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들이 선보이는 설 선물세트에는 그 해의 소비 트렌드가 반영된다. 지난 2017년 김영란법이 시행되자 백화점들이 일제히 가격대비 성능이 뛰어난 이른바 '가성비'가 높은 선물세트를 내놓았던 것이 단적인 예다. 그렇다면 올해는 백화점들이 어떤 콘셉트의 선물세트를 선보였을까.
◇ 기준점은 '10만원'
올해 백화점들이 선보인 선물세트들의 공통된 특징은 가격이다. 대부분 '10만원'을 기준점으로 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설 선물을 정할 때 가장 적절한 가격대로 10만원선을 고려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아울러 지난해 김영란법이 개정되면서 10만원대 선물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 점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롯데백화점은 올해 설 선물세트에서 10만원 이하 상품을 전체 수량의 20% 이상으로 구성했다. 특히 10만원 이하 농·축·수산물 선물세트의 품목 수를 전년보다 10% 이상 많은 500여 개로 늘렸다. 아울러 10만원 이하 프리미엄 선물세트를 '유니크L'이라는 카테고리로 따로 묶어 소비자들이 손쉽게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 롯데백화점이 선보인 설 선물세트. |
현대백화점은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 농·축·수산물 선물세트를 10만원대로 구성해 선보인다. 특히 한우의 경우 올해 도축 물량 감소로 시세가 최대 10% 올랐음에도 고객들이 많이 찾는 10만원대 한우 선물세트의 판매 가격을 동결했다. 또 제주산 참가자미를 구이용으로 먹을 수 있도록 손질한 '제주 손질가자미 세트'(10만원), 사과 8개, 배 6개로 구성된 '현대명품 사과·배 매 세트'(18만원) 등도 내놨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명절 관련 선물세트의 경우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 가격대가 10만원대"라며 "10만원 안팎의 가격이 상대에게 선물하기에 가장 적절하다는 인식이 많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실제 매년 명절 선물세트의 판매량을 집계해보면 10만원대 선물세트의 인기가 가장 높았다"고 밝혔다.
◇ '프리미엄' 수요 여전
설 선물 세트의 대세는 10만원대지만 이와는 별개로 프리미엄 선물세트를 찾는 수요도 여전히 많다. 선물을 받는 사람에게 좀 더 특별하고 럭셔리한 선물을 하고픈 마음을 담아내기 위해 백화점들도 이런 수요에 맞는 선물세트들을 매년 구성해 선보이고 있다.
실제로 롯데백화점이 지난해 추석 때 선보인 135만원짜리 한우 선물세트는 준비 물량 100세트가 모두 완판됐다. 세계 최정상(샴페인+코냑) 세트 역시 가격이 1000만원에 달하는 데도 준비 물량 10세트가 모두 소진됐다. 경기침체 등과 상관없이 초고가 선물세트를 원하는 수요가 존재한다는 증거다.
▲ 현대백화점의 정육 세트. |
이에 따라 롯데백화점은 올해 최상위 등급의 구이용 부위들로 구성한 프리미엄 한우 선물세트 ‘L-NO.9 세트’를 135만원에, 최상급 참조기만으로 꾸려진 ‘영광 법성포 굴비세트 황제’를 250만원에 내놨다. 또 보르도 최고의 빈티지 중 하나로 평가받는 2005년 빈티지 와인을 담은 'KY 세기의 빈티지 와인세트 2호'를 250만원에 준비했다.
현대백화점도 1등급 등심 로스 0.9kg, 불고기 0.9kg, 국거리 0.9kg로 구성한 '현대특선한우 죽 세트'(30만원), 1등급 찜갈비 1.1kg, 1등급 등심 불고기 0.9kg, 국거리 0.9kg로 구성한 '현대특선한우 국 세트'(36만원) 등 상대적으로 고가에 해당하는 프리미엄 선물세트를 선보였다.
◇ '돼지고기'의 등장
올해 설 선물 세트에서 가장 눈에 띄는 이색 아이템은 바로 '돼지고기'다. 올해가 황금돼지해라는 점에 착안, 백화점들은 그동안 설 선물세트에 넣지 않았던 돼지고기를 새로운 아이템으로 추가했다. 롯데백화점은 '동물복지 돈육세트'를 200세트 한정으로 8만8000원에, '흑돼지 돈육혼합세트'를 8만8000원에 판매한다. 신세계백화점도 프리미엄 국내산 삼겹살과 목살(듀록포크 스테이크, 10만원)을 선물세트로 내놨다.
1, 2인 가구 증가와 함께 김장을 하지 않는 가구가 늘고 있다는 점에 착안한 선물세트도 등장했다. 신세계백화점은 명절 선물로는 처음으로 '‘조선호텔 승건지 김치 세트(8만원)'를 선보였다. 여기에 360년에 걸쳐 내려온 종가의 비법으로 만든 ‘기순도 전통 쌀 식혜 세트(4만6000원)’도 판매한다.
1, 2인 가구 증가와 함께 김장을 하지 않는 가구가 늘고 있다는 점에 착안한 선물세트도 등장했다. 신세계백화점은 명절 선물로는 처음으로 '‘조선호텔 승건지 김치 세트(8만원)'를 선보였다. 여기에 360년에 걸쳐 내려온 종가의 비법으로 만든 ‘기순도 전통 쌀 식혜 세트(4만6000원)’도 판매한다.
▲ 신세계벡화점이 내놓은 정육 선물세트. |
이밖에 새우살과 피뿔고둥살, 관자살을 개별 포장한 '혼술 세트(10만원)'도 내놨다. 혼술족들을 겨냥한 상품이다. 현대백화점은 유명 맛집과 협업한 선물세트를 내놨다. '게방식당'의 레시피로 만든 '게방식당 간장 전복·새우장(15만원)', 포천 이동폭포 갈비와 협업한 '포천 이동폭포갈비 세트(17만원)', 대파를 이용해 단맛을 내는 것이 특징인 '마포서서갈비 세트(15만원)' 등이 대표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우, 굴비, 과일 등 전통적인 명절 선물세트 외에 새로운 형태의 아이템에는 그 해 시대상을 반영하는 제품을 많이 준비하는 편"이라며 "올해는 황금돼지해를 맞아 돼지고기가 등장한 것이 특이할만한 현상으로 보인다. 아울러 1, 2인 가구를 겨냥한 선물세트는 앞으로도 꾸준히 나올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