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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떼고, '죽' 대신 소프트밀…CJ·대상의 '빅픽처'

  • 2022.11.18(금) 07:40

'종가집'서 '종가'로 'MZ' 저격 나서는 대상
CJ '비비고 죽' '햇반 소프트밀'로 탈바꿈
시대 변화 따른 '리브랜딩' 전략 일환

CJ제일제당과 대상이 식품 리네이밍(Renaming)에 나섰다. 김치와 즉석밥으로 유명한 국내 대표 간편식 브랜드들이다. 새로운 이름으로 틀에 박힌 기존 이미지에 변화를 주겠다는 계산이다.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새로운 소비층을 늘리는 것이 목표다. 이미지 확장도 노림수다. 신규 제품을 늘리는 것이 훨씬 수월해진다. 업계에서는 이를 시대 변화에 따른 리브랜딩 전략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 

죽 대신 '소프트밀'

최근 CJ제일제당은 '비비고 죽' 브랜드와 패키지를 '햇반 소프트밀'로 변경했다. 전문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하고 제품군 확장의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다. 죽의 주원료는 쌀이다. 기존 비비고는 만두, 김치 제품이 위주다. 이보다 햇반이 시너지 창출에 용이하다는 계산이다. 죽보다 넓은 개념인 '소프트밀'이라는 네이밍도 들고 나왔다. 죽의 '일반식' 이미지를 강화하려는 복안이다. 

이번 리네이밍엔 햇반 제품군의 다변화 전략도 깔려있다. 아직 햇반은 비비고에 비해 제품이 많지 않다. 하지만 죽이 햇반으로 편재되면서 '완전체'로 거듭나게 됐다. 쌀밥, 잡곡밥, 컵밥, 영양밥, 볶음밥, 주먹밥, 죽까지 라인업이 한층 강화됐다. '햇반=즉석밥'이라는 고정된 이미지도 희석시킬 수 있다. CJ제일제당은 앞으로 햇반을 '소프트 밀 솔루션' 전문 브랜드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즉석죽 제품은 CJ제일제당의 대표적인 효자 상품이다. CJ제일제당은 2018년 12월 '비비고 죽' 브랜드를 선보였다. 이후 파우치 등 포장으로 죽을 일상식 대열에 올려놓는 데 성공했다. 비비고 죽은 지난해 소비자가 기준으로 매출 900억원을 넘어서는 등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비비고 죽은 상품죽에 대한 소비자의 부정적 인식을 바꾸며 '죽 일상식' 트렌드를 이끌어 왔다"며 "이번 변화를 계기로 쌀 가공 전문 브랜드로서의 입지를 다지는 것은 물론 소비자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다양한 메뉴를 계속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종가집서 '집' 땠다

앞서 대상도 지난달 김치 브랜드 '종가집'을 '종가(JONGGA)'로 탈바꿈시켰다. 새로운 고객층 유입을 위해 변화에 나서겠다는 의미를 담았다. 특히 대상은 "주 소비층으로 성장할 MZ세대를 새로운 고객으로 유입하기 위해 변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대상은 '버추얼 인플루언서'까지 동원한 리브랜딩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김치'라는 고루한 이미지를 탈피하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대상은 국내 포장김치 점유율 1위 업체다. 다만 주요 수요층은 4050 주부층으로 한정되어 있다. 특히 김치 수요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사실 미래 소비층인 2030 세대에게 더 이상 김치는 필수가 아니다. 냄새 보관 등의 문제로 김치를 즐겨 찾지 않는 이들도 많다. 대상이 '리네이밍'을 시도한 것도 이 때문이다. 기존 '종가집' 브랜드로는 이미지 확장성에 한계가 있다. 

사실 대상은 글로벌 사업에서 이미 '종가'를 사용해 왔다. 이번 국내 사업 리네이밍은 일관적인 국내외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위한 목적도 있다. 실제로 대상의 해외 매출 비중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해외 시장에서의 김치 소비량이 크게 늘고 있다. 농심품수출정보(KaTi)에 따르면 국내 김치 유럽 수출 규모는 지난해 3397톤으로 나타났다. 2017년(1634톤)과 비교해 두배가량 증가했다. 

시대가 변했다 

업계에서는 이를 시대 변화에 따른 리브랜딩 전략으로 보고 있다. 김치와 죽은 역사가 깊은 식품이다. 그만큼 고루하다는 이미지도 강하다. 젊은 세대 소비층 확장과 글로벌 전략이 통하려면 새로운 '이름'이 필요했다는 얘기다. 특히 간편식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세는 증가하는 1인 가구에 기반을 두고 있다. 1인 가구의 다수는 MZ세대다. 이들의 입맛에 맞게 이미지를 손질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이들에게 종가집은 낡은 단어다. 종가집을 일반적으로 풀이하면 몇 대째 장남으로 내려온 집안을 말한다. 그만큼 제사와 규율이 엄한 집안으로 쓰였다. 이 같은 네이밍으로 젊은 세대에게 김치를 어필하기는 쉽지 않다. 글로벌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앞서 대상은 받침 발음이 어려운 외국인들을 고려해 '종가' 브랜드를 일찌감치 사용해 왔다. 이 역시 변화한 시대상을 반영했던 셈이다.

죽의 의미도 변화한지 오래다. 이전까지만 해도 죽은 ‘일상식’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환자가 먹거나 돈이 없는 사람들이 먹는 '특수식' 성격이 강했다. 패러다임이 바뀐 것은 경제가 성장하면서다. 밥보다 가벼운 영양 간편식을 원하는 현대인들이 늘고 있다. CJ제일제당이 죽 대신 소프트밀이라는 네이밍을 들고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미래를 염두한 사전 '포석'인 셈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SNS 등의 발달로 기업 역시 이미지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해당 브랜드의 주 소비층이 누군지, 어떤 지향점을 갖고 있는지가 곧 브랜드의 이미지를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본질은 유지하면서 겉옷을 바꿔입는 식의 현명한 브랜드 관리가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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