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회사 전환을 위한 현대백화점 분할 계획이 무산된 원인 중 하나로 알짜 계열사인 한무쇼핑이 지목된다. 한무쇼핑은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등을 운영하는 이익창출력이 가장 높은 계열사다. 이번 분할 과정에서 한무쇼핑의 주인이 현대백화점에서 현대백화점홀딩스로 바뀌는 것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예상보다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
한무쇼핑 2021년 차입금 0원
한무쇼핑은 한국무역협회가 한국종합무역센터 복합 단지 내에 쇼핑센터를 짓기 위해 1987년 설립된 법인이다. 2021년 말 지분 구조를 보면 △현대백화점 46.34% △정몽근 명예회장 10.38% △현대쇼핑 8.54 % △한국무역협회 33.41 % 등이다.
한무쇼핑은 1998년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을 시작으로 2002년 목동점, 2010년 킨텍스점, 2012년 충청점 등 차례로 백화점을 열었다. 2015년 김포와 2020년 남양주에 아울렛을 오픈하며 사업 영역도 확대했다. 한무쇼핑은 작년 9월 기준 총자산 2조5366억원 규모의 대형 쇼핑회사로 성장했다.
내실도 탄탄하다. 한무쇼핑의 영업이익은 2017년 1309억원, 2018년 1254억원, 2019년 1247억원, 2020년 898억원, 2021년 1185억원 등으로 코로나19 사태를 제외하면 꾸준한 이익을 냈다. 작년 1~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4677억원, 917억원. 영업이익률이 19.6%에 이르는 것이다. 수년간 20% 안팎의 영업이익률이 이어지고 있다.
재무 구조도 안정적이다. 작년 9월 기준 한무쇼핑의 자본은 1조8410억원, 부채는 6956억원으로 부채비율은 37.8%에 머문다. 한무쇼핑은 2021년 단기차입금 1600억원도 모두 상환했다. 한 푼도 돈을 빌리지 않은 이른바 무차입 경영을 유지하다 작년 3분기 전자단기사채 등을 통해 1576억원을 조달했다. 작년 9월 기준 차입금의존도는 6.2%에 불과하다.
현대백화점, 한무쇼핑 떼려 했던 이유
알짜인 한무쇼핑이 다시 주목받은 것은 지난해 현대백화점이 지주회사 전환을 위해 인적분할을 추진하면서다. 현대백화점을 분할신설회사(현대백화점홀딩스)와 분할존속회사(현대백화점)로 나누는 분할 과정에서, 한무쇼핑이 현대백화점홀딩스로 승계되는 지배구조 '밑그림'이 그려졌다.
회사 측은 한무쇼핑을 현대백화점홀딩스로 승계하는 배경으로 △백화점 영역 보다 확장된 신성장 동력 사업에 투자 △현대백화점홀딩스의 기업가치와 주주가치의 제고 △지주회사 행위 제한을 받지 않는 점 등을 꼽았다.
우선 현대백화점은 한무쇼핑을 거느리고도 주식시장에서 저평가받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의 PBR(주가순자산비율)은 약 0.3 수준에 머문다. PBR은 시가총액을 순자산(자본)으로 나눈 값으로, 1 미만은 자산을 팔고 빚을 다 갚는 회사 청산 가치보다도 현재 주가가 낮다는 의미다. 인적분할을 통해 한무쇼핑을 현대백화점홀딩스에 넘겨 한무쇼핑 가치를 재평가 받겠다는 전략인 것이다.
한무쇼핑의 적극적인 인수합병(M&A) 투자 의지도 담겼다.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현대백화점홀딩스-현대백화점-한무쇼핑로 지배구조가 이어지게 되면, 현대백화점홀딩스의 손자회사인 한무쇼핑은 M&A때 지분 100%를 취득해야 하는 규제를 받는다. 하지만 한무쇼핑이 현대백화점홀딩스의 자회사가 될 경우, 이 규제를 피할 수 있게 된다.
'현대백 앙꼬' 한무쇼핑 빼지 마라
이러한 '명분'은 현대백화점 수익성 악화를 걱정하는 '실리' 앞에서 통하지 않았다. 이번 분할로 현대백화점이 사실상 둘로 쪼개지게 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현재 현대백화점은 한무쇼핑을 종속기업으로 분류하고, 두 회사의 회계장부를 하나로 보는 연결 재무제표를 적용하고 있다. 회계상 현대백화점과 한무쇼핑이 하나의 회사인 것이다. 하지만 현대백화점이 분할되면, 한무쇼핑은 현대백화점홀딩스의 종속기업이 된다. 한무쇼핑과 현대백화점의 연결이 끊어지고, 한무쇼핑과 현대백화점홀딩스가 한 회사로 연결되는 것이다.
현대백화점 입장에선 2021년 기준 백화점부문 영업이익의 38.7%를 차지했던 한무쇼핑이 빠지게 되면서 알짜가 없어지는 셈이다.
한무쇼핑은 비상장 회사로, 앞으로 기업공개(IPO)를 추진할 가능성도 있다. 현대백화점 분할 뒤 한무쇼핑이 상장하게 되면 상장 자금은 현대백화점이 아닌 현대백화점홀딩스로 유입되게 된다. 배당금이 입금되는 곳도 바뀐다. 한무쇼핑은 2021년에 152억원을 배당했는데 이 중 66억원은 현대백화점에 지급됐다. 분할이 완료되는 한무쇼핑의 배당금은 현대백화점홀딩스로 입금되는 구조다. 이번에 분할이 무산되면서 배당 등 자금흐름은 종전대로 유지된다.
현대백화점은 인적분할을 통한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중단하고, 앞으로도 인적분할을 통한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재추진할 계획이 없다는 점을 공식화했다. 지배구조 개편 작업을 통해 현대백화점과 한무쇼핑이라는 두 축을 나누어 신성장 동력을 찾겠다는 전략도 사실상 무산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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