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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담꾼` 정용진 부회장의 통(通)하는 강연법

  • 2015.04.10(금) 16:29

[50분간 400년을 되돌아본 인문학 강연]
1 재치있는 소재로 웃음 유발 2 풍부한 사례로 쉽게
3 오감을 활용 청중과 호흡 4 리허설·사전준비는 필수

 

"스마트시대에 사고하는 능력을 키우려면 '생각의 근육'을 단련해야 합니다. 읽고 쓰고 토론하기로 생각의 근육을 키우세요 ."

지난 9일 고려대 인촌기념관. 문지애 아나운서의 뒤를 따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조심스럽게 무대로 발걸음을 옮겼다. 인촌기념관을 가득 메운 1000여명의 시선에 긴장했던 탓인지 그의 얼굴은 살짝 굳어있었다.

정 부회장은 이날 신세계그룹의 인문학 중흥사업인 '지식향연'의 첫번째 강연자로 무대에 올랐다. 두 손을 앞으로 모은 그의 모습은 큰 키의 벌어진 어깨와 묘한 대조를 이뤘다.

 

◇ 웃음의 효과  


"오랜만에 대학교 교정을 걸으니 신입생이 된 느낌이랄까요. 아니, 아니 복학생 정도로 하죠."

 

청중들의 웃음을 끌어낸 그는 무대를 좌우로 천천히 옮겨다니며 호기심어린 청중의 시선을 하나둘 붙잡기 시작했다.

"스마트폰 시대에 가장 두려운 게 뭘까요? 바로 배터리 나가는 겁니다."

객석에서 웃음이 터지자 그의 표정은 한결 자연스러워졌다. 손짓에도 자신감이 붙었다. 정 부회장은 5분에 한 번 꼴로 재치있는 농담을 던지며 강연을 풀어갔다.

 

◇ 구체적 사례와 팁


다소 무겁고 전문적인 얘기 뒤에는 알기쉬운 사례를 덧붙였다.

"결정장애라고 들어보셨습니까? (중략) 요기요, 배달의 민족, 배달통 등 요즘 배달앱이 많죠. 그런데 일부 배달앱에선 '아무거나'라는 버튼이 있습니다. 그날 가장 잘 팔리는 메뉴가 오는 건데 그게 꽤 인기가 있다고 해요. 선택을 우리가 하는게 아니라 스마트폰이 하는 거죠."

청중들의 몰입감을 높여가던 정 부회장은 강연 중반에 이르러 인생 선배로서 대학생 후배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얘기를 꺼냈다. ▲인문학적 소양이 담긴 글을 많이 읽고 ▲직접 글을 쓰며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타인의 생각을 이해하는 훈련(토론)을 생활화하라는 것이다.

"어떤 책을 읽을지 막막하다면 역사책을 읽어라", "글 쓰는 게 어렵다면 편지부터 써보라"는 등 구체적인 팁도 제시했다.

 

◇ 눈과 귀를 활용

정 부회장은 강연이 지루하게 흐르지 않도록 청각과 시각자료를 적극 활용했다.

 

그는 강연 중간에 성악가 안드레아 보첼리의 '타임 투 세이 굿바이(Time To Say Goodbye)'의 노래를 들려주며 청중들을 잠시 사색에 빠지게 했고, 한영기 명지대 교수가 쓴 '병자호란'과 조선시대 북학파 지식인 이희경의 책 '설수외사' 등을 프리젠테이션 화면에 띄워 자신의 지식이 이 책에서 나왔음을 알게했다.

 

강연말미에는 지식향연의 의미를 소개하며 "박수 한번 쳐달라"고 청중들의 호응을 유도했다. 강연 초 부끄러움을 타는 소년 같던 그의 모습은 끝날 무렵에는 시장 상인의 활달함으로 바뀌었다.

 

 

◇ 준비된 강연

 

약 50분의 강연에서 그는 역사를 얘기했고, 문학과 예술, 정치인의 삶을 전달했다. 이날 그가 이름을 언급한 인물은 데카르트(프랑스 철학자)를 비롯해 최명길(병자호란 당시 이조판서), 릴케(독일 시인), 올리버 예게스(독일 저널리스트) 등 6명이었다. 시간으로는 약 400년의 역사를 훑었다.

정 부회장은 강연에 앞서 대여섯번의 리허설을 했다고 한다. 스피치 전문강사의 도움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프로는 아니지만 아마추어라고 보기도 어려운 '재담꾼' 정 부회장의 강연에 대학생들은 함께 웃고 생각하며 호흡했다.

현재 신세계 지식향연 페이스북(www.facebook.com/hellossghero)에는 이번 강연에 대한 호평글이 올라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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