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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톡톡]김영훈 대성그룹 회장 “활은 내 에너지”

  • 2014.08.14(목) 10:09

오십견 때문에 시작한 국궁
인생과 경영의 동반자로 자리 잡아

 

▲ 우리나라 전통 활과 화살. 국궁(國弓)은 전통 활을 쏘아 과녁을 맞추어 승부를 겨루는 대한민국의 전통 무술이다.

오전 4시 정적이 감도는 어둠 속, 집 앞 뜰에 선 김영훈 대성그룹 회장은 활을 들고 천천히 호흡을 가다듬는다.

 

이윽고 활시위에 화살을 메기고 힘껏 당긴다. 팽팽한 활시위에 긴장감이 흐른다. 과녁을 향해 시위를 놓자 화살은 ‘탁, 타닥’ 소리를 내며 쏜살같이 날아간다. 김 회장의 얼굴에 침착한 미소가 번진다.

 

김 회장은 매일 새벽 국궁(國弓)으로 아침을 연다. 그는 “국궁으로 하루의 시작에 활기를 불어 넣는다”며 “활을 쏘다보면 온 정신이 모아지는 느낌”이라고 말한다.


김 회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국궁 마니아다. 그는 집무실 한쪽에 작은 활터를 두고 있다. 전동식 인조 말에 올라앉아 10m 거리의 과녁을 향해 틈틈이 화살을 날린다. 활을 쏘면 회장이라는 무거운 짐을 잠시 동안 날려버릴 수 있다는 것이다.

 

▲ 집무실에서 활시위를 당기고 있는 김 회장.


▲ 김 회장이 '황학정'에서 활을 쏘고 있다.

서울 종로구 사직동 인왕산 기슭에 위치한 국궁장 ‘황학정’(黃鶴亭)은 그의 단골 활터다. 황학정에 들를 때면 집중해서 100발 가량을 쏜다. 지방 출장을 가도 활을 놓지 않는다. 근처 활터를 찾아 어김없이 활을 쏜다. 그는 “국궁은 이제 삶의 일부가 됐다”라며 “활은 내 에너지”라고 자부한다.


김 회장은 40대 후반에 불쑥 찾아온 불청객 때문에 활을 잡았다. 어깨 부위가 쑤시고 아픈 ‘오십견’이 찾아든 것이다. 치료를 위해 유명한 병원이란 병원은 다 찾아 다녔지만 효과를 보지 못했다.

 

그러던 차에 지인인 A은행장이 국궁을 권했다. 김 회장은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국궁을 시작했다. 4개월이 지나자 김 회장을 끈질기게 괴롭혔던 어깨통증이 거짓말처럼 말끔히 사라졌다.


김 회장은 국궁은 경영의 동반자라고 말한다. 국궁이 단순한 운동이 아니라 경영 원리가 담겨 있어 더 좋아하게 됐다는 게 김 회장의 설명이다.

 

국궁에서는 활을 쏠 때 8단계를 거친다. 발 디딤, 몸가짐, 살 메기기, 들어올리기, 밀며 당기기, 만작(滿酌, 활을 최고로 당긴 상태), 발시(發矢), 잔신(殘身, 화살은 몸을 떠났지만 마음은 떠나면 안 된다) 등이다. 김 회장은 이 중에서도 만작의 단계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만작의 단계는 기업이 신규 사업에 진출할 때 시장 동향이나 경쟁 업체 현황 등 다양한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단계와 매우 유사하다”며 “만작이 잘못되면 화살이 과녁에 닿을 수 없는 것처럼 경영도 이 과정이 어긋나면 원하는 성과를 낼 수 없다”고 말한다.


김 회장은 “고도의 집중력과 적절한 타이밍, 날씨 등 외부 변수까지 감안해 과녁을 향해 쏘는 만큼 이를 경영활동에 접목시켜 상당한 성과를 얻고 있다”고 설명한다.


김 회장은 “우리 인생도 국궁과 비슷하지 않나 생각한다. 살아가는 동안 어렵고 힘든 순간이 한 번은 있다”며 “좌절하고 포기하지 말고 다음을 준비해야 한다. 힘든 ‘만작’의 시기가 지나면 힘찬 비상의 순간이 반드시 찾아 온다”고 강조한다.

 

▲ 단원 김홍도가 그린 '활 쏘기와 활 얹기'라는 제목의 작품. (왼쪽) 교사장이 청년에게 활쏘기를 가르치는 모습. (오른쪽 위) 화살이 뒤틀리지 않았나 확인하는 모습 (오른쪽 아래) 활을 얹는 모습.

 

■ 김영훈 대성그룹 회장은 지난 1952년 대구에서 태어났다. 서울대 법대 행정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미시간대 법학석사와 MBA, 미국 하버드대 신학석사를 거쳐 지난 1988년 대성산업의 상무로 합류했다. 기획조정실장(1995년), 대표이사(1997년), 대성에너지·경북도시가스 회장(2000년)을 역임한 뒤 지난 2001년부터 대성그룹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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