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⑮좀비기업 줄 돈 스타트업에

  • 2016.06.02(목) 08:39

[창간3주년 특별기획 : 산업혁명 4.0]
<3부 지금부터 시작이다> 구조조정의 방향
'과감하게 바꿔야'..노키아 버린 핀란드 더 강해져
'호흡' 중요..정부 방향잡고 기업은 자생위해 혁신

# 한때 세계 최고였던 휴대폰 회사 노키아는 지난 2011년~2013년 몰락했다. 당시 핀란드 정부와 국민은 노키아를 구하기 위해 발벗고 나서는 대신에 스타트업을 통해 핀란드 경제를 되살리겠다는 선택을 했다. 스스로 생명을 유지하지 못하는 좀비기업을 더 이상 국민의 세금과 금융지원으로 먹여 살리지 않겠다는 국민적 합의가 이뤄진 것이다. (제4차 산업혁명 중에서:하원규·최남희 지음) 

# "제너럴 일렉트릭(GE)은 항공기 엔진이나 발전기 등을 파는 회사입니다. 이제는 기계만 파는게 아니라 그 기계를 운영하고 관리하는 소프트웨어까지 팝니다. 그들 스스로 우리는 소프트웨어 회사라고 말합니다. 경쟁자는 IBM이라고 하더군요."(김진형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장)
 
두 가지 사례는 우리가, 우리 정부가, 기업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말해준다. 기업 구조조정이 한창이다. 금융지원이 아니고선 살 수 없는 중후장대 산업에 여전히 목을 매고 지원을 해줘야 할지, 아니면 그러한 지원역량과 재원을 혁신적인 기술과 아이디어로 무장한 스타트업 기업에 쏟아야 할지 말이다.

▲ GE홈페이지 캡쳐화면

◇ 노키아와 GE가 韓구조조정에 주는 힌트
 
최근 핀란드에선 정부의 다양한 지원에 힘입어 창업 열풍이 불고 있다. 이것이 노키아 시절의 핀란드보다 더 강한 핀란드를 만드는 데 기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제4차 산업혁명의 공동저자 하원규 한국정보통신연구원(ETRI) 초빙연구원은 이 책에서 "4차 산업혁명은 대기업 중심이 아니라 살아서 숨쉬는 무수한 창업 기업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창업기업에 돌아가야 할 투자금융을 갉아먹고 목숨을 연명하는 좀비기업들이 있어선 안된다"며 "그래야 창업기업이 살고 고용이 살아나 모든 국민이 행복해진다"고 언급했다.

그런 의미에서 국내의 상황은 정반대다. 정부가 좀비기업을 연명시키고 양산했다는 비판은 끊이지 않는다. 세계 1위를 자랑하던 조선업이 최대 위기를 맞았다. 이미 수조원을 쏟아부었고, 앞으로 얼마가 더 들어갈지도 모른다. 이들을 지원하기 위해 정부는 국책은행에 또다시 수조원의 자금을 댈 판이다. 산업재편은 여전히 구호에 불과하다.
 
'창조경제' 역시 이름값을 하지 못한다. 관제방식으로 추진되기 때문이다. 창조금융은 시장원리 아래 다양한 금융지원 솔루션을 제시하는 대신 은행들 팔을 비틀어 짜냈다. 실적에 따라 줄을 세우는 웃지 못할 일도 벌어졌다. 창조경제혁신센터는 대기업 팔을 비틀어 만들었다. 둘다 정권이 바뀌면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 미국 실리콘 벨리는 고사하고 핀란드와 같은 창업열풍도 요원해보인다.

4차 산업혁명에 대한 기업과 정부의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 GE가 소프트웨어를 기계에 접목하면서 내세운 '산업 인터넷'은 미국의 4차 산업혁명의 토대이자 모델이 됐다. 김진형 소장은 "GE가 소프트웨어 회사라고 말하는 것은 이미 모든 산업에 소프트웨어가 들어가 있다는 것을 뜻한다"며 "우리는 소프트웨어를 별도의 산업으로 인식하고 있고 그마저도 전체 산업에서의 비중이 1%밖에 안된다"고 꼬집었다.


◇ 정부가 주도하고 기업은 적극적인 참여

해외사례를 보자. 미국의 경우 산업인터넷 전략이 GE에서 시작됐듯 사실상 민간 기업의 자생적인 노력으로 출발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정부도 방향을 잡고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GE, 시스코, 인텔, IBM 등 5개 기업의 주도로 만든 '산업인터넷 컨소시엄(IIC)'에 정부는 적극적인 협력과 지원을 약속했다.

이외에도 마이크로소프트 등이 참여하는 올신 얼라이언스(AllSeen Alliance), 시스코 GE 등이 참여하는 OIC(Open Interconnect Consortium), 스레드(Thread) 등이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기 위한 민간기업의 연합이다. 이외에도 정부와 민간, 학계 등으로 구성된 협의체 등을 통해 다양한 ICT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제조업 기반의 독일도 제조의 고도화, 스마트 공장 구축을 목표로 다양한 액션플랜을 추진하고 있다. 독일정부는 기존의 하이테크 전략 2020을 기반으로 통합적인 기술혁신 정책을 실시하는 인더스트리 4.0을 추진한다. 작업 그룹엔 보쉬, 지멘스 등의 기업과 독일 공학아카데미, 복수의 대학 및 공과대학 등 학계 관계자, 전자공업 및 기계 공업 업계 관계자 등으로 구성했다.

일본은 지난해 4차 산업혁명이 급부상하면서 뒤늦게 이 대열에 합류했다. 일본재흥전략 2015에서 처음으로 산업혁명을 언급한 이후, 치밀하게 준비하고 있다. 또 미국의 산업인터넷, 독일의 인더스트리4.0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상대적으로 경쟁력 있는 로봇기술을 활용해 로봇 신전략도 발표했다. 한발 늦은 만큼 정부 주도로 강력하게 밀어부치는 동시에 전략방향도 시기별 정책별로 구체적이고 치밀하게 세워 추진하고 있는게 특징이다.


◇ 콘트롤타워 중심돼 '강점 살릴 전략' 짜야

우리는 이들 해외 국가보다 크게 뒤쳐진만큼 더욱 치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는 최근 보고서에서 "작은 시행착오까지도 최소화할 수 있는 정책 시나리오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콘트롤타워 없이 중구난방 식의 근시안적인 정책 추진도 문제다. 미래창조과학부와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연말 스마트센서, 3D프린팅, 사물인터넷 등 8대 스마트제조기술을 강화하기 위해 '스마트제조 R&D 중장기 로드맵'을 발표했지만 전문가들은 이것만으로 4차 산업혁명에 즉각적이고 탄력적으로 대응하기엔 역부족이라고 지적한다.

지난 3월엔 정부가 삼성전자, 현대차, 네이버 등 국내 주요 대기업과 민간 주도의 인공지능연구소를 설립하기로 했고, 지난 4월엔 신산업 육성 등을 통한 산업개혁 지원방안도 내놨다. 하지만 여전히 근시안적이고 민간 기업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내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게다가 일본은 로봇기술, 미국은 제조업과 글로벌 IT기업, 독일은 제조업 등 각 국의 강점을 살리는 방향에서 추진되는 만큼 우리 역시 강점을 살릴 수 있는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는 "트렌드를 쫒아 전략을 수립하는게 아니라 기존의 ICT강점을 적극 활용하기 위한 객관적인 현황점검이 필요하다"며 "이를 토대로 대기업은 물론이고 중소기업도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독려하는 방안이 나와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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