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代)물림, 참 쉽쥬!’라는 말 내뱉을 법 하다. 최소의 비용으로 3대 우회세습을 성공적으로 완성하는 법을 보여주고 있다. 중견 제약사 한독그룹의 2대 경영자 김영진(67) 회장에게 후계자가 1대주주를 꿰차고 있는 껍데기 회사 ‘와이앤에스(Y&S)인터내셔날’은 이런 존재다.
또 먹혔다. 원래는 모태기업 ㈜한독이 갖고 있던 합작사 한국법인 주식으로 김 회장과 와이앤에스가 무려 31배 총 568억원 돈벼락을 맞더니 이번에는 제휴사 주식으로 노났다. 와이앤에스가 앞으로도 우회세습의 지렛대로서 아쉽지 않을 만큼 알짜로 진화 중이라는 애기다.
김동한, 경영입문 2년前 28살 때 이미 정점
현재 김 회장은 한독 계열 지주격이자 사업 주력사인 ㈜한독 말고도 와이앤에스 대표 명함이 있다. 2001년 12월 설립 이래 단 한 번도 자리를 비운 적이 없다. 직접 경영을 챙기는 목적은 단 하나다.
부인 장유훈(66)씨 사이의 두 아들 중 장남 김동한(미국명 김다니엘동한·39) ㈜한독 상무가 2004년 이후 지분 31.65% 1대주주로 있는 와이앤에스를 통해 우회세습 기반을 다져놓을 요량일 뿐이다.
‘[거버넌스워치] 한독 ②~③편’에서 얘기한대로, 와이앤에스가 ㈜한독 최대주주(18.99%)에 오른 시점은 김 회장이 2002~2012년에 걸쳐 1~2단계 작업을 마친 뒤다. 김 상무가 ㈜한독 경영조정실에 입사해 경영수업에 들어간 때는 2014년이다. 즉, 김 회장은 후계자 경영 입문 2년 전(前)에 이미 지배구조의 정점에 올려놓았다는 예기가 된다. 28살 때다.
멈추지 않았다. 김 상무㈜→와이앤에스→㈜한독 출자고리를 훼손하는 일은 없었다. 2014년 5월 ㈜한독 163억원 주주배정 유상증자 당시 와이엔에스는 당연히 빠지지 않았다. 배정 몫 33억원을 전액 출자했다. 2017년 3월~2019년 4월에는 8억원어치를 더 사모았다. 한 때 19.09%까지 확대했다.
온전히 보유했다. 2018년 1월 ㈜한독 1회차 전환사채(CB) 200억원의 주식전환(발행주식의 9.29%) 탓에 지분율이 소폭 낮아졌을 뿐이다. 지금은 17.69%다. 1대주주 지위는 어디가지 않았다. 김 회장의 개인지분 13.65%보다도 4.04%p 많다.
성공적이다. 김 상무가 와이앤에스(17.69%)→㈜한독→제넥신·툴젠 등 15개사(국내 8개·해외 7개)로 이어지는 계열 지배구조의 정점에 떡하니 자리잡고 있어서다. 가성비까지 쩐다. ‘[거버넌스워치] 한독 ②편’에서 언급했지만, 김 상무가 지금껏 투입한 개인자금이라고 해봐야 기껏 ‘6억원+알파(α)’ 뿐이니 말 다했다.
Y&S, 2018년부터 ㈜한독 배당수입도 ‘Up’
뿐만 아니다. 3대 우회세습의 디딤돌로서 와이앤에스는 앞으로도 매력적인 카드가 될 것으로 점쳐진다. 후계승계를 매듭짓기 위해 지분 증여 등에 대비한 승계 자금으로 활용되든, 예전처럼 우회적인 지분 보강에 활용되든 위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는 뜻이다. 김 회장이 ‘물주며 키우는’ 덕에 기업가치가 점점 ‘레벨-업’되고 있어서다.
