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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적 한끗]③오징어땅콩 맛의 비밀은 '28'

  • 2021.12.09(목) 06:30

바삭한 식감 위해 반죽 28번 코팅
'땅콩'이 핵심…품질 관리에 심혈
겉면은 '소금 양념'…'새우액기스'도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역사적인 사건에는 반드시 결정적인 순간이 있습니다. 그 순간 어떤 선택을 했느냐에 따라 역사책의 내용이 바뀌기도 합니다.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은 꼭 역사에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늘 우리 곁에서 사랑받고 있는 많은 제품들에도 결정적인 '한 끗'이 있습니다. 그 한 끗 차이가 제품의 운명을 결정합니다. 비즈니스워치는 소비자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제품들에 숨겨져 있는 그 한 끗을 알아봤습니다. 지금 여러분 곁에 있는 제품의 전부를, 성공 비밀을 함께 찾아보시죠. [편집자]

오징어, 땅콩이 왔어요~

이 말을 듣고 추억이 떠오르면 '아재'라고 합니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과거 기차 여행을 하다 보면 간식을 판매하시는 분이 이 말을 외치며 다니셨습니다. '오징어, 땅콩이 왔어요~'라는 말을 들으면 괜히 출출해집니다. 한 봉지 사서 여행 내내 '심심풀이'로 즐기기에 딱이었습니다. 짭짤하면서 쫄깃한 오징어와 고소하면서 아삭한 땅콩. 이 둘은 그야말로 찰떡궁합입니다.

이처럼 오징어와 땅콩은 우리의 오랜 간식거리였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간식이나 술안주로 빠지지 않는 메뉴이기도 합니다. 주로 어른들의 맥주 안주로 여겨지곤 하지만 남녀노소 누구나 한번 쯤은 맛봤을 그런 조합입니다.

오리온 직원들이 완성된 오징어땅콩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오리온 제공.

오리온 오징어땅콩은 이런 '전통의(?)' 간식을 스낵으로 만든 제품입니다. 모조(模造)는 원조(元祖)를 따라잡을 수 없다고 하죠. 하지만 이제 '오징어땅콩'은 원조와 비교해도 뒤처지지 않을 만큼 인지도가 있는 제품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오징어땅콩'이라고 하면 흔히 오리온의 과자를 떠올릴 정도니까요.

그렇다면 과연 오징어땅콩은 어떤 매력으로 '원조'를 따라잡을 수 있었을까요. 단순히 오징어와 땅콩을 섞어 놓기만 했다면 굳이 사람들이 따로 찾지는 않았을 텐데요. 오징어땅콩만의 특징은 무엇일까요. 어떻게 맛을 '재창조'했는지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28번'의 바삭함을 입히다

오징어땅콩 맛의 핵심은 '땅콩'입니다. 사실 오징어땅콩은 과자 이름도 '오징어'가 먼저인 데다가 포장에도 '오징어'가 더 크게 쓰여 있는데요. 그런데 땅콩이 핵심이라니 무슨 말이냐고요? 일단 맛부터 그렇습니다. 오리온에 따르면 오징어땅콩에서 맛을 좌우하는 것은 땅콩입니다. 그래서 땅콩의 품질과 맛이 가장 중요합니다.

오징어땅콩의 제조 공정 역시 땅콩이 '중심'이 됩니다. 오징어땅콩의 제조는 우선 땅콩을 과자의 가운데에 두는 데서부터 시작합니다. 흔히 오징어땅콩은 반죽에 땅콩을 담그어 만들었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바삭한 과자 껍질이 땅콩을 감싼 식으로만 보여서죠.

반죽 코팅 횟수에 따른 오징어땅콩 크기 변화. /사진=오리온 제공.

하지만 그렇게 만들면 과자 원물이 울퉁불퉁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울퉁불퉁하면 두께에 따라 식감도 천차만별이 됩니다. 반드시 땅콩이 '중심'에 있어야만 합니다. 그래서 오징어땅콩은 땅콩에 얇은 반죽 옷을 여러 번 돌려 입히는 방식으로 만듭니다. 평균 28회 정도 코팅합니다.

땅콩은 아무래도 자연에서 수확하다 보니 크기가 일정하지 않는데요. 그래서 땅콩이 크면 27회, 작으면 29회가량 반죽을 입혀 과자의 크기를 일정하게 맞춥니다. 이렇게 여러 번 반죽을 입힌 뒤 구우면 오징어땅콩 내부에 특유의 독특한 그물망 구조가 만들어져 바삭한 식감을 냅니다.

오리온 직원이 오징어땅콩에 넣을 오징어채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오리온 제공.

