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첫 주,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1년 7개월 만에 떨어졌어요. 학군지나 주거 여건이 양호한 곳에서 일부 상승거래가 이뤄지긴 했지만, 입주 물량 영향이 큰 지역이나 구축 가격은 내렸어요. 최근 전세자금대출 금리가 상승세를 보이는 가운데 '보증비율 인하' 이슈가 더해져 전셋값을 더 끌어내릴 것으로 보여요.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2주째 제자리걸음을 보이고 있어요. 대출 규제와 탄핵 정국 등 시장 불확실성이 이어지면서 실수요자들의 관망세가 심화한 모습이죠. 지금 매매시장엔 집을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더 많다고 해요.
'집값 잡으려' 전세대출 보증비율 100→90%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달 첫째 주(6일 기준) 전국 주간 아파트 전세가격지수 변동률은 4주 연속 보합(0.00%)을 유지했어요. 수도권(0.00%)과 지방(0.00%)도 보합이네요. 눈에 띄는 건 서울이 3주간의 보합세를 깨고 하락(-0.01%) 전환했다는 소식입니다.
서울 전셋값은 2023년 5월 셋째 주(-0.06%) 이후 86주 만에 마이너스를 기록했어요. 강북 지역 전셋값이 특히 떨어졌어요. 성동구(-0.09%)는 성수·행당동 위주로, 동대문구(-0.08%)는 장안·이문동 위주로요. 이달 성동구 '서울숲 아이파크 리버포레 1차'(825가구)와 동대문구 '래미안 라그란데'(3069가구)가 입주를 앞둔 영향이죠.
성동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연말까지는 매매보다 전세 문의가 많았는데 요새 확실히 좀 줄었다. 동대문구 '래미안 라그란데'나 강동구 '올림픽파크 포레온'(3월까지 입주) 때문인 것 같다"라며 "같은 구는 아니어도 시장이 다 연결되다 보니까 간접적인 영향이 좀 미치는 듯하다"라고 말했어요.
이어 "예전엔 안 그랬는데 작년 말부터 갭투자 전세대출과 관련해 은행이 요구하는 서류도 많아졌다"라며 "전세 임차인이 대출을 받으려면 매도자, 매수자와 각각 임대차계약서를 써야 해 절차가 까다로워졌다"라고 덧붙였어요.
공급 물량 외에 전세자금대출 금리도 이유로 꼽힙니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전세자금대출 금리(신규취급액 기준)는 4.43%로 7월(3.78%) 이후 매달 상승했어요. 같은 달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시중은행이 취급한 평균 금리도 4.09~4.70%로 전월보다 올랐고요.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전세대출 금리 상승세가 심상치 않아 전세 수요자들이 위축되는 모습"이라며 "여기서 전세대출 보증비율까지 낮아지면 한도 축소나 금리 상승으로 이어져 대출을 활용할 수 있는 사람들이 더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어요.
금융당국이 지난 8일 가계부채 관리 방안으로 전세대출 보증비율을 100%에서 90%로 인하한다는 계획에 따른 예상이죠.
전세대출은 주택을 담보로 하지 않아 보증기관의 신용보강이 필수인데요. 현재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SGI서울보증은 전세대출 전액(100%)을, 주택금융공사(HF)는 90%를 보증하고 있어요. 앞으로는 HF 보증비율에 맞춰 90%로 일원화한다는 거예요. 수도권 주택에 대해서는 80%까지 낮추는 방안도 검토 중이에요.
국토연구원은 전세대출 보증공급이 1% 증가하면 매매가격 0.37%, 전세가격 0.18% 상승효과가 있다고 분석했어요. 윤 위원은 "전세보증금 5억원이라면 원래 전액이 보증됐는데 이젠 4억5000만원까지만 보증서로 대출되고 나머지 5000만원은 신용대출로 받아야 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습니다.
짙어지는 관망세…잠실은 왜?
이달 첫째 주 전국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지수 변동률은 지난주와 동일한 -0.03%로 나타났어요. 수도권(-0.02%)은 하락폭을 유지했고 지방(-0.05%)은 하락폭이 커졌네요. 서울은 지난주와 마찬가지로 보합(0.00%)을 유지했어요.
부동산원 관계자는 "재건축 추진 단지 등 일부 선호단지에서는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면서도 "나머지 단지에서는 대출 규제 등 영향으로 매수 관망세가 지속되며 지난주와 같은 보합을 유지했다"고 설명했어요.
강북 지역에서 성동구(0.04%)와 광진구(0.03%)는 상승했지만 중랑구(-0.02%), 동대문구(-0.02%) 등은 하락했어요. 강남권의 경우 서초구(0.03%), 송파구(0.03%)의 상승세와 달리 강남구(0.00%)가 지난해 3월 이후 41주 만에 보합 전환했죠.
이번 주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97로 전주(97.3) 대비 0.3포인트 하락했어요. 10월 셋째 주(101.0) 이후 12주째 내림세예요. 이 지수가 100보다 높으면 집을 '사려는' 사람이 더 많다는 의민데요. 100보다 낮으니 '팔려는' 사람이 더 많다는 얘기죠.
전문가들은 송파구 잠실 아파트의 가격 흐름에서 서울 아파트값 향방을 가늠할 수 있다고 보고 있어요. 잠실 3대장 '엘리트'로 불리는 잠실엘스와 리센츠, 트리지움은 지난해 4분기 신고가가 속출했어요. 국민평형인 전용 84㎡가 27억5000만원, 28억5000만원, 26억5000만원에 각각 손바뀜했어요. 이런 흐름이 이어진다면 서울 매매시장이 제자리걸음을 멈출 수 있을 듯해요.
윤수민 위원은 "잠실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폭이 확대되고 있다. 잠실이 오른다는 건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의 신호탄"이라며 "서울 전체로 봤을 때 신축은 아니지만 잠실에선 대체할 수 있는 단지가 없고, 단지 규모가 워낙 커서 신축급으로 보고 시세가 빠르게 반영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