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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차2법' 폐지보단 유지…전문가 "제도 유연성" 한목소리

  • 2025.03.27(목) 10:04

"임대료 상한률 높이고, 계약갱신 선택권 줘야"
시장 영향분석 엇갈려…정부 "개선 첫발" 신중

2020년 7월 도입 후 5년차를 맞은 '임대차 2법(계약갱신청구권 및 전월세 상한제)'에 대한 개선 움직임이 본격화했다. 전문가들은 당초 윤석열 대통령 대선 공약이었던 법안 폐지보다는 임대료 인상률 상한 개선 등 '제도의 유연화'가 필요하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제도가 어느 정도 안착했고, 장기적인 영향분석도 되지 않은 만큼 폐지 시 시장 혼란을 더욱 가중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시장에 미친 영향평가가 엇갈리면서 해법도 갈렸다. 계약갱신청구권에 대한 선택권을 줘 더 낮은 임대료를 고를 수 있도록 하거나 전세제도 자체에 대한 개선 고민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26일 세종 국토연구원에서 열린 '임대차 제도개선을 위한 전문가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사진=김미리내 기자 pannil@

지난 26일 세종 국토연구원에서 열린 '임대차 제도개선을 위한 전문가 토론회'에서 발제자로 나선 박진백 국토연구원 박사는 "제도도입 후 전셋값이 폭등하고 신규임대료와 갱신임대료 간 이중 가격 구조가 형성되며 시장 혼란이 발생하는 등 전세 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진단했다.

이어 "신규임대료를 규제하지 않아 임대인들이 신규 계약 임대료를 높게 책정하면서 전체 전세 시장 가격 상승을 견인했다"면서 "제도도입 초기 전셋값 상승의 20%가 임대차 2법에서 기인했다"고 분석했다. 

제도개선 방안으로는 △제도 폐지 △지자체 위임 등 지역별 차등 적용 △임대인-임차인 간 자율적용 △임대료 상한률 10% 상향 등을 제시했다. 그는 "임차인의 실질적인 주거 안정과 임대인의 동의를 얻을 수 있는 것이 중요한 만큼 여러 대안을 조합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임대차법 개선방안/그래픽=비즈워치

전세시장 급등 원인? 의견 갈려 

송경호 한국조세재정연구원 박사는 "임대료 인상률을 5%로 제한하면서 계약갱신청구권 사용 가능성에 따라 이후 모든 계약에 미래 임대료 상승 기대분이 최초 가격에 반영돼 전월세 가격이 대폭 상승했다"며 "임대가격이 크게 상승할 경우 재계약 비율이 낮아져 계약갱신청구권에 대한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있다"고 지적했다.

송 박사는 "임대차 2법의 본래 취지인 임차인의 주거 안정과 저렴한 거주 효과가 크지 않다고 본다"면서 "계약갱신청구권 사용 여부나 집주인의 실거주 여부가 불확실해 분쟁 소지가 있는 만큼 세입자에게 계약갱신청구권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거나, 청구권 대신 계약기간을 2·3·4년 등으로 다양화해 계약을 파기하는 쪽이 위약금을 내는 쪽으로 개선하는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계약갱신청구권 사용시 임대료 상승을 5%로 제한한 전월세 상한제와 관련해서는 "시장 상황을 반영해 유연화해 현재의 불확실성과 혼란을 줄일 수 있는 장기적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임대차 2법이 전월세 가격 상승을 부추겼다는 주장을 반박하는 의견도 나왔다. 이승협 중앙대학교 교수는 "도입 당시에는 역사상 가장 낮은 금리가 적용되던 시기이고 이후 금리가 급격히 상승했기 때문에 금리변동과 시장 상황을 고려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전셋값 급등이 계약갱신청구권 사용을 고려해 미래 전셋값 상승분을 선반영했기 때문이라고 보긴 어렵다"라며 "계약갱신청구권은 전셋값 변동성에 대한 보험 역할에 대한 시간가치만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그는 "계약갱신청구권 포함 여부를 자유로이 선택하도록 할 경우 거래 효용이 증가할 수 있으나 임차인 주거안정이 약화해 지금보다 더 높은 보험비용을 부담할 가능성이 있다"며 "임대료 상승률 상한을 10% 정도로 높이는 것이 해법이 될 수 있다"고 봤다. 

오지윤 명지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이미 도입한 제도를 폐지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를 낳을 수 있다"며 "제도의 유연화에 대해서는 대부분 공감하는 만큼 임대료 상한을 정하지 말고 물가상승, 금리 등에 연동하도록 해 임대인과 임차인 간 갈등유발 소지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차인에 기울어진 운동장 바로잡아야

법안 대상 조정과 임대인 세제 혜택 등이 필요하단 지적도 나왔다. 김진유 경기대 교수는 "임대차 2법에 고액임차인도 모두 포함되는 만큼 대상 지역보다 대상 주택을 특정하는 방법으로 조정을 할 필요도 있다"면서 "임차인이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 후 일방해지할 경우 보증금을 3개월 안에 돌려줘야 하는 것도 6개월로 늘리는 등 형평성을 맞추는 부분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호주의 경우 정부에서 1년에 한번 기준임대료를 고시하고 이보다 낮게 받으면 세금혜택을 준다"면서 "인상률 10% 내에서 지자체가 기준임대료를 고시하고 이보다 임대료를 낮게 할 경우 임대인에게 재산세를 감면하는 등의 세제 혜택 등 유인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영두 충남대 법학과 교수도 "부동산 가격 상승에 따른 임대인의 투자수익과 차임수익은 구분해서 봐야 한다"면서 "임차인의 주거권도 중요하지만 임대시장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임차인 보호와 함께 임대인의 수익성을 함께 보장하는 방안으로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전세는 임차인이 은행에서 돈을 빌려 이를 다시 임대인에게 빌려주는 제도로 보증금을 반환할 때도 대출을 해주는 등 소유자에게 무제한 금융을 제공하는 부정적 측면이 있다"면서 "전세제도 자체에 대한 문제와 제도 축소도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정부 개선안 신중론 "이제 첫발" 

이날 국토연구원이 내놓은 시장분석과 개선안은 국토부가 요청해 1년여에 걸쳐 진행한 연구용역 결과다. 당초 법안 폐지를 추진하려던 정부는 지난해 하반기 제도 개편을 공론화하려 했으나 지난해 12·3 계엄사태로 시기가 미뤄지다 이달 들어서야 공론화 장을 마련했다. 

정부는 개선 움직임은 시작했지만 정치적 불확실성이 큰 만큼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박정혁 국토부 주택임대차기획팀장은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에 대한 평가가 다양하다 보니 도입 효과를 보다 면밀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며 "아직 정부의 공식 입장을 정한 바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은 합리적인 개선안을 마련하기 위해 첫발을 내디딘 것"이라며 "시각에 따라 입장 차가 첨예한 만큼 국토연구원 제시안에 더해 가능성을 열어두고 추가 공론화를 통해 최대한 많은 의견을 청취하는 한편 법 개정이 필요한 만큼 정책방향 결정에서부터 입법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국회와 소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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