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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AI라면 '강남역 사건'도 예방

  • 2016.05.23(월) 16:08

[창간3주년 특별기획 : 산업혁명 4.0]
<1부 세상이 달라진다>인공지능 시대
활용범위 무궁무진..미래산업 핵심 경쟁력
빅데이터 처리능력 관건..인권등 선결과제

▲ 삽화: 김용민 기자 kym5380@
 

2020년 5월17일 새벽 1시20분경 서울 서초구 강남역 인근 한 상가. 지인들과 함께 건물로 들어서려던 홍길순(가명)씨는 건물주변을 배회하던 한 남성을 경계했다. 착용중인 스마트글라스(smart glass)에 경고메시지가 떴기 때문이다. 성범죄 전과가 많아 요주의가 필요한 인물이라는 내용이다. 홍씨는 동행하던 여성 지인들에게 즉시 이 사실을 알려주고 주의할 것으로 강조했다.

 

최근 강남역 인근 상가에서 묻지마 살인사건이 일어나 추모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관련업계는 미래에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를 활용한 범죄예방 시스템이 구축된다면 범죄예방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물론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활용을 위해선 상충작용을 하고 있는 개인정보보호 및 인권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여러 제약조건들을 위한 보안책이 만들어진다는 가정하에서 보면 인공지능의 활용도는 무궁무진할 전망이다.

 

실제로 금융감독원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최근 협약을 맺고 보이스피싱범의 육성 녹음 자료 중에서 범죄 사례가 특히 많은 상습범을 걸러내는 작업에 인공지능을 이용하기로 했다.     

 

뿐만 아니라 인공지능은 IT·유통·금융·관광 등 전 산업과 연계해 본격적인 개화기를 맞을 전망이다. 글로벌 업체들의 인공지능 개발은 소리없이 진행돼 왔다. 특히 올해부터는 글로벌 업체들의 인공지능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 전세계 화두는 '무인차'

무인자동차는 인공지능 개발에 뛰어든 글로벌 업체들의 최대 화두다. 무인자동차는 인공지능 기술을 탑재해 인간의 조종 없이도 스스로 주행할 수 있다. 글로벌 업체들은 미국과 중국시장만 합쳐도 2조달러(2400조원) 규모에 달하는 무인자동차 시장을 노리며 기술개발에 한창이다. 업계는 2025년 전체 자동차의 75%가 무인자동차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가장 발빠르게 나선 업체는 구글, IBM, 바이두 등이다. 구글은 지난 2009년부터 각종 센서와 비디오 카메라, 레이더,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등을 탑재한 무인자동차를 선보이며 업계 선두로 나섰다. 중국에서는 소셜미디어 업체인 바이두가 자동차 업체와 협력해 자동주행 자동차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여기에 테슬라, 볼보, 애플, 혼다, GM 등도 성큼 다가온 무인자동차 시대를 맞아 대대적인 투자를 진행하며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미국은 정부차원에서 자동주행 자동차 시장을 위한 규제를 마련하며 실용화를 서두르고 있다. 지난해 미국 네바다주는 전세계에서 처음으로 구글의 무인자동차에 공식 운전면허를 발급해 자동차 업계에 긴장감을 안겨줬다. 캘리포니아, 애리조나, 하와이 등 미국의 다른 지역에서도 무인자동차 관련 법률을 제정하며 기술도입을 적극적으로 추진 중이다.

 

▲구글은 지난 2014년 프로토타입의 무인자동차를 선보였다. 이 자동차는 운전자 없이도 자동주행이 가능하다. (사진=구글)


◇ 실용화 접어든 인공지능

자동차 외에도 인공지능을 산업에 적용하기 위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구글은 최근 개발자회의에서 음성비서, 스마트 스피커, 모바일 메신저 등 인공지능 기술을 접목한 서비스를 대거 공개했다. 일례로 구글 어시스턴트를 장착한 기기는 사용자가 스마트폰에 '내일 저녁 뭐할까?'라고 말을 걸면 화면에 저녁에 볼 수 있는 영화, 공연, 식당 등이 떠오른다.

