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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적 한끗]①오징어땅콩, 새우깡을 잡아라

  • 2021.12.08(수) 07:30

71년 새우깡으로 '해물 스낵' 시대 열려
4년간 연구 끝에 출시…새우깡 '대항마'
최초 '볼' 타입 과자…익숙한 맛으로 인기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역사적인 사건에는 반드시 결정적인 순간이 있습니다. 그 순간 어떤 선택을 했느냐에 따라 역사책의 내용이 바뀌기도 합니다.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은 꼭 역사에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늘 우리 곁에서 사랑받고 있는 많은 제품들에도 결정적인 '한 끗'이 있습니다. 그 한 끗 차이가 제품의 운명을 결정합니다. 비즈니스워치는 소비자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제품들에 숨겨져 있는 그 한 끗을 알아봤습니다. 지금 여러분 곁에 있는 제품의 전부를, 성공 비밀을 함께 찾아보시죠. [편집자]

'해물맛' 스낵의 등장

사실 '오징어땅콩'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오징어와 땅콩의 조합도 이해하기 힘듭니다. 제겐 그다지 맛있는 조합이 아니어서입니다. 사람마다 입맛의 차이는 있겠지만 오징어와 땅콩의 조합은 맥주 안주로, 시간 때우기용으로 오랜 기간 사랑받아왔던 것을 생각하면 제 입맛이 좀 특이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오징어와 땅콩의 조합을 이해할 수 없는 제게 오징어땅콩이라는 스낵이 와닿았을 리 만무합니다.

하지만 제 입맛과는 상관없이 오징어와 땅콩은 사실 찰떡 궁합입니다. 오징어에는 타우린 성분이 많습니다. 타우린은 알코올 성분 분해에 도움이 되고 술 냄새와 숙취해소 등에 효과적입니다. 대신 마른 오징어는 생오징어보다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은 것이 단점이죠. 이 단점을 보완해 주는 것이 바로 땅콩입니다. 역시 오랜 기간 사랑받아 온 것에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

1971년 농심이 '새우깡'을 출시하면서 국내 스낵 시장에도 '해물 스낵' 시대가 열렸다. / 사진=농심

우리에게 친숙한 오징어땅콩은 1976년에 처음 출시된 제품입니다. 생각보다 오래됐죠. 70년대는 국내 제과 업계에 변곡점이 된 시기입니다. 그 기폭제는 농심이 1971년 출시한 '새우깡'이었습니다. 새우깡은 국내 최초로 해물을 사용한 스낵이었습니다. 그 이전까지 국내 제과 업계에서는 감자, 고구마, 옥수수 등을 활용한 스낵을 선보였습니다. 하지만 새우깡을 시작으로 국내에서도 해물맛 스낵의 시대가 열렸습니다.

새우깡의 등장으로 국내 소비자들의 스낵 선택의 폭도 훨씬 넓어졌습니다. 농심은 새우깡을 발판으로 라면은 물론 스낵 부문에서도 시장을 빠르게 장악하기 시작합니다. 반면 새우깡의 등장은 기존 제과 업체들에게는 큰 위협이었습니다. 특히 국내 제과 시장을 장악하고 있던 동양제과(현 오리온)에게 새우깡의 등장은 달가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오징어'로 맞서다

새우깡 출시에 위기감을 느낀 동양제과는 즉시 대항마 마련에 골몰하기 시작합니다. 1972년 오리온은 신제품 개발에 착수합니다.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던 새우깡을 잡기 위해서는 같은 해물을 사용한 스낵이 필요했습니다. 그대로 뒀다가는 새우깡에 시장의 상당 부분을 잠식당할 수도 있었기에 동양제과는 개발을 서두릅니다.

