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식품업계 귀한 몸 '혼족'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2015년 국내 1인 가구는 506만가구였다. 전체 가수수 대비 27%를 기록했다. 우리나라 전체가구의 4분의 1 이상이 1인 가구다. 2020년에는 508만 가구, 30%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1인 가구 증가는 그동안 우리나라의 기본적인 가구형태인 4인 가구가 줄어들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식품 소비트렌드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소분·소용량 제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편의성이 강조된 조리식품 등 ‘간편식’ 수요도 확대됐다. 1인 가구일수록 직접 음식을 해먹기 보다는 외식이나 간편식을 선호한다.
▲ 자료:삼성경제연구소 (단위:만가구·%) *2020년은 예상치 |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4년 기준 1인 가구의 월평균 식품비는 2인 이상 가구의 74.4%에 불과했지만, 엥겔계수는 29.2%로 2인 이상 가구보다 높았다. 특히 즉석동결식품에 대한 지출액은 2인 이상 가구를 100으로 봤을때 119.4에 달했다. 그만큼 1인 가구의 간편식에 대한 수요가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식품업체들은 1인 가구일수록 간편하게 완성된 음식을 섭취하는 것을 선호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최근 국내 HMR(가정간편식)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는 배경이다. 한국농식품유통교육원에 따르면 2010년 7700억원 규모였던 국내 HMR 시장은 올해 3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 자료:한국농식품유통교육원 (단위:억원) |
HMR 제품의 경우 부가가치도 높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가정식대체식품산업의 현황과 과제' 보고서에서 "HMR 제조업체의 부가가치율은 42.4%로 식음료 제조업 전체 부가가치율 35.5%보다 높다"며 "영업이익률도 10.5% 수준으로 우리나라 산업별 평균 영업이익률 8.3%보다 높은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심리 위축으로 수익성 저하에 시달리는 식품업계에게 HMR 수요확대는 호재"라며 "뚜렷한 수요층이 있는데다 수익성도 좋아 여러 업체들이 큰 관심을 갖는 다"고 전했다.
◇ 대형사, 가정간편식 선점 경쟁 치열
HMR 제품은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과거에는 데워먹는 '레토르' 형태에 국한됐다면 최근에는 간단한 조리를 통해 식당에서 먹는 것과 거의 동일한 메뉴를 다양하게 즐길 수 있다. 스테이크는 물론 파스타, 각종 국과 반찬 등 종류도 다양해 혼자서도 잘먹을 수 있는 제품들이 대거 출시돼있다.
국내 HMR 시장을 이끄는 것은 대형 식품업체들이다. 생산능력과 유통망이 좋은 대형 식품업체가 상대적으로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CJ제일제당과 신세계 계열의 신세계푸드와 이마트, 오뚜기, 동원홈푸드 등이 선두업체다.
CJ제일제당의 경우 '비비고'와 '컵반' 등으로 HMR 시장에 진출했다. '컵반'은 2015년 출시 이후 첫해 2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작년에는 400억원으로 매출이 두배로 늘었다. CJ제일제당 HMR 부문 매출은 작년 1000억원에서 올해는 2100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작년에는 논산·진천공장에 HMR 전용 생산라인을 구축하는 등 HMR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신세계푸드는 한식뷔페 브랜드인 '올반'을 통해 HMR제품을 내놓고 있다. 상온 보관이 가능한 제품을 내놓는 등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이마트는 PB브랜드인 '피코크'를 앞세워 HMR 시장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특히 피코크는 2013년 각종 반찬 등 250종을 선보였다. 작년에는 라인업을 강화해 제품수를 1400종으로 늘렸다. 매출도 급성장했다. 첫해 340억원이었던 매출이 작년에는 1900억원까지 증가했다.
오뚜기의 경우 2015년 '오뚜기 볶음밥'으로 출시 1년만에 냉동볶음밥 시장의 최강자로 등극했다. 다음 타자로 냉동피자를 선보이며 신시장을 개척했다. 오뚜기 냉동피자는 작년 매출 130억원을 기록했다. 오뚜기는 올해 냉동피자 매출을 400억원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동원F&B는 작년 국내 최대 온라인 HMR업체인 '더 반찬'을 인수하면서 급성장하고 있다. 올해 HMR 부문 매출 500억원을 시작으로 오는 2019년에는 1000억원을 달성하겠다는 포부다. 최근에는 서울 금천구 가산동에 HMR 신공장을 짓고 본격적인 시장공략에 나섰다.
◇ 후발사도 공장건립·제휴·제품개발 '잰걸음'‥과열 우려도
대형식품사들이 시장을 선점한 가운데 여타 식품 업체들도 HMR 시장 진입을 준비하고 있거나 타진중이다. 기존 사업군으로는 더 이상 수익을 내기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때문이다. 식품업체들에게 HMR 시장은 '블루오션'인으로 평가된다.
오리온은 농협과 손잡고 HMR 시장 진출을 준비중이다. 경남 밀양에 연면적 9900㎡ 규모의 HMR 공장을 짓고 있다. 농협의 우리 농산물을 주재료로 HMR 제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빙그레도 냉동 유통망을 활용해 냉동식품 위주의 HMR 라인업을 구축, 시장공략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SPC삼립도 최근 HMR 제품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시장에 뛰어들었다.
후발업체 관계자는 "국내 HMR 시장은 이미 대기업들이 선점하고 있지만 동시에 시장의 범위를 넓혀 놓은 측면도 있다"면서 "후발주자로서 상대적으로 불리한 것이 사실이지만 시장 성장속도가 큰 만큼 그들과 차별화된 제품을 앞세워 넓어진 시장에 안착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시장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우려도 나온다. HMR 시장의 주 타깃은 1인 가구다. 1인 가구의 증가는 단기적으로는 폭발적인 수요를 창출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저출산이 심화돼 미래 수요가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는 지적이다.
LG경제연구원은 "1인 가구의 확산에 따른 효과는 결국 저출산·고령화로 이어지면서 미래 소비여력을 줄이는 만큼 장기적으로 지속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LG경제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2020년에는 1인 가구의 증가세에 힘입어 전체소비가 2012년 대비 2.1% 높아진다. 하지만 2030년에는 고령화가 소비에 미치는 부정적인 효과가 커져 전체소비가 2020년 대비 0.9% 낮아지는 것으로 조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