우선 와이앤에스는 ㈜한독 1대주주로 부상한 이후 주수입원인 ㈜한독 배당수익이 2018년부터 부쩍 증가했다. ㈜한독의 영업이익이 2017년 23억원으로 주저앉았다가 이후 적게는 245억원, 많게는 305억원으로 벌이가 좋아진 시기다.
와이앤에스는 2012~2017년 도합 23억원에서 이후 5년 동안에는 많게는 11억원 등 총 43억원의 배당금을 챙겼다. 흑자와 적자를 왔다 갔다 하던 순익이 2018~2021년 한 해 평균 6억원 연속 흑자를 기록한 이유다.
게다가 투자주식이 작년에 또 터졌다. 결론부터 애기하면 김 회장이 와이앤에스와 함께 ‘돈이 될 만한하다 싶은’ 제휴사에 출자해 짭짤한 수익을 챙겼다. ‘[거버넌스워치] 한독 ③편’에서 상세히 기술했지만, ㈜한독 소유였던 합작사 사노피의 한국법인 사노피-아벤티스코리아 주식을 2005년에 역시나 동반 인수해 2012년 떼돈을 번 일이 오버랩 된다.
이번엔 독일 생명공학업체 에펜도르프(Eppendorf) 한국법인이다. 전세계 생명과학, 실험실에서 사용되는 프리미엄 의료기기로 유명한 곳이다. 에펜도르프코리아가 설립된 때는 2011년 11월이다. ㈜한독이 에펜도르프 기초장비 등 국내 판매 대행을 맡아왔다. 확인 가능한 범위로, 2016년 ㈜한독의 에펜도르프코리아 매입액이 79억원에 달했다는 게 방증이다.
김영진-Y&S, 투자원금 14배에 처분
에펜도르프코리아는 지본금 15억원으로 만들어졌다. 독일 에펜도르프가 지분 80%(12억원)를 소유했다. 한독그룹도 20%를 출자했다. 한데, 사업적으로 떼려야 뗄 수 없이 밀접한 ㈜한독이 아니라 정작 투자주체는 따로 있었다.
김 회장이 직접 액면가(1만원)의 2배수인 주당 2만원에 3억원을 출자했다. 특히 3세 회사 와이앤에스도 빼놓지 않았다. 역시 동일하게 3억원을 투자했다. 각각 지분 10%를 소유했다.
2019년 이후로 보면, 에펜도르프 한국법인은 매출이 230억원에서 매년 예외 없이 성장했다. 지난해에는 369억원을 찍었다. 영업이익 또한 23억원에서 해마다 기존 기록들을 갈아치우고 있다. 2022년에는 46억원을 벌어들였다. 이익률은 9.8%에서 최근 3년간 12.5%~14.1%로 연속 두 자릿수다. 주식가치가 뛰었을 것은 뻔하다.
뭐니 뭐니 해도 ‘머니’. 김 회장과 와이앤에스가 마침내 작년에 털었다. 에펜도르프에 84억원을 받고 지분을 전량 매각했다. 주당가격이 매입가의 14배인 28만원가량이다. 김 회장 뿐만 아니라 와이앤에스도 덩달아 39억원의 차익을 챙겼다. 이에 따라 작년에는 예년의 5배가 넘은 34억원을 순익으로 벌었다.
와이앤에스에 이익잉여금이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 김 상무를 비롯한 오너 일가 주주들의 배당수익으로 이어지고 있다. 비록 아직은 제대로 풀고 있지 않지만 2018년부터 매년 예외 없이 적게는 4억원, 많게는 5억원 도합 23억원의 현금배당을 실시했다. 1대주주 김 상무는 7억원가량을 챙겼다.
현재 이익잉여금은 316억원이다. 총자산(464억원)의 68.1%다. 이렇다보니 재무건전성이 어디 내놔도 꿀릴 게 없다. 차입금이 27억원(작년 말 기준) 있지만 현금성자산이 33억원으로 6억원 더 많다. 부채비율은 13%에 머문다. 이래저래 한독 3대 후계자 김 상무의 ‘믿는 구석’ 와이앤에스가 점점 돈이 되고 있다. (▶ [거버넌스워치] 한독 ⑤편으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