동양제과는 다양한 해물을 베이스로 테스트를 거듭합니다. 하지만 마땅한 대안을 마련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문득 서민들의 안주로 인기인 오징어에 생각이 미쳤습니다. 고심끝에 오징어를 활용한 스낵을 만들기로 결정한 동양제과는 ‘오징어 스낵 개발반’을 신설합니다. 더불어 오징어 스낵 개발에 사활을 겁니다. 하루라도 빨리 신제품을 내놔야 새우깡의 독주를 막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1976년 출시 당시 TV광고 속의 '오징어땅콩'. 동양제과(현 오리온)는 4년간의 연구 끝에 '오징어땅콩'을 출시해 새우깡과 본격적인 경쟁에 돌입했다. / 사진=한국광고총연합회 광고정보센터 오징어땅콩 광고 영상 캡처.

하지만 오징어만으로는 새우깡에 대항하기 힘들다고 판단한 동양제과는 오징어와 어울릴만한 다른 재료를 찾습니다. 그것이 바로 땅콩이었습니다. 오징어와 땅콩은 서민들이 가장 쉽게 접하고 흔히 찾는 술안주였습니다. 익숙한 맛이기에 이 맛을 스낵으로 구현하면 성공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봤습니다. 동양제과는 이후 오징어와 땅콩을 주제로 많은 실험을 진행합니다. 

동양제과의 전사적인 지원과 오랜 연구 끝에 마침내 1976년 '오징어땅콩'이 탄생합니다. 신제품을 준비한지 4년 만의 일이었습니다. 그만큼 많은 공을 들인 제품이었습니다. 그래서였을까요. 오징어땅콩은 출시와 동시에 큰 인기를 끕니다. 대표 술안주였던 오징어와 땅콩을 내세웠지만 오히려 어린이와 젊은 층에게 크게 어필하면서 동양제과의 효자 품목이 됩니다. 

남달랐다

오징어땅콩이 큰 인기를 얻게 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과자의 모양이 종전의 스낵들과 달랐다는 점입니다. 오징어땅콩은 국내 최초 '볼(ball)'형태의 스낵입니다. 한입에 쏙 들어갈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더불어 오징어와 땅콩이라는 익숙한 맛을 제대로 구현해냈습니다. 여기에는 동양제과만의 기술력이 큰 힘을 발휘했습니다.

오징어포를 활용하고 땅콩의 품질 확보에도 많은 공을 들이면서 오징어땅콩은 새우깡과 견줄만한 국내 대표 해물맛 스낵으로 자리 잡게 됩니다. 짭짤하면서도 고소한 맛과 더불어 마케팅도 기존의 다른 제품과 다른 방향을 선택합니다. 주 타깃을 젊은 층으로 정하고 대대적인 TV 광고에 나섭니다. 모델도 당시 하이틴 스타였던 이덕화 씨를 앞세웠습니다.

동양제과는 오징어땅콩 TV광고 모델로 당시 하이틴 스타였던 이덕화 씨를 앞세워 젊은 층을 적극 공략했다. / 사진=한국광고총연합회 광고정보센터 오징어땅콩 광고 영상 캡처.

맛과 마케팅에서 소비자의 니즈를 제대로 저격하면서 오징어땅콩의 판매량은 꾸준히 상승합니다. 출시 46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오징어땅콩은 초코파이와 더불어 오리온의 대표 상품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더욱 눈에 띄는 것은 오리온이 오징어땅콩과 관련해 특별한 광고 등을 하지 않고 있음에도 소비자들이 수십 년간 꾸준히 찾고 있다는 점입니다.

오징어땅콩의 성공을 지켜본 경쟁사들도 잇따라 유사 상품을 선보입니다. 제과업계에서 '미투 상품'은 흔한 일입니다. 하지만 원조의 벽을 넘기란 쉽지 않습니다. 오징어땅콩은 특히 더 그랬습니다. 많은 업체들이 오징어땅콩의 맛과 모양을 모방했습니다. 그러나 결과는 참담했습니다. 소비자들이 그 차이를 제일 먼저 알아차렸습니다. 오징어땅콩은 그렇게 46년간 스테디셀러의 자리를 굳건히 지켜냅니다.

☞2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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