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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레임덕…尹 정부 부동산정책 '시계제로'

  • 2024.12.05(목) 08:46

재건축, 3기 신도시, GB택지 등 추진 동력 떨어져
탄핵정국 돌입 시…시급 현안 법안처리 뒷전 우려
정치불안→경기침체→부동산 불황 시나리오도

지난 3일 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후폭풍이 가시지 않고 있다. 계엄령은 6시간 만에 해제됐지만, 정부 부처 대부분이 금융시장 충격 완화 등 뒷수습에 나서면서 본 업무는 비정상 상태다.

윤석열 정부 국토교통정책을 지휘해온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도 비상태세다. 계엄령 직후인 3일 밤 11시 정부부처 중 가장 먼저 긴급 간부회의를 소집했고 이튿날 계엄령 해제 관련 국무회의, 경제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한 뒤 재차 간부회의를 열어 도로·철도·항공·건설현장 상황을 점검했다.

이날 박 장관 참석이 예정됐던 공공주택 공급 실적 및 공급계획 점검회의나 인천남동산업단지 민관합동 문화융합 협의체 발족식 등의 일정은 취소됐다. 계엄 사태에서 온 정치 불안이 국토교통 정책 차질로 이어진 단면이다. 불안이 지속되면 윤 정부의 부동산 시장 정책도 추진동력을 잃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저녁 비상계엄을 선포했다./자료=KTV 방송화면 캡쳐

'1기 신도시' 등 부동산 정책…제 속도 낼까

'1기 신도시 재건축' 등 윤 대통령이 주요 공약으로 내세우며 추진해 온 정책들이 제 속도를 낼 수 있을지부터 의문이 제기된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부동산 시장은 덩치가 큰 만큼 주식·채권 등 금융시장 대비 단기적 충격이 덜할 것으로 5일 전망했다. 다만 주요 공약으로 추진해온 정책들의 추진동력이 약화할 수 있음을 우려했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정치 상황이 안정된다고 해도 정책 실효성과 신뢰성이 담보되지 않으면 추진이 쉽지 않다"면서 "1기 신도시 재건축은 특별법 제정으로 사업 추진은 되겠지만 행정부처에서 얼마나 의지를 갖고 관리하느냐에 따라 정책 실현 성패가 좌우될 것"이라고 말했다. 

1기 신도시(분당·일산·평촌·중동·산본) 재건축을 위해 정부는 지난달 27일 선도지구를 선정하며 사업본격화에 나섰다. 당장 치솟은 공사비와 추가 분담금 등 난제가 산적해 '2030년 입주' 목표 달성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갖은 당근과 채찍질을 동원해도 될까 말까 한 판이었는데 사업 동력마저 꺼질까 우려되는 상황이다.

한문도 서울디지털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1기 시도시 재건축은 선거 공약으로 사업을 끌어온 부분이 있는데 떠들썩한 것과 달리 현재 거래가 거의 없는 상황"이라며 "여기에 계엄 사태가 더해져 정책 추진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계엄 사태는) 시장 심리를 얼어붙게 해 부동산 정책 추진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면서 "대통령 공약으로 추진해 온 부동산 정책들은 전반적으로 추진력이 약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집값 잡겠다던 '공급대책' 추진은?

집값 안정화를 위해 수도권 공급대책으로 내놓은 '3기 신도시'와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 택지 공급 또한 제 속도를 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약 24만 가구 공급을 목표로 하는 3기 신도시는 당초 계획했던 2023~2024년 착공, 2026~2027년 입주라는 목표에서 이미 크게 벗어났다. 토지보상, 인허가 절차 지연 등으로 속도가 더딘 데다, 금리 인상, 공사비 급등 영향으로 건설사들이 사업추진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아서다.

최근 2029년까지 24만가구를 공급하겠다고 공헌했지만, 올해 착공 물량은 1만1000여 가구로 전체 물량의 채 10%도 되지 않는다. 현재 착공 물량으로 2027년 입주를 시작한다고 해도 수도권 집값을 내리기엔 역부족이라는 얘기다. 내년부터 공급절벽 이야기가 나오는 상황에서 집값 불안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서진형 교수는 "정부가 대대적인 공급정책을 수립했지만 현실적으로 달성이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며 "목표를 높게 가져가는 것은 국민에게 공급에 대한 긍정적 신호를 줄 수 있지만, 현재로서는 시장 수요에 맞는 공급량 충족은 쉽지 않아 보인다"고 진단했다. 

서울을 비롯한 경기도 내 그린벨트를 풀어 5만여 가구를 공급하겠다는 신규택지 정책 역시 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 정부는 8·8 주택공급 활성화 후속대책으로 △서울 서리풀 △경기 고양대곡 △의왕 오전왕곡 △의정부 용현을 신규택지 후보로 공개했다. 서울에만 2만가구를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2029년 분양, 2031년 첫 입주가 목표다. 

하지만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주택공급은 녹록지 않다. 전문가들은 "환경단체를 비롯해 문화재 등 토지보상 문제가 길어질 수 있다"면서 "LH(한국토지주택공사) 등 집행주체인 산하기관이 인사 변동 등에 눈치보기를 하며 일을 미루면 예상이나 목표보다도 수년에서 10년까지 더 걸릴 수 있다. 토지 소유주들과의 협상도 어려워질 공산이 크다"고 봤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교수는 "정국이 어떻게 변하더라도 시장 경제 계획을 세우고 공급을 늘리는 대책은 변함없이 이뤄져야 한다"면서 "국민 생활과 직결된 만큼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위해서는 정책 지속성을 이어갈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처리할 법안 한가득인데…

한편 전세사기 문제 등 시급한 민생현안을 비롯해 주요 정책 추진을 위한 법안 처리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비상계엄 후폭풍으로 국회가 탄핵 정국으로 빠르게 전환되면서 주요 법안 처리가 뒷전으로 밀려날 가능성이 커서다. 

국토부는 현재 재건축·재개발 속도를 높여 공급을 확대하기 위한 '재건축·재개발 촉진법 제정안'을 비롯해 '도시정비법 개정안', '지방세제 특례제한법 개정안', '소규모정비법 개정안' 등을 발의한 상태다. 공급대책이 제대로 이행되기 위해서는 법안 처리가 필수적인 상황이다. 

서 교수는 "행정기관들이 나서 차질 없이 정책이 추진되도록 요소들을 잘 점검해야 할 때"라며 "국민 생활 안정과 정책 신뢰성 확보를 위해서는 발표한 일정대로 정책이 진행되도록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일각에선 장기적인 부동산 시장 침체 가능성도 제기됐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주식, 채권과 달리 부동산은 거래에 시간이 걸리고 계약금, 중도금 등 기간이 있어 정국 불안이 오래가지 않는 한 정책 자체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문제는 해외 신인도가 떨어지고 이러한 영향이 경기 침체로 이어질 경우 장기적으로 부동산을 비롯해 전반적인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면서 "자금 유동성이 낮은 부동산보다 현금 유동성 확보에 더 몰릴 가능성이 있어 장기적인 부동산 시장 침체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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