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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맘스터치 실험실'에 담긴 의미

  • 2021.12.16(목) 06:55

테스트베드 매장 '맘스터치 랩' 공격적 오픈
수익성 중시 기조 넘어 '내실' 다지기 집중
가맹점 등 이해관계자 소통이 남은 과제

김동전 맘스터치 대표. /그래픽=비즈니스워치

2019년 사모펀드 케이엘앤파트너스(KL&P) 품에 안긴 맘스터치의 첫 목표는 '수익성'이었습니다. 해외법인을 정리하고, 광고 대행업체 에이치이엔티를 청산했습니다. 화덕피자 브랜드 붐바타는 리모델링에 들어갔죠. 국내 프랜차이즈 사업에 집중하려는 움직임이었습니다. 내부 프로세스 개선도 있었습니다. 맘스터치는 지난해 식자재 유통사업을 재편합니다. 충북 진천 생산기지의 공간·공정도 효율화했고요. 위생 전담 부서를 강화했습니다.

변화의 대가는 '비쌌'습니다. 맘스터치는 지난해 중순 메뉴를 개편했습니다. 리셀버거 등 마니아층이 존재했던 일부 버거 메뉴가 사라졌습니다. 대신 배달 비중과 객단가가 높은 치킨이 지속적으로 출시됐죠. 싸이버거 등 핵심 제품의 가격은 올렸습니다. '프리미엄' 메뉴도 선보였습니다. 지금은 단종된 리얼비프버거의 세트메뉴 가격은 1만원에 가까웠죠. 소비자들은 부정적이었습니다. "엄마가 사라졌다"는 날선 말이 나오기도 했죠.

이랬던 맘스터치에 변화가 일고 있습니다. 맘스터치는 지난 6월부터 '맘스터치 랩(Lab)'이라는 매장을 열었습니다. 이 매장은 '싸이버거' 등 맘스터치의 스테디셀러를 팔지 않습니다. 치킨 배달에 집중한 '맘스치킨', 1인~2인용 손피자를 파는 '맘스피자' 등으로 구성됐죠. 용산에는 펍을 열었고, 강남 오피스 상권 매장에서는 아침 메뉴를 팝니다. 실험실이라는 이름에 걸맞는 모습입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맘스터치 랩을 맘스터치의 신사업으로 보기도 합니다.

맘스터치는 맘스터치 랩이 신사업이 아니라고 강조합니다. 비슷한 형식의 가맹점 확대 등도 아직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설명입니다. 그럼 맘스터치가 맘스터치 랩을 만드는 이유는 뭘까요. 바로 '테스트'입니다. 맘스터치는 햄버거·치킨을 파는 브랜드라는 이미지가 강합니다. 이 영역을 섣불리 넘어서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맘스터치 랩과 같은 일부 소형 매장에서는 과감한 시도를 해볼 수 있습니다. 한두 개 매장이 전체 브랜드 이미지를 건드리지는 않으니까요.

맘스터치 랩 용산점 전경. /사진=맘스터치

그럼 맘스터치 랩의 목표는 무엇일까요. 맘스터치는 사업에 필요한 '데이터'를 맘스터치 랩에서 얻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지금까지 만들어진 맘스터치 랩은 총 4곳입니다. 위치는 서울 헬리오시티, 용산역, 역삼역 등입니다. 많은 인구가 살고 있거나 오가는 곳이죠. 당연히 외식 수요도 높을 것이고, 고객 니즈도 다양하게 나타날 겁니다. 맘스터치는 여기서 나오는 데이터를 자연스럽게 흡수할 수 있습니다.

이 데이터의 활용도는 무궁무진합니다. 일단 맘스터치 랩에서 인기가 높은 메뉴를 개량해 신메뉴를 낼 수 있습니다. 이는 가맹점 경쟁력에 도움이 됩니다. 장기적으로는 신사업 전략에도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습니다. 물론 맘스치킨과 같은 매장은 신사업이 되기 어렵습니다. 맘스터치의 기존 메뉴와 겹치는 사업인 만큼 가맹점주의 반발을 무시할 수 없으니까요. 하지만 맥주집인 맘스터치 펍이나 맘스피자는 별도의 프랜차이즈 브랜드로 육성할 수 있습니다.

