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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사업가 사라지고 장사꾼만 남은 '맘스터치'

  • 2020.07.10(금) 10:31

사모펀드 인수 후 소비자 불만 높아져
인기메뉴 단종→재출시→자화자찬 '눈살'

수년간 패스트푸드 업계는 지각변동을 겪어왔습니다. 맥도날드와 롯데리아, 버거킹이 경쟁하는 3강 구도는 치열합니다. 이런 쟁쟁한 업체들 사이를 비집고 패스트푸드 업계에 '별'이 하나 나타났습니다. 맘스터치입니다.

최근 몇 년 사이 맘스터치 성장세는 눈부셨습니다. 하지만 벌써 '별'이 지지 않을런지 걱정이 앞섭니다.

맘스터치는 태생부터 드라마틱했습니다. 지난 1997년 해외 치킨 브랜드 '파파이스'를 운영하던 TS푸드앤시스템즈에서 토종 패스트푸드점을 만들겠다며 야심차게 맘스터치를 론칭했습니다. 

하지만 시작만 창대했고 본사의 지원은 거의 없었습니다. 2004년이 되자 맘스터치는 전국 20여개 매장에서 연간 5억원의 적자를 내는 신세가 됐습니다. 이때 영웅이 나타납니다. 

당시 TS푸드앤시스템즈의 식자재 구매 담당 상무가 빚 3억원을 떠안는 조건으로 회사 내에서 맘스터치를 갖고 나옵니다. 바로 정현식 전 회장입니다. 

10여 명으로 조촐하게 시작한 정 회장의 맘스터치는 시그니쳐 메뉴인 싸이버거를 출시한 뒤 흑자로 돌아섭니다. 그리고 2013년 26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흑자전환에 성공합니다. 

2016년에는 패스트푸드 업계로서는 사례가 드문 증시상장에도 성공합니다. 지난해 말 기준 맘스터치 가맹점은 1243개로 1348개인 롯데리아에 이어 2위까지 치고올라옵니다. 뚝심을 지킨 정 회장은 패스트푸드 업계의 신화로 떠올랐습니다. 

하지만 2019년 말, 꿈 같은 스토리가 갑자기 끝나버립니다. 정 회장이 맘스터치의 지분을 사모펀드 운용사 케이엘앤파트너스에 팔아버렸습니다. 이후 회사의 색깔은 급격하게 바뀌었습니다.

최근 맘스터치는 18종의 버거를 13종으로 줄이고 샐러드는 아예 메뉴에서 빼버렸습니다. 인기메뉴였던 리샐버거나 할라피뇨 통살버거 등이 사라지자 소비자의 불만이 높아졌습니다.

이에 회사는 슬그머니 '할라피뇨 통살버거'를 재출시했습니다. 메뉴 퇴출과 번복 과정이 단 한 달 안에 이뤄졌습니다. 이미 포장지를 다 폐기한 가맹점주들에게 새로 만든 포장지를 다시 나눠주느라 필요 없는 비용만 늘었습니다.

이를 두고 회사 측은 '최근 팬슈머(팬+컨슈머) 힘으로 제품을 재출시하는 사례가 많다'며 일명 '물타기'도 시도했습니다.

맘스터치의 홍보대행사는 최근 CJ제일제당의 '제일제면소', 빙그레의 '캔디바맛 우유' 등이 재출시된 사례를 팔라피뇨 통살버거와 함께 묶어 '기업들이 팬슈머와 서로 깊은 친밀감과 유대감을 형성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맘스터치와 결이 다릅니다. 제일제면소는 '프리미엄 원료를 사용해 원가 부담이 높았다'는 뚜렷한 단종이유가 있던 제품이었습니다. 심지어 캔디바맛 우유는 재출시가 아닌 시장에 처음 선보이는 제품입니다. 

소비자들이 화난 이유는 또 있습니다. 회사 간판인 싸이버거 가격이 3400원(단품기준)에서 3800원으로 11.8%나 올랐습니다. 싸이버거의 인기 비결인 독보적인 가성비가 크게 훼손된 것입니다. 맘스터치 측은 전체 메뉴의 가격변화를 보면 오히려 내려갔다는 입장이지만 인기 메뉴 중심으로 가격이 오르면서 소비자들은 인상을 체감하고 있습니다.

운영한 지 1년도 지나지 않은 '맘스터치몰'은 아예 문을 닫아버렸습니다. 맘스터치몰은 닭가슴살 제품, 삼계탕 HMR 등을 전문적으로 팔던 온라인 쇼핑몰입니다. 맘스터치몰은 내놓는 제품마다 완판 행진을 기록하며 회사의 신사업으로 잘 안착하던 중이었으나 '사업방향 재검토'라는 이유로 서비스를 종료했습니다. 

업계에서는 맘스터치를 두고 '사업가는 사라지고 장사꾼만 남았다'고 평가합니다.

회사의 경영권을 인수한 사모펀드는 언젠가 인수한 회사를 되팔아 수익을 내고자 할 것입니다. 이런 입장에서 단기간에 수익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이 펼쳐지고 있다는 관측이죠. 투자가 필요한 부분은 없애거나 줄이고 수익성이 높은 부분은 가격을 올린 것 아니냐는 분석입니다.

물론 사모펀드라고 해서 모두 이런 식으로 회사를 경영하지는 않습니다. 지난 2016년 사모펀드 운용사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에 인수된 버거킹은 최근 몇 년 동안 회사의 체질개선을 극적으로 이뤄내고 있습니다. 새 메뉴를 적극적으로 개발한 것이 주효했습니다. 가격이 하락세인 닭고기와 달리 가격이 오르는 소고기를 주로 사용하는 버거킹은 과감하게 해산물과 닭고기를 패티재료로 개발해 시장의 긍정적인 반응을 끌어냈습니다.

버거킹을 운영하는 비케이알의 매출은 2017년 3459억원에서 지난해 5028억원으로 증가했습니다. 영업이익은 15억원에서 181억원으로 급증했습니다. 이런게 사업입니다. 장사만으로는 이루지 못하는 성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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