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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책] '빨리 빨리'...쓰레기통에 버려라

  • 2014.09.19(금) 09:43

칼 오너리 著 ‘슬로씽킹’

 

지하철 맞은편에 앉은 매력적인 여성이 나를 보며 미소를 짓는다. 같이 미소를 지어 보일 것인가 말 것인가. 3초 안에 판단해야 한다. 오래 생각할 여유 따위는 없다. 상대에 대해 깊은 분석에 빠진다면 그 사람은 어느새 눈앞에서 사라지고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사랑을 늘 속도전 치르듯 할 수는 없다. 순간적인 짜릿함과 그때그때의 감정만 추구하는 패스트푸드 사랑이 과연 오래갈 수 있을까? 또 다른 상대를 찾아 이리저리 떠돌지 않으려면 시간을 두고 안정적인 관계를 형성해야 한다. ‘슬로씽킹’(slow thingking)이 필요한 이유다.

 

모든 것이 빨라지는 시대, ‘미친 속도를 늦추라’는 메시지를 담은 책 ‘슬로씽킹’이 번역 출간됐다. ‘느린 것이 아름답다’의 저자 칼 오너리가 다시 펜을 잡았다. 그는 무조건 ‘빨리 빨리’만 외치지 말고 깊고 신중하게 의사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말한다.


‘빨리 빨리’는 이제 한국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저자는 인간관계, 비즈니스, 정치에 이르기까지 삶의 모든 영역에서 ‘퀵 픽스’(quick fix)에 중독돼 있다고 말한다. 퀵 픽스는 손쉽고 빠른 땜질식 처방을 의미한다. 핀란드 사람들의 말처럼 “껌으로 타이어 펑크를 수리하는 것”과 같다.


문제는 이러한 땜질식 처방으로 근본 문제가 해결되기는커녕 금세 다시 불거져 나온다는 것이다. 정치, 교육, 인간관계, 비즈니스, 외교 등 모든 분야의 문제들은 이전보다 더 복잡하게 얽혀있다. 복잡한 문제에 설익은 대책이 먹힐 리 없다.


문제가 터졌다면 얼렁뚱땅 넘어가서는 안 된다. 기꺼이 과실을 인정하고 정중히 사과해야 한다. 자기 몫의 책임을 분명히 져야한다. 저자는 무엇이 잘못됐는지 최소한 하룻밤은 “왜, 왜, 왜?”를 끊임없이 던지며 답을 찾으라고 조언한다.


이 외에도 저자는 ▲상호 연결된 네트워크를 들여다보며 문제를 전체적으로 다뤄라 ▲디테일에 모든 것을 걸어라 ▲협력해서 문제를 해결하라 ▲크라우드 소싱을 활용하라 등 ‘슬로픽스’(Slow Fix)의 방법을 제시한다.


슬로픽스의 마지막 요소는 ‘진화’다. ‘부부싸움은 칼로 물베기’라는 말처럼 남녀 갈등의 69%는 결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이다. 결국 차이점을 안고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 한다. 적응하고 개선하며 진화해야 한다. 특히나 복잡한 문제를 다룰 때 진화적 접근법은 더욱 빛을 발한다.


이 책의 저자 칼 오너리(Carl Honore)는 ‘이코노미스트’ ‘옵서버’ ‘가디언’ 등에서 기자로 활동했다. 그의 첫 책 ‘느린 것이 아름답다’(In Praise of Slow)는 전 세계 30여개 언어로 번역된 베스트셀러다.

 

[지은이 칼 오너리/ 옮긴이 박웅희/ 펴낸곳 쌤앤파커스/ 416쪽/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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