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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또 마포에?'…쓰레기소각장 둘러싼 갈등

  • 2025.01.27(월) 07:07

2026년 직매립 금지…소각장 확충 필요성
서울시, 마포 상암에 '하나 더'…주민 반발
'시 입지선정 절차적 하자'에 법원 제동

서울 마포구 상암동 월드컵공원의 옛 모습을 기억하시나요? 1970~80년대 이곳은 쓰레기를 묻는 난지도였죠. 1990년대 들어 쓰레기 매립이 금지되면서 270만㎡(81만6750평) 면적의 대규모 공원으로 재탄생했어요. 월드컵경기장 앞 평화의 공원이 대표적이고요. 하늘공원과 노을공원, 난지천공원, 난지한강공원까지 5개 테마공원으로 조성됐어요.

'쓰레기 섬'이란 오명을 벗나 싶었는데 2005년 공원 한가운데 소각장이 들어섰습니다. '마포자원회수시설'이란 이름으로요. 서울 서북권역에서 발생하는 쓰레기를 태워 열에너지로 재활용하는 시설이에요. 그런데 내년에 소각장이 하나 생길 수 있다는 소식에 마포 주민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어요.

서울시는 소각장에서 태우지 못한 쓰레기를 사진 속 수도권 매립지에 묻어왔다. 하지만 내년부터 폐기물관리법 시행규칙에 따라 쓰레기를 직매립하는 게 금지된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강동에 짓자더니 왜 또 마포?"

2023년 서울시는 내년까지 월드컵공원에 '마포광역자원회수시설' 건립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어요. 서울시에선 2022년 기준 매일 3000톤 넘는 쓰레기가 발생하는데요. 소각장에서 태우지 못한 1000톤은 인천의 수도권 매립지에 묻어왔어요. 하지만 내년부터 폐기물관리법 시행규칙에 따라 쓰레기를 직매립하는 게 금지되면서 소각장 확충이 필요해졌어요.

현재 서울시가 운영하는 소각장은 마포구 상암동과 강남구 일원동, 노원구 상계동, 양천구 목동 등 4곳입니다. 모두 주거지와 가깝지만 비교적 산과 하천 사이에 자리하고 있어요. 하지만 유독 상암동 주민들의 하소연이 이어져 왔죠. 이 마포자원회수시설 옆에는 8000가구가 넘는 상암월드컵파크 1~12단지가 조성돼 있어요.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자원회수시설 /자료=서울시

상암월드컵파크 4단지에 사는 한 주민은 "소각장과 가까운 3·8단지는 굴뚝 연기가 들어온다는데 다른 단지는 직접적인 영향은 크지 않다"라면서도 "유해시설인 소각장을 주민 동의 없이 짓는다는 것에 주민들 모두 반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어요.

상암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기존 소각장은 아파트 입주하기 전부터 계획된 거라 반대할 수 없었다 치더라도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라며 "대장홍대선 상암역이 신설되면 집값이 오르려나 했는데 소각장 이슈로 거래도 많지 않다"고 말했어요.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난지도를 매립해 탄생한 상암동에 또 소각장이 생기면 특정 지역에 쓰레기가 몰리는 '낙인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며 "아무리 랜드마크로 짓고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해도 비선호 시설이기 때문에 집값 상승에 제한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봤어요.

마포 주민들은 이미 소각장이 있는 상암동에 더 큰 소각장을 짓는 것을 반대하고 있어요. 마포구는 서울시가 2018년 고 박원순 시장 재임 시절 '강동권역 광역자원회수시설 설치 계획'을 세우고 강동구 고덕·강일 공공주택지구에 소각장을 짓기로 해놓고는 2022년 갑작스레 후보지를 바꿨다고 주장했어요.

신규 소각장이 완공되면 기존 소각장을 2035년 철거한다는 게 서울시 계획인데요.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해 서울시의회 본회의에서 "2035년엔 1000톤 소각장 1개만 남는다. 다른 세 군데(강남·노원·양천)는 누리지 못하는 현대화된 소각장으로 대체되는 것"이라며 "마포가 독박을 쓴다는 주장은 좀 과장된 것"이라고 말했어요.

서울시 마포구 하늘공원로 86 일대에 위치한 마포자원회수시설 /자료=서울시

"입지선정 위법"…마포 주민 '1승' 

지난해 11월 마포 주민 1840여 명은 오세훈 시장을 상대로 집단 행정소송을 제기했어요. 그리고 이달 10일 서울행정법원은 마포 주민들의 손을 들어줬죠.

법무법인 창천이 제공한 '광역자원회수시설 입지결정고시 처분 취소청구' 판결문에 따르면 법원은 서울시의 처분을 취소하고 소송비용을 서울시가 부담하도록 했어요. 신동환 변호사는 "중대한 절차적 하자가 있는 행정처분이 유지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 판결"이라고 설명했어요.

법원이 지적한 절차적 위법 사항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서울시는 2019년 두 차례에 걸쳐 입지 후보지를 공개 모집했지만 자치구가 없었어요. 그래서 관련 법에 따라 입지선정위원회를 개최해 입지를 선정했죠. 10명의 위원을 구성한 건 2020년 12월 15일이었어요. 하지만 닷새 전 위원회를 11~21명으로 구성하도록 한 시행령 개정이 이뤄진 상태였죠.

아울러 서울시는 서울시 내 거주하는 주민 대표를 포함했지만 시행령 개정 이후 최소 3명은 소각장 인근에 사는 주민 대표로 구성해야 했어요. 절차대로라면 마포구 상암동 주민들이 입지선정위원회의 위원으로 참여해 의견을 냈을 테죠. 그러면 마포가 아니었을 수도 있겠죠.

또 입지 후보지 타당성 조사를 맡을 전문 연구기관을 선정하는 문제도 지적됐어요. 2021년 서울시는 공개경쟁입찰 후 단독 응찰한 한국종합기술-동해종합기술 컨소시엄과 수의계약을 맺었는데요. 입지선정위원회가 전문 연구기관을 직접 심의·의결해야 한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에요.

이번 판결로 서울시의 신규 소각장 건립 계획은 원점으로 돌아갔어요. 당장 내년부터 쓰레기를 묻을 수 없어 태워야 하는데 말이에요. 패소한 서울시는 "판결문을 면밀히 분석해 항소 내용을 확정하고 2월 초 항소장을 제출할 예정"이라며 "마포광역자원회수시설 건립 관련 향후 대책도 추가로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어요. 이제 어떻게 될까요?

서울시 마포구 하늘공원로 108 일대에 건립 추진 중인 마포광역자원회수시설 /자료=서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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