그리고 마지막 반죽을 입히면서 드디어(?) 오징어를 붙입니다. 오징어 땅콩에는 0.2mm 이하의 아주 얇은 '오징어채'가 들어가는데요. 이를 껍질 겉면에 입혀 오징어의 짭짤한 맛을 강조합니다. 다만 오징어만으로는 해물 맛이 부족해 '새우액기스'를 더합니다. 오징어채는 다양한 무늬를 만들어 시각적으로도 즐거움을 줍니다.

오징어땅콩의 가장 큰 특징은 바삭한 식감입니다. 바삭한 과자를 씹은 뒤 아삭한 땅콩을 만나게 되는 묘미가 바로 원조 '오징어, 땅콩'과 가장 다른 점입니다. 그 비결은 땅콩을 가운데 두고 옥수수 전분으로 만든 얇은 반죽을 28회 입히는 기술력이고요.

땅콩이 핵심…'품종'부터 달라

그렇다면 가운데 떡 하니 자리 잡고 있는 '땅콩'은 어떻게 관리할까요. 그냥 시중 땅콩을 구매해 넣으면 끝나는 일일까요. 물론 아닙니다. 오리온은 오징어땅콩을 만드는 과정에서 이 땅콩을 관리하는데 가장 공을 많이 들입니다.

오징어땅콩에 들어가는 '땅콩'은 우리가 흔히 시중에서 볼 수 있는 것과는 다른 종입니다. 국내에서 주로 생산되는 타원형의 땅콩은 '버지니아 품종'인데요. 오징어땅콩에는 원형 모양의 '스패니쉬' 타입이 쓰입니다. 타원형이 아닌 원형을 쓰는 이유는 균일한 식감과 맛을 내기 위해서입니다. 반죽을 그냥 덧대지 않고 얇게 펴서 입히는 것과 같은 이유입니다.

오징어땅콩의 핵심적인 원재료인 '땅콩'. /사진=오리온 제공.

땅콩은 중국산을 씁니다. 중국에서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스패니쉬 타입을 대량으로 구매할 수 있어서입니다. 오리온 내 '오징어땅콩팀'은 매년 중국을 방문합니다. 땅콩은 기름을 함유하고 있기 때문에 변질되기 쉽습니다. 이에 따라 기온이 낮은 중국 북부 지방 업체들과 공급 계약을 맺고 있습니다.

오리온 연구원들은 오징어땅콩에 들어가는 땅콩의 품질을 관리하는 노하우가 있습니다. 땅콩이 함유한 기름의 평균을 측정하는 게 대표적입니다. 맛의 변질 정도를 관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땅콩은 주로 11월쯤 수확하는데요. 오리온은 수확 직후 1년치 땅콩을 한 번에 사들인 뒤 저온 창고에 보관해 관리합니다.

단단함에서 '가벼운 바삭함'으로

소비자들의 입맛은 시간이 지나면서 달라집니다. 하지만 오징어땅콩은 이런 법칙을 거스르며 꾸준한 인기를 끌어왔습니다. 이유가 있습니다. 오징어땅콩이 그동안 알게모르게 많은 변화를 지속해 시도해왔기 때문입니다.

오리온은 지난 2017년 오징어땅콩 '껍질'의 식감을 부드럽게 개선했습니다. 기존에는 다소 단단하면서 바삭한 식감이었다면, 이제는 씹기가 더 편한 식감으로 바뀌었습니다. 오징어땅콩 특유의 그물망 조직을 줄여서 한 번에 쉽게 부서질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런 변화를 곧장 눈치챈(?) 소비자들도 적지 않았다고 합니다. 실제로 '옛날보다 (그물망) 조직이 없어졌다'는 소비자들의 의견이 있었다고 합니다.

오리온은 '오징어땅콩'에 다양한 맛을 넣어 변화를 주려는 시도를 계속 이어가고 있다. / 사진=오리온

오리온은 또 '오징어땅콩' 브랜드로 매콤치즈맛이나 고추장마요맛, 마라맛, 고로케땅콩 등 다양한 맛의 제품을 출시해 왔습니다. 오징어땅콩에 변화를 줘서 소비자들이 다양한 맛을 즐길 수 있게 하기 위해서 입니다. 하지만 이런 다양한 맛들이 여전히 원조인 오징어땅콩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점이 오리온의 고민이라고 하네요.

