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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CJ오쇼핑의 깊어가는 고민

  • 2018.06.01(금) 09:46

주가 계속 하락…주식매수청구 금액 밑돌아
자사주 소각 카드 빼들었지만 시장은 '글쎄'

최근 한 행사장에서 CJ오쇼핑 관계자를 만났습니다. 안에서는 한창 행사가 진행 중이었는데 그는 혼자 밖에서 휴대폰을 응시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표정이 무척 좋지 않았습니다. 걱정스러운 마음에 "무슨 일이 있냐"고 물었더니 휴대폰을 보여주더군요. 휴대폰에는 CJ오쇼핑의 주가에 관한 기사가 보였습니다.

요즘 CJ오쇼핑이 깊은 시름에 빠져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던 주가 때문입니다. 기업의 주가는 오를 때도 있고 떨어질 때도 있는데 그게 무슨 대수냐고 하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CJ오쇼핑이 처한 상황을 보면 주가 부진은 큰 고민거리입니다. 바로 CJ E&M과의 합병을 앞두고 있어서입니다.

회사가 합병하면 주주들은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주식매수청구권은 주주총회에서 특별결의사항에 반대의견을 갖는 주주가 회사 측에 자기가 보유한 주식을 정당한 가격으로 매수해 줄 것을 청구하는 권리를 말합니다. 이번 CJ오쇼핑과 CJ E&M의 합병 건도 마찬가지입니다. 두 회사의 합병을 반대하는 주주는 주식매수청구권을 요청할 수 있습니다. CJ오쇼핑과 CJ E&M은 주주의 이 요구를 받아들여야 합니다.

문제는 가격입니다. CJ오쇼핑의 주식매수청구가격은 22만7298원. CJ E&M은 9만3153원입니다. 최근 2개월, 1개월, 1주일간 거래량을 기반으로 가중평균주가로 산출한 금액입니다. CJ오쇼핑과 CJ E&M의 합병법인인 CJ ENM은 오는 7월 출범할 예정입니다. 그 전에 주식매수청구권을 요구한 주주들의 주식을 사줘야 합니다.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기간은 지난 29일부터 다음 달 18일까지입니다. 


그런데 CJ오쇼핑의 주가가 신통치 않습니다. 주식매수청구가격보다 주가가 낮을 경우 주주들로서는 주식매수청구권 요구가 유리합니다.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주식 가격이 주식매수청구가격보다 낮으니 당연히 비싸게 파는 것이 좋습니다. 따라서 주가가 계속 주식매수청구가격보다 낮을 경우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는 주주들이 늘어날 겁니다. 이는 그만큼 CJ그룹의 부담이 커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주가를 한번 살펴볼까요? 합병을 발표했던 지난 1월 17일 CJ오쇼핑의 주가는 25만5000원이었습니다. 하지만 이후 주가는 내리막길을 걷습니다. 지난달 31일 CJ오쇼핑의 주가는 22만2700원으로 마무리했습니다. 합병발표일과 비교하면 12.6%나 하락했습니다. 이날 주가는 주식매수청구가격 대비 2.06% 낮습니다. 주가 추이를 계속 지켜봐야겠지만 현재 상황은 녹록지 않다는 게 주된 의견입니다.

CJ그룹은 이번 합병에 따른 주식매수청구 예산으로 5000억원 가량을 확보해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일각에서는 만일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규모가 5000억원을 넘어설 경우 CJ그룹이 합병을 재고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만일 이렇게 된다면 CJ그룹이 내세웠던 CJ오쇼핑과 CJ E&M의 합병을 통한 글로벌 융복합 커머스 기업 도약이란 계획이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CJ오쇼핑과 CJ E&M의 합병에 대해 시장은 왜 이렇게 냉담한 것일까요? 한마디로 "합병 시너지가 있을지 의심스럽다"는 의견이 많기 때문입니다. 증권가에서는 서로 다른 이종(異種) 사업간 합병에 그다지 호의적인 시선을 보내지 않고 있습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굳이 왜 합병을 하려는지 알 수가 없다"며 "얼마 전 설명회에서도 시너지에 대한 장밋빛 전망만 내세웠을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 CJ오쇼핑 사옥.

그동안 업계에서는 CJ그룹이 CJ오쇼핑의 주가 부양책을 내놓지 않겠느냐는 기대가 많았습니다. 주가 흐름이 신통치 않은 만큼 그룹이 움직이지 않겠느냐는 전망이었죠. 이 예상은 적중했습니다. CJ오쇼핑은 주가 부양을 위한 대책의 하나로 자사주 소각 카드를 빼 들었습니다. CJ오쇼핑은 보유 중인 자기주식 18만6320주 전량을 소각하기로 했습니다. 이번 소각 규모는 전체 상장주식의 약 3%에 해당하는 물량으로 시가 기준으로는 약 420억원 규모입니다.

CJ오쇼핑은 "이번 소각으로 CJ오쇼핑의 전체 발행 주식 수가 3% 줄면 이론적으로 주가가 3%가량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번 자기주식 소각 결정은 그동안 일관되게 추진해 온 주주가치 제고 노력의 일환”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올해 배당성향은 15% 이상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합병 후에도 매년 초 배당성향을 제시하는 예측 가능한 배당정책을 통해 합병에 따른 기업가치 상승을 주주와 나눌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늦은 감이 있지만 CJ오쇼핑도 주주가치 제고에 더 신경을 쓰기로 한 겁니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신통치 않습니다. 자사주 전량 소각 카드에도 이날 CJ오쇼핑의 주가는 오히려 전날보다 1.02% 하락했습니다. 시장에서는 "이 정도로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시그널을 준겁니다. CJ오쇼핑으로서는 골머리를 앓을 수밖에 없게 됐습니다.

앞으로 영업일수를 고려하면 CJ오쇼핑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기간은 이제 9일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그 기간동안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릅니다. CJ오쇼핑과 CJ E&M의 주가가 다시 상승해 주식매수청구금액을 넘어설 수도, 그 반대 경우가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다만 후자의 경우라면 CJ그룹엔 타격이 불가피해 보입니다.

CJ그룹과 CJ오쇼핑, CJ E&M은 지금 살얼음판을 걷고 있을 겁니다. "아직은 여유가 있다"고는 하지만 내심으로는 무척 불안할 겁니다. 매일매일 주가 상황을 체크하면서 속이 타들어갈겁니다. 행사장 밖에서 어두운 얼굴로 휴대폰을 응시하던 그 관계자의 표정이 아마 현재 CJ오쇼핑의 심리상태와 똑같을 겁니다. CJ오쇼핑과 CJ E&M의 합병. 앞으로 어떤 식으로 전개될지, 과연 시장은 마음을 바꿀지 관심있게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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