점 등은 미분양 물량 증가세를 완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또 이해관계자들의 합의를 통해 높아진 금리 수준을 반영해 분양가를 합리적인 수준으로 조정하는 등 미분양 물량을 적절한 수준으로 통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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