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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계훈련 효과 두 배로]③실전에 쓸 샷을 연습하라

  • 2020.01.06(월) 08:00

기껏 훈련하고도 효과 없는 것은 욕심 탓
실전서 쓸 샷 겨우내 연습해야 보람 얻어

뱁새 김용준 프로도 동계훈련을 시작했다. 어디 멀리 가지 않고 국내서 할 작정이다. 골프 스윙 분석장비로 현재 상태를 체크했다. 왼쪽에 나온 숫자는 드라이버 샷 총 거리다. 단위가 미터이니 제법 멀리 치는 축에 든다. 이런 샷을 실전에서 매번 칠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동계훈련 때는 시즌 내내 실전에서 쓸 샷을 연습하는 데 공을 많이 들여야 한다. 기분만 한껏 내다가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새 시즌을 맞이하지 않으려면.

잔디는 죽었다. 땅은 얼었다. 찬바람 기세를 어찌 이기랴. 눈이라도 쌓이는 날은 천지분간마저 어려울 터. 당신과 나, 우리는 골프를 당분간 접어야 한다는 말인가? 아니다. 이제부터 시작이다. 우리 골프는. 절호의 기회 아니겠는가? 라이벌이 한 조롱을 되갚아줄 비기를 연마할. 뱁새 김용준 프로가 ‘동계훈련 효과 두 배로 높이는 법’ 시리즈를 준비했다. [편집자]

나도 잘 안다. 그 통쾌함 말이다. 연습하다 강력한 한 방이 나왔을 때 그 기분이란. 세상을 다 얻은 것 같다. 비록 드라이빙 레인지에서라도 그렇다. ‘마침내 골프를 완성한 것 같은 기분’에 들뜨기도 한다. ‘이제 너희들은 다 죽었어’라는 자신감도 생기고.

그러나 일장춘몽이 남 얘기가 아니다. 동계훈련을 마치고 숙적과 갖는 ‘신춘 대국’이 독자 뜻대로 된 적이 몇 번이나 있는가?  ‘겨우내 칼을 간다고 갈았는데 왜 이러지’하고 좌절한 적은 없는가? 어? 나는 동계훈련을 착실히 한 덕에 상수도 잡았는데 무슨 소리냐고? 흠. 그런 독자라면 뱁새 김용준 프로보다 더 멋지다. 뱁새 너는 어떠냐고? 동계훈련 실컷 하고 무참히 깨진 적 있냐고? 물론 있다. 그것도 여러 번.

나는 골프채를 잡은 뒤 몇 해 겨울을 구슬땀 흘리며 보냈다. 그렇게 맞은 새 봄. 내심 기대를 하고 새 시즌을 시작했지만 웬걸? 잔인한 봄을 맞은 적이 여러 번 있다. 처음엔 ‘별무신통’ 동계훈련 효과에 당황했다. 실망했고. 몇 번 같은 일을 반복하고 나서야 알게 됐다. 왜 땀이 배신했는지를. 아니 왜 땀이 배신하는 것처럼 느꼈는지를.

그것은 바로 내가 실전에 쓰지 못할 스윙만 주로 연습했기 때문이다. 온 힘을 다해 휘두른 것이 어쩌다 한 번 얻어 걸려 그물 끝에 시원하게 꽂히는 드라이버 티샷이 그랬다. 아이언으로 힘 좋은 영건이나 낼 수 있는 거리를 나도 내보겠다고 덤벼든 것도 그랬고. 웨지로 남보다 더 멀리 보내려고 풀 스윙만 실컷 한 것도 마찬가지였다.

도무지 이런 샷을 어디에 쓴단 말인가? 설령 쓰더라도 몇 번이나 쓴단 말인가? 실전에서. 더구나 친선 라운드가 아닌 공식 대회라면?

물론 어쩌다 한 두 번 이런 ‘슈퍼 샷’이 먹힐 수도 있다. 그것도 ‘명랑운동회(친한 골퍼끼리 부담 없이 하는 라운드를 일컫는 속어)’ 때나 가능한 얘기다. 아니면 내기 금액이 소소할 때나.

한 타 한 타가 주는 압박감이 큰 ‘진검승부’라면? 이마저도 어림없다.

그런데도 나는 왜 이처럼 실전에 써먹지도 못할 샷을 연습했을까? 아니 실은 ‘연습이 아닌 것을 연습이라고 생각하고’ 했던 것일까?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하니 그건 오만했기 때문이다. 쉽게 말하면 남보다 샷 거리가 조금 더 나간다고 뻐기다가 망했다는 얘기다. 대단한 선수에 비하면 보잘 것도 없으면서.

내가 늦게라도 깨달은 것이 내 골프를 크게 바꿔놓았다. 내가 어떻게 깨달았는지는 독자가 짐작한 바로 ‘그 이유’가 맞다. 프로 선발전에 몇 번 떨어지고 나서 반성했냐고? 흐흐. 뱁새를 너무 점잖게 본 것이다. 실은 ‘참담히’ 깨지고 나서야 뼈저리게 느꼈다. 어설픈 내 기량으로는 넘을 수 없는 적들에게 패배를 잇달아 당한 뒤에 말이다.

패배를 거듭하다 나는 실전에 써먹을 수 있는 샷을 연습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이 여기에 미친 것은 순전히 행운이었다. 고수에게 골프를 배웠다면 훨씬 빨리 알았을 것을.

실전에 써 먹을 수 있는 샷을 치기 위해 내가 한 연습은 다음과 같다.

바로 ‘힘을 크게 줄이고 하는 스윙 연습’이다.

또 실전처럼 ‘프리 샷 루틴을 거치고 하는 스윙’이고.

연습장 안에서라도 ‘작은 타킷을 정하고 하는 연습’이다.

‘매 샷마다 클럽을 바꿔가면서 하는 연습’도 있고.

가끔은 '긴장한 상태를 가정하고 하는 샷 연습'을 보탠다.

바로 심장이 두근두근 할 때까지 제자리에서 한참 뛴 뒤에 샷을 하는 식으로 말이다.

이런 연습은 나를 훨씬 실전적 골퍼로 만들어줬다. 그 덕에 늦깎이로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프로가 됐는지도 모른다.

뱁새 칼럼 애독자라면 이 겨울을 절대 헛되이 보내지 않으리라 믿는다. 아예 채를 놓고 겨울을 보내고 있는 독자는 손을 들어보기 바란다. 이런! 그렇다면 애독자라고 인정하기엔 부족한 감이 있다. 동계훈련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왜 동계훈련이 중요한지는 [동계훈련 효과 두 배로] 시리즈 1편을 보기 바란다. 이왕 동계훈련에 나섰다면 공들인 만큼 보람을 얻으려면 꼭 ‘실전에 쓸 샷을 연습’하기 바란다.

김용준 골프전문위원(KPGA 경기위원 & 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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