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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익'으로 부푼 부동산PF, '고위험' 나눠야 산다"

  • 2024.04.03(수) 08:18

건설산업연구원, 부동산금융 시장 안정 세미나
'불패신화 속 GDP 대비 부동산금융 비율 73%
금융권 부동산PF 익스포저 204조…10여년새 2배

최근 건설업계 뇌관으로 지목되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의 성장 배경에는 '지속적인 부동산 가격 상승'이 있다. 은행, 증권사 등 제도권 금융사가 높은 수익을 기대하며 사업에 뛰어든 이유다. '부동산 불패' 신화가 PF 규모를 200조원 넘게 부풀린 것이다.

그러나 '고수익'의 대전제인 가격 상승 기조가 깨졌다. 그리고 '고위험'은 오로지 건설사의 몫이 됐다. 건설업계에선 부동산PF 구조 재편을 통해 사업 참여자들에 리스크를 분산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공급 확대를 강조하는 국토교통부와 리스크 관리를 주문하는 금융당국 간 엇박자도 문제로 지적됐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건설사 PF '독박'구조…리스크 분담해야

김정주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2일 서울 강남구 건설회관에서 열린 '주택공급 활성화와 부동산금융 시장 안정을 위한 정책 세미나'에서 외환위기 이후 국내 부동산시장에서 '금융화' 현상이 빠르게 진행됐다고 진단했다. 

건산연에 따르면 주택담보대출과 부동산펀드, 리츠, 부동산신탁 규모가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5년 34%에서 2022년 73%로 급격히 커졌다. 높은 투자수익률이 배경이다. 공급물량이 부족한 부동산이 가격상승을 지속하면서 투자수요가 뒷받침됐다는 게 김 연구위원의 분석이다. 

부동산 개발사업에서 이뤄지는 PF는 본질적으로 고위험-고수익의 특징을 가진 모험금융의 일종이다. 하지만 금융권은 쉽게 뛰어들 수 있었다. 건산연은 작년말 기준 금융권의 국내 부동산PF 노출액(익스포저)을 약 204조원으로 추산했다. 2010년과 비교하면 2배 규모로 확대됐다.

김 연구위원은 "부동산PF가 안정적이려면 '사업 추진여건의 안정성'과 '사업 참여자 간 합리적 위험 배분'이 필수적"이라며 "하지만 국내 부동산PF는 이러한 조건 충족 없이 '지속적인 부동산가격 상승'이 이뤄질 때만 안정적 회수가 가능한 구조로 고착화됐다"고 지적했다.

외형적으로는 준공 이후 본PF를 상환하는 단계에서 한국주택금융공사(HF),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PF 보증을 선다. 하지만 그 이면엔 책임준공을 맡은 건설사가 사실상 리스크를 독차지한다는 게 김 연구위원의 주장이다. ▷관련기사: "이 공사, 건설사가 책임집니다. 근데 지금은 좀…"(3월31일)

그는 "과도한 책임준공과 채무인수 등 건설사에 위험을 집중시키는 대출약정 내용에 대한 사전규제와 사후통제가 필요하다"며 "당장은 미분양이 심각한 지역을 중심으로 미분양 해소와 수요진작책을 마련하는 정책적 노력도 절실하다"고 말했다.

2일 오후 서울 강남구 건설회관에서 '주택공급 활성화와 부동산금융 시장 안정을 위한 정책 세미나'가 개최됐다. /사진=김진수 기자

"초기부터 빚에 기댄 사업구조 벗어나야"

부동산PF 구조를 바꿔야한다는 주장은 토론으로 이어졌다. 빚으로 사업 초기에 토지를 확보할 수 있는 현재의 사업구조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무송 대한건설협회 박사는 "국내 부동산PF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시공사가 모든 사업 리스크를 부담하고 있다"며 "역량 있는 시행사가 무한 책임을 지거나 자본금을 베이스로 사업비를 조달하는 사업구조를 정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중한 법무법인 세종 수석전문위원은 "개발사업에서 가장 위험한 토지확보와 인허가 단계에 제도권 금융기관이 투자한다는 건 위기 상황이 왔을 때 금융시스템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라며 "건설공제조합이 개발시장에 유동성 공급 역할을 담당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오지윤 명지대 교수는 "금리가 정상화돼 주택수요가 살아난다 해도 PF 리스크가 가계부채 문제로 이어져 정책당국이 곤혹스러워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헌정 국토부 주택정책관은 "위기가 10년 주기로 반복되는 만큼 부동산시장의 체질개선과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정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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