참! 여러분들이 모르셨을 또 하나의 사실을 알려드리자면 오징어땅콩의 겉면에는 별도의 양념(시즈닝)을 뿌리지 않습니다. '소금'으로만 간을 맞추는데요. 오징어와 땅콩에는 역시 소금이 가장 잘 어울리나 봅니다. 이런저런 시즈닝을 뿌려가며 변화를 시도했지만 소비자들은 여전히 소금으로만 간을 맞춘 오징어땅콩을 가장 많이 찾고 있습니다.

물론 변신을 포기하지는 않을 계획입니다. 앞으로도 새로운 맛의 제품을 지속해 낼 거라는 데요. 그렇다면 앞으로 오징어땅콩에 어떤 변화가 있을까요. 또 어떻게 맛을 유지하며 지금껏 쌓아 온 '명성'을 이어갈까요. 담당 연구원에게 직접 들어봤습니다. 오징어땅콩의 '맛'을 책임지고 있는 김준영 오리온 기술개발연구소 선임연구원입니다.

"땅콩과 은은한 해물 맛의 조화…바삭함 더해"

김준영 오리온 기술개발연구소 선임연구원.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오리온 기술개발연구소에 입사한 지 9년이 된 김준영 선임연구원입니다. 오징어땅콩은 지난 2017년부터 담당해왔고요. 생감자칩과 치킨팝, 땅콩강정 등을 맡고 있습니다. 주요 업무는 제품 품질 관리와 신제품 개발입니다.

-오징어땅콩만의 장점과 특징은 무엇일까요.

▲무엇보다 고소한 땅콩이 가장 핵심입니다. 땅콩과 어울리는 은은한 해물 맛도 특징이고요. 얇은 반죽을 28회 코팅해 구운 바삭한 식감도 장점입니다.

-오징어땅콩하면 생각나는 게 바로 바삭한 식감입니다. 이를 위해 땅콩을 가운데에 두고 주변을 반죽으로 28번 굽는다고 하는데요. 굳이 28번을 굽는 이유가 있나요?

▲여러 번 반죽을 입히는 이유는 일단 바삭한 식감을 만들기 위해서 입니다. 더불어 땅콩을 가운데에 두기 위해서이기도 합니다. 얇게 한겹 한겹 입혀주지 않고 한 번에 반죽으로 감싸면 땅콩이 한쪽으로 치우칠 수 있어 맛이 균일하지 않게 됩니다. 깨물었을 때 느낌이 매번 다르겠죠. 또 28번 코팅을 하는 데에 특별한 이유가 있다기보다는 제품이 완성된 뒤에 적정 크기가 만들어지는 횟수가 아닐까 합니다. 한입에 쏙 먹을 수 있어야 하니까요.

-오징어땅콩의 맛은 예나 지금이나 같은가요.

▲큰 변화는 없었습니다. 다만 제가 오징어땅콩을 맡은 뒤 식감 개선을 했는데요. 오징어땅콩에는 껍질 안에 '그물 조직'이 있습니다. 이 조직으로 단단한 식감이 되긴 하는데, 자칫하면 유리처럼 깨지고 단단한 식감이 될 수 있습니다. 이 조직 자체를 줄여서 한 번에 쉽게 부서지는 방식으로 개선을 했습니다. 그래서 과거 오징어땅콩이 '단단한 바삭함'이었다면. 지금은 '가벼운 바삭함'으로 바뀌었습니다. 식감이 바뀐 뒤에도 매출이 늘어난 걸 보면 소비자의 반응은 좋았던 것 같습니다.

-땅콩을 가장 공들여 관리한다고 하는데, 노하우가 있나요.

▲땅콩 자체 원물에 대한 기준 가지고 있습니다. 땅콩에는 기름이 많은데요. 그러다 보니 변질을 방지하기 위해 기름의 평균치를 측정하는 기준이 있습니다. 중국에는 연구와 생산, 품질 담당 등 2~3명이 가서 땅콩을 고르는데요. 두세 군데 업체와 계약을 맺고 품질이나 가격을 확인해 할당량을 정하게 됩니다.

-오징어땅콩은 어떻게 먹어야 가장 맛있나요. 그리고 앞으로 계획도 소개해주세요.

▲오징어땅콩은 오리지널 그대로 맥주와 함께 먹는 게 가장 맛있는 것 같습니다. 오징어땅콩은 맛이 '단순한' 제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징어땅콩을 담당한 뒤 마라맛이나 고로케땅콩 등을 만들었는데, 아무리 해도 오리지널이 가장 맛있더라고요. 오징어땅콩에는 소금만 적용하는데, 소금이 땅콩의 맛을 가장 잘 느끼게 해주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다음에는 땅콩에서 벗어나는 걸 고민하고 있습니다. 제품 제조 방식은 유지하되 과자 안의 땅콩에 변화를 주는 겁니다.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4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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