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디는 죽었다. 땅은 얼었다. 찬바람 기세를 어찌 이기랴. 눈이라도 쌓이는 날은 천지분간마저 어려울 터. 당신과 나, 우리는 골프를 당분간 접어야 한다는 말인가? 아니다. 이제부터 시작이다. 우리 골프는. 절호의 기회 아니겠는가? 라이벌이 한 조롱을 되갚아줄 비기를 연마할. 뱁새 김용준 프로가 ‘동계훈련 효과 두 배로 높이는 법’ 시리즈를 준비했다. [편집자]
도대체 몇 번이나 반복하면 될까? 무심코 해도 같은 동작이 나오게 하려면 말이다. 뱁새 김용준 프로가 제자들에게 자주 하는 말마따나 ‘막 일어나서 휘둘러도 똑같은 스윙을 할 수 있을 때까지’가 되려면?
몸에 단기 기억을 만들려면 최소한 4백 번은 연습해야 한다고 흔히 말한다. 몸이 더 오래 기억하려면 적어도 1만 번은 되풀이 해야 한다고도 하고. 평생 기억하려면? 1만 번을 몇 번 혹은 몇 십 번 반복해야 한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그렇다. 연습은 반복이다. ‘똑같은 동작을 끝없이 반복하는 것' 말이다. 그래야 스윙이 뼈에 달라 붙는다.
얼씨구? 뱁새 당신 직전 회만 해도 매번 클럽을 바꿔서 하는 랜덤 연습을 꼭 해야 한다고 악을 쓰더니 무슨 소리냐고?
흠. 이렇게 따지는 독자야말로 진정한 애독자다. 맞다. 랜덤 연습도 중요하다. 그런데 기초를 다질 때는 반복 연습이 필수다.
뱁새 김 프로라고 특별한 반복 연습 방법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저 묵묵히 반복할 수 밖에.
다만, 작정을 하고 한 클럽(혹은 한 종류 클럽)만 하루 종일 연습할 때도 있다는 것은 밝혀둔다. 예를 들면 어떤 날은 웨지 몇 개만 갖고 몇 시간이고 연습하는 식이다. 하루는 또 우드류(드라이버와 우드)만 갖고 끝장을 보고. 어떨 때는 짧은 아이언 두 개(예를 들면 9번과 8번 아이언)만으로 승부를 내는 연습을 하기도 한다. 누구에게나 어려운 롱 아이언과 씨름만 하다 하루 연습을 마친 적도 있고.
이렇게 하면 효과가 있냐고? 분명히 있다.
이 클럽 찔끔 저 클럽 찔끔 쳐서는 얻을 수 없는 그 어떤 것을 얻게 된다.
클럽마다 다른 것은 크게 세가지다. 로프트 각도와 전체 길이가 다른 것은 물론이다. 또 뭐가 다를까? 그렇다. 바로 무게다. 이 중에서 타이밍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길이와 무게다.
매번 클럽을 바꿔서 샷을 하면 한 클럽의 타이밍을 제대로 익히기 어렵다. 딱 한 번 주어진 기회에 좋은 스윙을 할 수 있게 연습하자는 것이 랜덤 연습이다.
반면 반복 연습은 한 클럽에 완전하게 적응하게 해 준다. 길고 가벼우면 그런대로 짧고 무거우면 또 그런대로 몸이 알아서 휘두를 지경까지 가보자는 것이다.
생각을 하면서 스윙을 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그렇다면 몇 번 클럽을 잡으면 몸이 본능적으로 반응하게 만들어야 한다. 이것을 가능하게 해주는 것은 반복 연습 밖에 없다.
반복 연습을 할 때 주의할 점이 있다.
바로 연습을 시작하기 전에 충분히 스트레칭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복 연습 삼매경에 들면 자신도 모르게 보면 무리할 때가 많다. 부상을 미리 예방하는 데는 스트레칭이 제일 아닌가?
또 우드류나 롱 아이언 같은 긴 클럽만으로 오랜 시간 연습하기 전에는 부득이하게 짧은 채부터 점점 올려가는 게 좋다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한다.
그게 무슨 한 클럽으로 끝장 보는 거냐고?
불가피할 때도 있다. '대뜸 긴 채 들고 설치다가 성질 나빠지고 샷 버릴 수'도 있으니까.
동계훈련 기간은 반복 연습을 하기에 가장 좋은 때다. 눈 앞에 당장 라운드 약속을 잡아놓으면 반복 연습만 하기가 여간 불안한 것이 아니다.
낼 모레 내기 골프가 있는데 드라이버 샷 연습도 안 하고 웨지만 치고 있을 배짱 두둑한 골퍼가 얼마나 되겠는가?
김용준 골프전문위원(KPGA 경기위원 & 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