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디는 죽었다. 땅은 얼었다. 지금이야 찬바람 기세를 어찌 이기랴. 눈이라도 쌓이는 날은 천지분간마저 어려울 터. 당신과 나, 우리는 골프를 당분간 접어야 한다는 말인가? 아니다. 이제부터 시작이다. 우리 골프는. 절호의 기회 아니던가? 라이벌이 한 조롱을 되갚아줄 비기를 연마할. 뱁새 김용준 프로가 ‘동계훈련 효과 두 배로 만드는 법’ 시리즈를 준비했다. [편집자]
‘김 프로가 조금만 일찍 골프를 시작했으면 한가락 했을 텐데’.
내가 가끔 듣는 말이다. 마흔 살이 넘어서 프로 골퍼가 됐다고 하니 응원을 겸해서 하는 말이라는 것이야 잘 안다.
그런데 나는 그 말에 선뜻 ‘그러게 말이에요’라고 답하지 못한다. 왜냐고? 절반은 진실이 아니니까.
내가 한가락 하지 못한 이유가 골프를 늦게 시작했기 때문은 절대 아니다. 나이가 들었기 때문에 영건들과 겨루지 못하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특히 파워가 모자라서는 절대 아니다. 나는 여전히 상당한 거리를 낸다. 물론 황새 골퍼에 비하면 부족한 거리지만.
뱁새 김용준 프로 너는 도대체 비거리가 얼마냐고? 그게 오늘 주제는 아닌다. 그래도 굳이 밝히는 것은 도움이 되라고 그러는 것이다. 독자가 오늘 주제를 가슴으로 받아들이는 데 도움이 되라고.
나는 드라이버를 평상시에 105마일 안팎으로 휘두른다. 비거리는 캐리와 런을 합쳐 총 250~260m는 거뜬히 날려 보낸다. 290야드까지는 어렵지 않게 보내는 셈이다.
골프 스윙을 측정하는 시뮬레이터로 측정할 때는 110마일 이상 스피드도 낼 때도 많다. 290m 이상도 때릴 수 있다는 얘기다. 물론 어디까지는 방향 신경쓰지 않고 신나게 휘두를 때 이야기다. 최고 스피드가 얼마인지만 따져 볼 때 말이다.
한국프로골프협회 프로의 평균 비거리는 얼마쯤 될까? 코리안투어 선수들 평균 비거리는 나와 있지만 전체 프로 평균 비거리 통계는 없다. 내가 2부 투어를 뛰어본 경험으로 짐작할 수밖에 없다.
내 비거리는 2부 투어 선수 평균보다 결코 짧지 않다. 오히려 평균 이상이다.
그런데 왜 2부 투어에서 2년쯤 뛸 때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냐고?
바로 그게 오늘 주제와 관련이 있다.
내가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하는 이유는 가끔 하나씩 터져 나오는 돌발 탓이 크다.
나도 제법 좋은 점수를 낼 때가 많다. 비거리도 충분하고 아이언도 그럭저럭 친다. 어프러치도 제법 하고 퍼팅은 좋다. 그런데 컷트라인 점수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그것 갖고는 안된다.
결정적으로 나는 이따금 하나씩 사고를 친다. 드라이버 샷이 확 감기거나 밀려서 아웃오브바운드(OB)를 내거나 패널티 구역에 빠진다.
아이언 샷도 가끔 크게 밀리거나 두껍게 맞아 낭패를 볼 때가 있다. 어프러치에서도 철퍼덕 하는 실수를 하기도 하고. 이게 내가 연습이 부족해서 그런 것도 아니다. 나도 죽어라고 연습할 때도 많다.
내가 기량이 뛰어나다면 이런 실수를 하고 나서도 줄버디로 만회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어디 그 수준이 되는가. 그 수준이면 지금도 현역으로 뛰어보겠다고 억지 부리고 있겠지.
그런 실수를 하는 이유가 뭐냐고?
바로 나쁜 습관 때문이다. 내가 독학으로 골프를 익히면서 밴 습관 말이다.
나도 프로 선발전을 거치면서 또 프로가 된 이후 스윙을 많이 고쳤다. 제법 그럴싸하게 말이다.
그런데 긴장을 심하게 할 때는 옛날 습관이 나온다. 레크리에이션 골퍼였을 때 그 습관이. 욕심 부리고 서두르는.
그렇게 한 방 날리고 나서야 정신을 차리느냐고? 그 때라도 그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현실은 그렇지 않다.
큰 실수를 하고 나면 멘탈도 무너진다. 더 서두르고 더 욕심부리기 마련이다. 그러면 경기는 꼬이고 만다. 컷을 통과하지 못하면 언더파를 치든 오버파를 치든 마찬가지인 시합이라 더 그렇다.
이럴 때 내가 아쉬워하는 것은 내가 늦깎이 골퍼라는 사실이 절대 아니다. 오히려 내가 처음부터 혼자서 골프를 익혔다는 사실이다.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그 사실.
독학이 자랑 아니냐고? 속 모르는 사람은 나더러 대단하다고 할 지 모른다. 하지만 내겐 절대 그렇지 않다.
나는 후회한다. 처음 시작할 때 배웠어야 했는데. 보기 플레이 정도 할 때라도 배웠어야 했는데. 싱글 핸디캐퍼 됐다고 으시댈 때라도 배웠어야 했는데. 아니면 프로 선발전 준비할 때라도.
그랬다면 지금 이 아픔을 겪지 않을 텐데.
그 많은 시간을 연습하고도 뼛속 깊이 박힌 악습 때문에 결정적일 때 낭패를 보는 이 아픔을.
배우지 않고 익히기만 하는 것은 뼈저린 후회로 이어질 수도 있다. 아니 이어질 확률이 거의 백프로다. 내가 겪는 것처럼.
나쁜 습관을 계속 익히면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널 수도 있고. 나중에 아무리 애를 써도 되돌릴 수 없는 그런 지경에 이른다는 말이다.
'진정한 연습은 배워서 익히는 것'이다.
동계훈련 기간은 골프를 배워서 익히기는 가장 좋은 시간이다.
라운드를 자주 안 하니까. 아예 하지 않거나.
참, 결코 독자가 못나서 누군가에게 뭔가를 배우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김용준 프로(더골프채널코리아 해설위원 & KPGA 경기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