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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어 돋보기]'대기록 앞둔 고진영에게' 보비 존스가 주는 교훈

  • 2019.11.19(화) 17:19

[골프워치]

지난 10월 열린 하이트 진로 챔피언십에 출전한 고진영(사진=KLPGA)

'골프의 성인' 보비 존스. 1930년 한 해에 메이저 대회 4개를 우승해 그랜드 슬램을 달성했다. 이후 90년 가까이 골프 역사에서 그랜드 슬램은 나오지 않고 있다. 진 사라센, 벤 호건, 게리 플레이어, 잭 니클라우스, 타이거 우즈 등이 4대 메이저를 석권했지만 해가 다른 커리어 그랜드 슬램이다.

존스의 꿈은 골프 선수가 아니었다. 그래서 프로 선수로 등록하지 않고 영원한 아마추어로 남았다. 그는 1902년 미국 조지아주 애틀란타에서 태어났다. 성공한 사업가였던 할아버지의 지원과 명석한 두뇌로 하버드 대학교에서 영문학을 전공했고, 애틀란타 에모리 대학에서 법학을 공부해 자신이 원하던 변호사가 됐다. 변호사 일을 병행하면서 대회에 출전했고, 30살이 채 되기 전에 골프 무대에서 은퇴했다. 

넉넉한 집안에서 자란 존스는 6살 때 자연스럽게 골프를 접했다. 당시 대부분의 골퍼들이 어려운 가정 출신으로 골프장 캐디를 하면서 골프를 배웠던 것과는 시작이 달랐다. 골프 능력은 탁월했다. 한 번도 정식 레슨을 받지 않고도 9살 때 첫 우승을 거뒀다. 

존스의 역사적인 기록은 1930년 브리티시 아마추어 대회부터 시작됐다. 1927년 디 오픈(브리티시 오픈) 우승으로 이미 이름을 알렸던 존스는 세인트 앤드루스에서 열린 대회에서 그랜드 슬램의 첫 포문을 열었다.

이어 열린 디 오픈에서는 쟁쟁한 프로 선수들과 맞서야 했다. 최종라운드를 선두에 1타 뒤진 채 출발한 존스는 2위 그룹을 2타 차로 따돌리고 우승했다. 팬들과 미디어와 관심은 존스의 그랜드 슬램 달성 여부에 맞춰졌다. 미국으로 돌아와 맞이한 US오픈에서 존스는 1라운드를 3위로 출발했다. 3라운드에서 68타로 코스 레코드를 작성했고, 4라운드에서 선두를 지켜내며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US 아마추어 대회만 정복하면 그랜드 슬램 완성이다.

골프 그랜드 슬램은? 현대 골프에서 그랜드 슬램은 같은 해에 4개 메이저 대회(마스터스, US오픈, 디 오픈, PGA 챔피언십)를 모두 우승하는 것이다. 그러나 제 1회 마스터스가 열렸던 1934년 이전에는 US오픈, US 아마추어, 브리티시 오픈, 브리티시 아마추어 대회 우승을 의미했다.

1930년 9월 17일 마지막 메이저인 US 아마추어 대회가 시작됐다. 대회는 매치 플레이로 진행됐다. 예선을 가볍게 통과한 존스는 당시 골프대회 최대 관중인 18000명 앞에서 결승전을 시작했다. 승부는 싱겁게 끝났다. 11번 홀에서 8개 홀을 가져가면서 승리했고, 역사적인 그랜드 슬램 타이틀을 획득했다.

존스는 그랜드 슬램을 달성하고 곧바로 은퇴 발표를 했다. 충격적인 소식이었지만 본인은 담담했다. 그러면서 US 아마추어 대회 시작 전에 이미 마음을 굳혔다는 얘기를 전했다. 당시 미디어는 '마음 속에서 욕심을 비웠기에 대기록을 채울 수 있었다'며 칭찬했다. 

존스는 프로 무대에 돌아오지 않았고, 애틀란타 주 변호사로 활동했다. 그렇다고 골프를 완전히 떠나진 않았다. 고향 근처에 최고의 골프장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을 건설했고, '명인 열전' 마스터스 토너먼트를 창설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뛰고 있는 고진영이 대기록에 도전한다. 

고진영은 21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 주 네이플스에서 열리는 2019시즌 마지막 대회 CME 그룹 투어 챔피언십에 출전한다. 총상금 500만달러에 우승 상금은 역대 여자골프 대회 사상 가장 많은 150만달러가 걸려 있다.

한 해에 세계 랭킹 1위, 올해의 선수, 안니카 메이저 어워드, 평균 타수 1위, 상금 1위, CME 글로브 레이스 1위를 달성한 수는 2018년 에리야 쭈타누깐(태국)이 유일하다.

이미 올해의 선수를 확정한 고진영은 최종전에서 상금왕와 CME 글로브 레이스, 평균 타수 1위를 노린다. 고진영은 시즌 상금 271만4281달러로 1위를 달리고 있다. 2위 이정은이 199만2490달러로 추격 중이다. 10위 대니얼 강도 약 124만달러를 얻어 산술적으로만 보면 고진영을 앞설 수 있다.

평균 타수 부문은 그나마 안심이다. 고진영은 69.052타로 1위를 달리고 있다. 2위 김효주(69.361타)가 쫓고 있지만 이번 대회에서 25타 이상 차이를 내야 하기 때문에 역전은 쉽지 않다.

우승하면 모든 걸 이룰 수 있다. 각종 부문 1위의 영광을 얻을 수 있고 LPGA 투어 역사상 두 번째로 한 시즌 상금 400만 달러를 돌파하게 된다. LPGA 투어 역대 한 시즌 최다 상금 기록은 2007년 로레나 오초아가 세운 436만4994달러다.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강철 멘탈'의 소유자이고, 한국과 미국에서 산전수전 다 겪으며 현재 자리에 오른 고진영이지만 이번만큼은 부담이 클 수 밖에 없다. 연일 쏟아지는 미디어의 관심도 신경이 쓰일 것이다.

떨쳐내야 할 숙제가 많다. 가장 큰 적인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면 된다. 그리고 이제 갓 24살인 고진영에게는 무수히 많은 기회가 남아있다. 보비 존스가 그랬듯 비워야 채울 수 있다.

지난 10월 열린 하이트 진로 챔피언십에 출전한 고진영(사진=KLP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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