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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업계 신 키워드는 '가심비'

  • 2018.02.01(목) 11:23

가격보다 심리적 만족 방점…저성장 그늘 지적도
캐릭터 상품부터 식품·가전 등으로 확산
설 선물세트도 '가심비' 겨냥한 제품 봇물

올해 유통업계의 신(新) 소비 트렌드로 '가심(心)비'가 주목받고 있다. 작년까지 한동안 가격 대비 성능을 일컫는 '가성비'가 소비 트렌드였다면 최근에는 가격 대비 심리적인 만족도를 뜻하는 '가심비'가 새롭게 등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트렌드에 민감한 업체들이 잇따라 가심비에 포커스를 맞춘 제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 급부상한 '가심비'

가심비는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가 전망한 2018년 소비 트렌드 중 하나다. 가성비에 마음 ‘심(心)’을 더해 가성비는 물론 심리적 만족도를 중시하는 소비 트렌드를 말한다. 비록 높은 가격을 지불하더라도 구입했을때 만족은 물론 안심하고 믿을 수 있는 구매의사 결정이 이뤄진다는 의미다. 가심비는 작년에 있었던 살충제 계란 파동, 발암물질 생리대 사태 등이 불거지면서 더욱 주목받게 됐다.

가심비는 단순히 나에게 필요한 물건을 구매할 때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나에게 꼭 필요하지 않아도 좋아하는 캐릭터 상품이나 취미 생활 관련 상품을 구매하는 데에 돈을 아끼지 않는 것도 포함된다. 더불어 사회적 약자를 돕기 위한 제품 구매에도 가심비가 적용된다. 종전의 가성비가 가격과 성능에 주안점을 둔 것이라면 가심비는 심리적 만족도에 방점이 찍혀있는 트렌드인 셈이다.


하지만 가심비 현상 확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가심비 위주의 소비는 저성장 시대의 그늘이라는 지적이다. 소비자들이 저성장 시대에 흔히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을 해소하기 위해 추구하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녹록지 않은 현실과 각자가 처한 상황에 대한 비관을 소비를 통해 분출하고 해결하려하는 현상의 일환이라는 주장이다.

기업들은 현재 가심비 현상 확대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마케팅에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가뜩이나 내수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유통, 식품 업체들의 경우 이런 트렌드 변화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최근 각 업체들이 잇따라 가심비를 앞세워 다양한 제품과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 캐릭터·식품업계에 부는 '가심비' 바람

가심비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가장 크게 성장하고 있는 분야가 캐릭터 시장이다. 소비자들이 자신들이 좋아하는 캐릭터 상품을 구매하면서 심리적인 만족감을 얻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국내 캐릭터 시장은 매년 성장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지난 2011년 7조원 규모였던 국내 캐릭터 시장은 2016년 11조원을 넘어섰다. 올해는 더욱 큰 폭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캐릭터 시장이 가심비 현상의 혜택을 입은 시장이라면 식품 시장은 가심비를 적극 활용하고 있는 대표적인 곳으로 꼽힌다. 중장년층을 중심으로 자신에게 큰 돈을 들여 선물하는 이른바 '셀프 선물' 등이 새로운 아이템으로 자리잡고 있다. 특히 갱년기를 앞둔 여성들을 중심으로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셀프 선물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 자료 : 한국콘텐츠진흥원(단위 : 억원).

더불어 1인 가족 증가로 최근 새롭게 큰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가정간편식(HMR) 시장도 가심비를 노린 마케팅이 한창이다. 혼밥족에게 편의성과 동시에 집밥 느낌의 한끼를 제공해 심적인 만족을 줘 판매를 늘리겠다는 계산인 셈이다. 최근 많은 식품 업체들이 잇따라 냉장, 냉동, 상온 HMR들을 대거 선보이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식품업체 관계자는 "1인 가구가 크게 늘어나면서 '혼밥족'들을 겨냥한 다양한 제품들을 선보이고 있다"며 "과거에는 단순히 한끼를 든든하게 채우는 것에 주안점을 뒀다면 이제는 집에서 엄마가 차려주는 밥상을 받는 느낌을 가질 수 있도록 해 심리적인 만족감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들을 모색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 설 선물도 '가심비'가 대세


가심비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이제는 설 선물세트도 가심비에 맞춘 제품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가심비 선물세트는 연휴 기간동안 홀로 즐기거나 여행을 떠나는 20~30대 욜로(YOLO)족 등을 겨냥한 것들이 많다. 판매처도 백화점 등 뿐만 아니라 우리 생활 근처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편의점 등으로 확대돼 가심비를 앞세운 업체간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다.

CU의 경우 '샤오미 에어2 공기청정기', '빈쿠르즈 에스프레소 머신' 등을 가심비 상품으로 선보였다. GS25는 명품백은 물론 안마의자나 무선청소기 등을 설 선물로 내놨다. 세븐일레븐도 휴대용 블루투스 노래방 무선마이크, 남성 전용 고체 샴푸 등을 판매하고 있다.

▲ 세븐일레븐이 선보인 가심비 상품.

온라인 쇼핑몰이나 홈쇼핑에서도 가심비는 이제 주요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이베이코리아의 종합 쇼핑몰 G9에서는 가심비 높은 선물세트로 무술년을 기념한 ‘시로&마로 기프트 세트'와 ‘천지양 홍삼정 마일드 플러스’ 등을 내뇠다. 롯데홈쇼핑은 가심비 높은 글로벌 가전제품들을 선보였다. 독일 '블롬베르크 의류건조기', 일본 '발뮤다 토스터기', 스위스 '유라 커피머신' 등이 대표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가심비 트렌드는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미 오프라인 매장 뿐만 아니라 온라인 쇼핑몰 등에서도 가심비 트렌드에 맞춘 각종 기획전과 상품들을 쏟아내고 있다. 유통업계가 트렌드에 민감한 만큼 가심비에 맞춘 상품들은 앞으로도 더 많이 개발, 판매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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