다만 맘스터치 랩은 '당장의 수익성'과 다소 거리가 있는 모델입니다. 일단 모두 직영점입니다. 임대료 등 운영비 전부를 본사가 부담합니다. 취급 메뉴도 가맹점들과 달라 물류 등을 프랜차이즈 방식으로 관리하기도 어렵습니다. 맘스터치 랩이 말 그대로 실험이자 투자라는 이야기입니다. 수익성 개선만을 외치던 지난해와는 다른 모습이죠. 내실 강화를 염두에 둔 전략에 가깝습니다. 사모펀드가 운영 중인 기업 치고는 의외의 모습입니다.

사모펀드는 평균 3년~5년 내 재매각(엑시트)을 목표로 합니다. 수익성을 최대한 빠르게 개선해 기업 가치를 높여 되팔아 돈을 벌죠. 미래에 대한 투자는 다소 소홀할 수밖에 없습니다. 당장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하니까요. KL&P가 맘스터치를 인수한지는 이미 1년이 지났습니다. 재매각까지 4년 정도 남았겠네요. 이는 실패로 끝날 수 있는 시도를 하기에 모자란 시간입니다. 그럼 맘스터치는 어떻게 실험에 전념할 수 있는 걸까요.

맘스터치의 수익성은 이미 탄탄합니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결론은 간단합니다. 수익 구조가 이미 안정적이기 때문입니다. 맘스터치는 지난해 매출은 2860억원, 영업이익은 263억원입니다. 매출은 전년 대비 1%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38% 급증했죠. 올해 실적은 더 뛰어납니다. 올해 3분기까지 맘스터치의 누적 매출액은 2217억원입니다. 전년 동기 대비 4.4% 늘었습니다. 영업이익은 53.9% 뛰었고요. 여기에 단기금융상품을 현금화하면서 230억원의 현금및현금성자산까지 확보한 상태입니다. 투자 여력이 충분하죠.

게다가 맘스터치는 수익성 유지에 필요한 '규모의 경제'를 이미 갖추고 있습니다. 올해 하반기 기준 맘스터치의 매장 수는 1343개입니다. 롯데리아를 뛰어넘어 버거 프랜차이즈 업계 1위를 달리고 있죠. 어지간한 상권에 맘스터치 매장이 이미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이를 고려하면 맘스터치가 더 많은 매장을 여는 데 집중할 필요는 없습니다. 매장 하나하나의 내실을 높이는 것이 더 효율적이죠. 맘스터치가 ‘돈 안되는 실험’을 이어갈 수 있는 이유입니다.

숙제도 남아있습니다. 맘스터치는 가맹점주들과의 갈등을 겪고 있습니다. 사모펀드에 인수된 후 본사가 수익성에 집중하고, 가맹점에 깐깐한 기준을 적용한 것이 이유였죠. 200여명의 가맹점주가 경기도에 분쟁조정을 신청하기도 했습니다. 사측이 내부분쟁조정기구를 출범시키기로 했지만, 단기간 해결이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갈등이 길어질수록 브랜드 이미지도 악화되겠죠. 맘스터치가 ‘진짜 내실’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상생’의 가치도 갖춰야 할겁니다.

맘스터치는 분명 전진하고 있습니다. 실적이 나아지고 있고 미래 전략도 합리적입니다. 물론 잃는 것도 있습니다. '아낌없이 주는 엄마'라는 기존 이미지가 다소 옅어지고 있죠. 대신 '일 잘하는 워킹맘'이 되어가고 있다고도 볼 수 있겠네요. 여기에 상생이라는 가치가 더해질 수 있다면 더 좋을 겁니다. 맘스터치의 실험은 어떤 결과를 불러올까요. 포화 상태인 프랜차이즈 시장에서 새로운 성공 모델을 탄생시킬 수 있을까요. 한 번 지켜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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