구글은 이러한 인공지능 제품 개발에 앞서 지난 15년간 데이터를 저장하고 처리하는 기초 기술을 차근차근 연마해왔다. 인형을 안고 있는 어린아이의 사진을 입력하면 결과값으로 "어린 아이가 인형을 안고 있는 사진"이라는 글자가 떠오르는 소프트웨어 기술은 일례다.

현재 구글은 인공지능을 학습시키는 단계에 와 있다. 인공지능 로봇을 이용해 한국의 3000개 이상의 로맨스 소설을 읽도록 하고 있다. 이 로봇들은 한국의 유명 드라마도 시청하며 '드라마 학습'에 빠져 있다.

IBM의 인공지능 왓슨도 8번째 언어로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 해당 국가의 언어를 습득한 후 지식을 배우도록 한다는 것이 IBM의 전략이다. 왓슨은 미국의 암센터에서 종양학을 배우기도 했다. 미국 MSK암센터에서 1만5000시간 이상 60만건이 넘는 의료 자료를 분석하고 2만6000건의 임상 사례를 검토했으며 150만 환자 의무 기록을 봤다고 한다.

구성기 IBM 글로벌 솔루션 사업본부장은 "왓슨은 처음에는 5가지 기술로 한가지 답변을 내놓을 수 있었지만 지금은 50가지 기본기술을 가지고 30가지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며 "IBM의 소프트웨어 개발팀이 왓슨의 기술을 각종 소프트웨어 제품에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 선다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가 지난주 미국 캘리포니아 마운틴뷰에서 열린 ‘구글 I/O 2016’ 기조연설에서 '구글어시스턴트'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구글)


◇ 의료·금융 적용에도 속도

나아가 인공지능을 의료, 금융, 유통, 호텔관광 등에 적용시키려는 연구도 활발하다. 의료분야의 경우 글로벌 제약사 머크는 신약을 개발하기 위한 후보물질 예측에 인공지능을 활용해 기존의 연구개발기간을 5년에서 1년으로 단축시키고 있다. 국내 벤처기업 솔리드웨어는 기계학습을 금융 분야에 적용해 다양한 예측 모델을 만들어 금융회사의 의사결정을 돕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향후 인공지능이 인터넷과 결합해 미래 산업의 핵심 경쟁력으로 부상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사물인터넷과 빅데이터, 인공지능이 결합해 함께 진화하면서 산업의 전체적인 지형이 변화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특히 빅데이터 처리 능력은 인공지능 시대의 필수 요소로 지적되고 있다. 온라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정보를 기계에 일일히 가르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컴퓨터의 처리능력은 오는 2018년 인간의 두뇌와 동급에 근접하게 되면서 기존의 컴퓨터로 불가능했던 지능적인 작업의 상당부분이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피터 편(Peter Pyun) NVDIA 기술지원 담당자는 "인공지능의 딥러닝 트레이닝을 하기 위해 과거에는 하루 정도의 시간이 필요했지만 이제는 2시간만에 가능하다"며 "이는 1년만에 12배나 속도가 빨라진 것으로 앞으로도 기계의 학습시간은 더욱 단축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 국내업계, 늦었지만 희망있다

국내의 경우 인공지능 기초기술 개발은 느린 수준이다. 지난해를 기준으로 국내 인공지능 관련기업 수는 세계 인공지능기업 수의 2.5∼6.7% 수준에 불과하다.

하지만 국내외 전문가들은 국내 업체들도 인공지능 시대를 맞아 덩치큰 글로벌 업체들의 틈바구니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박명순 SK텔레콤 미래기술원 원장은 "인공지능업계의 글로벌 리더들이 너무 강하지만 새롭게 시도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본다"며 "사용자의 질문과 명령에 답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아마존의 '에코'와 비슷한 사례를 만들 수 있도록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헬렌 김 UC버클리 글로벌 이노베이션 자문관은 "인공지능은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로 이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센서 등 하드웨어를 구축해야 한다"라며 "해외 업체들이 아직 눈을 돌리지 않은 센서분야에서 국내 업체인 두산, 현대 등이 업계를 주도할 기회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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