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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한숨 돌린 CJ오쇼핑, 문제는 다음

  • 2018.06.20(수) 16:45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결과 '5039억원'…합병 진행
여전히 합병 시너지 의구심…청사진 현실화 관건

주가가 좀처럼 오르지 않아 노심초사하던 CJ오쇼핑이 한숨을 돌렸습니다. CJ E&M과 합병에 따른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결과가 대략 예상 수준에 그쳤기 때문입니다. CJ오쇼핑과 CJ E&M은 그동안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가격보다 주가가 낮아 애를 태워왔습니다. 합병에 반대하는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규모가 커질 경우 합병 무산은 물론 시장의 신뢰를 잃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CJ그룹은 애초 CJ오쇼핑과 CJ E&M의 합병에 따른 주식매수청구 예산으로 5000억원 가량을 준비해뒀습니다. 따라서 실제 주식매수청구 행사 규모가 이 금액을 크게 웃돌면 CJ그룹이 이번 합병을 없던 일로 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20일 공시에 따르면 이번 합병에 반대하는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는 총 5039억원 규모였습니다.

애초 예상했던 5000억원은 넘어섰지만 합병을 취소할 만큼은 아니라는 것이 CJ그룹의 입장입니다. 이에 따라 CJ오쇼핑과 CJ E&M은 이사회를 열고 예정대로 합병을 추진키로 했습니다. 그동안 시장에 흘러나왔던 CJ헬로비전 지분 매각 등 주가부양책은 없던 일이 됐습니다. 다만 부족한 실탄은 초단기 차입금 등을 통해 해결하겠다는 것이 CJ그룹의 생각입니다.

CJ오쇼핑으로서는 큰 고비를 넘긴 셈입니다. 사실 이번 합병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은 이유는 시장의 시선이 좋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굳이 왜 서로 다른 업종을 통합하려고 하는지에 대해 설명이 신통치 않았다는 지적이 많았습니다. 아직은 생소한 '글로벌 융복합 커머스 기업'의 실체가 무엇인지에 대한 궁금증을 충분히 해소해주지 못한 탓이 큽니다.

 


CJ그룹은 아마존도 프라임서비스라는 콘텐츠를 통해 커머스와 연계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고, 할리우드 메가히트 영화 중 상당수가 커머스 사업과 연계해 수익을 내는 모델임을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투자자들을 이해시키기에는 부족했습니다. 이번에 합병에 반대한 주주들은 CJ그룹이 내놓은 청사진을 이해할 수 없다는 의사를 표명한 겁니다.

CJ그룹은 이번 합병을 강행키로 했지만 반대 의사를 표명한 5039억원이라는 숫자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CJ오쇼핑과 CJ E&M의 합병으로 탄생할 CJ ENM의 시가총액이 5조원 수준임을 고려하면 전체의 약 10%에 해당하는 투자자들이 반대 의사를 내놓은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는 절대 적지 않은 숫자입니다. 더불어 합병 법인인 CJ ENM의 단기적인 재무 부담도 커질 것이 분명합니다.

또 하나 눈여겨봐야 할 점은 주식매수청구권 신청 기간 CJ그룹이 부단히 주가 부양책을 내놨지만 시장의 반응이 냉랭했다는 점입니다. CJ그룹은 할리우드 제작사와 영화제작 계획을 발표했고, CJ오쇼핑은 동유럽 홈쇼핑 업체 인수 검토 소식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자사주도 소각했습니다. CJ E&M의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 경영권 인수 검토도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CJ오쇼핑의 주가는 계속 부진했습니다. 합병을 발표했던 지난 1월 17일 CJ오쇼핑의 주가는 25만5000원이었습니다. 하지만 주식매수청구권 신청 마감일인 지난 18일의 주가는 21만8200원에 그쳤습니다. 합병 발표 당시보다 14.4%나 떨어진 가격입니다. CJ E&M의 주가도 같은 기간 10.1% 하락했습니다. CJ그룹과 CJ오쇼핑, CJ E&M의 주가 부양 노력에 대해 시장은 고개를 돌렸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물론 합병 추진을 결정한 20일 CJ오쇼핑의 주가는 8% 가까이 올랐습니다. 불안한 시선도 있지만 합병에 대한 기대감도 일면 엿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숱한 악재에도 합병을 강력하게 밀어붙이는 CJ그룹의 추진력에 대한 신뢰로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업계에서는 여전히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습니다. 아직 뚜렷한 실체가 없는 합병인 만큼 CJ그룹이 내놓은 청사진이 얼마나 현실화할 것인가를 '매의 눈'으로 지켜본 후에 판단하자는 분위기입니다. 


한 증권사 에널리스트는 "시작부터 뚜렷한 청사진이 없이 뜬구름 잡는 이야기로 합병 시너지를 이야기해왔다"며 "구체적인 숫자도, 합병 이후 모습도, 어떤 모델인지도 명확한 설명이 없어 시장의 불신을 키웠다. 일단 합병을 진행하기로 한 만큼 이후 CJ ENM이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자세히 들여다볼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투자자의 10%가량이 반대하는 합병임에도 CJ그룹이 합병을 강행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겁니다. 이제 시작 단계인 데다 우리나라에서는 처음 시도하는 모델인 만큼 구체적인 모습을 보여주기에는 아직 시간이 부족한 면도 있습니다. 그래서 CJ그룹 입장에서는 시장의 반응이 서운할 법도 합니다.

하지만 오는 7월 1일 합병 법인인 CJ ENM이 출범한 이후에는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CJ그룹이 제시했던 청사진이 얼마나 구체적으로 실현될지 여부에 많은 투자자와 업계의 눈이 쏠릴 겁니다. 만일 '그럴 줄 알았어'라는 평가가 나온다면 CJ그룹에 대한 시장의 의심은 더욱 커질 겁니다. 갖은 어려움을 뚫고 시작하는 CJ ENM이 이제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것은 저만의 생각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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