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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주사 전환 시동건 OCI '주주 표심은 어디로'

  • 2023.03.03(금) 16:50

22일 주총서 인적분할 표결 
현대백 분할무산 사례에 긴장

이우현 OCI 부회장 / 그래픽=비즈워치

OCI가 이달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인적분할건에 대한 표결을 진행한다.

지주사 전환을 위한 사전작업에 드라이브를 거는 모양새다. 화학부문의 독립경영을 통해 경영 효율성을 높임과 동시에 오너 3세 이우현 OCI 부회장의 그룹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다.
 
주총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올해 말 지주사 전환 완료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결과를 예단하긴 힘들다. 최근 인적분할이 최대주주의 지배권 강화를 목적으로 악용된다는 비판이 커지면서 주총에서 부결된 사례도 있기 때문이다. 

올 연말 지주사 전환 완료 목표

OCI 지주회사 전환 후 지배구조. / 그래픽=비즈워치

OCI는 오는 22일 개최될 정기 주총에서 △재무제표 및 연결재무제표 승인의 건 △정관 일부 변경의 건 △이사 보수한도 승인의 건△임원 퇴직금 지급규정 일부 변경의 건 △분할계획서 승인의 건 △사내이사 서진석 선임의 건 등을 안건으로 상정한다고 지난 2일 공시했다.

이중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분할계획서 승인의 건’이다. OCI는 지난해 말부터 인적분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는데 해당 건을 놓고 표결에 들어간다는 것이다. 

해당 안이 통과되면 OCI는 인적분할을 통해 존속법인인 지주회사 OCI홀딩스와 신설법인인 화학회사 OCI로 분리된다. 기존 주주는 OCI홀딩스와 OCI의 지분율에 따라 동일하게 분할 신설법인 주식을 배분받게 된다. 분할 비율은 OCI홀딩스 69%, OCI 31%다.

궁극적으로는 OCI홀딩스가 OCI를 지배하는 큰 그림을 구상하고 있다. 향후 OCI홀딩스는 공개매수를 통한 현물출자 방식의 유상증자 등으로 신설법인을 자회사로 편입하고 지주사로 전환할 계획이다. 

대략적인 일정은 △3월22일 주총 표결 △5월1일 분할 △3분기중 공개매수 통한 현물출자 방식의 유상증자 △연말께 지주사 체제 완성 등으로 전망된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지난해 OCI는 매출 4조6000억원, 영업이익 9800억원을 올리며 2012년 이후 최대 실적을 기록한 바 있다. 전년 대비 각각 44%, 56.6% 상승한 수치다. 태양광 패널 핵심소재인 폴리실리콘 수요가 늘어난 덕이다. 현재 폴리실리콘 사업은 OCI 전체 매출의 약 40%에 달한다.

“오너 지배력 강화하려는 것”

인적분할의 목적을 설명하는 회사 측과 이를 바라보는 시장의 입장은 배치된다. 

우선 시장 내에선 “인적분할이 오너의 지배력 강화에 활용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적인 목소리가 나온다. 이우현 부회장이 인적분할 후 신설 사업회사 지분을 존속법인인 OCI홀딩스에 현물출자해 지분을 늘릴 것이란 시각이다.

현재 이 부회장은 숙부인 이화영 유니드 회장(5.43%)과 이복영 SGC그룹 회장(5.40%)에 이은 3대 주주다. 지분율은 5.04%다. 이 부회장은 동양제철화학(OCI그룹의 전신)의 창업자 고(故) 이회림 명예회장의 손자이자 고(故) 이수영 회장의 장남이다.

때문에 이 부회장이 인적분할 후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지분을 늘리면, 추후 회장에 취임하고 지배력을 공고히 하기에 무리가 없을 것이란 관측이다. 이수영 회장이 2017년 타계한 이후 이 부회장이 경영권을 물려받았지만, 회장의 부재는 이어지고 있다.

올해 말까지 지주사로 전환할 경우 ‘법인세 과세이연’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주효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주식의 현물출자 등으로 지주회사를 설립할 경우 과세이연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제도다. 해당 제도는 2021년 12월 종료될 예정이었지만 당시 국회에서 코로나19로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감안해 올해 12월31일까지 2년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기업 가치 극대화 목적”

반면 회사 측은 태양광용 폴리실리콘 사업에 가려져 있던 기존 화학사업의 가치와 기업 가치를 재평가받고, 사업간 분리를 통해 전문적인 의사 결정과 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노린다는 설명이다.

지금은 하나의 사업부 안에 베이직케미칼·카본·에너지솔루션·도시개발 등 특징이 다른 4개 분야가 묶여있어, 케미칼 전문경영진이 타 분야 사업까지 챙겨야 하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때문에 지주사 구조를 통하면 각 분야에 적합한 전문인력을 확보하고 적재적소에 맞는 인력 운영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이후 지주사는 태양광에 집중하고 도시개발 사업을 통한 재투자 기반 확보, 바이오사업과 신규 사업 발굴로 성장 모델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OCI 관계자는 “회사는 1.26%에 불과한 자사주(30만주)를 보유하고 있어 ‘자사주의 마법’을 논하기엔 매우 미비한 수준”이라며 “인적분할 및 지주사 전환을 통해 기업 가치가 재평가되면 전체 기업가치가 높아지고 이를 통해 주주 이익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적분할은 물적분할과 비교했을 때 주주가치 훼손에 대한 우려가 상대적으로 적다. 인적분할은 기존 주주가 지분율대로 신설법인의 주식을 나눠 갖는 방식이어서, 모기업이 신설회사 지분 100%를 소유하는 물적분할 방식과는 차이가 있다.

다만 최근 현대백화점의 인적분할도 주주들의 반대로 부결된 바 있어 명분과 실리, 주주환원책을 적극적으로 제시해야 할 것이란 의견이 나온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기업경영 과정에서 필요에 따라 분리를 해야 할 때가 있는데 인적분할은 주주 관계를 그대로 가져가기 때문에 통상적으로 주주들의 반대가 크진 않은 편”이라며 “중요한 것은 분할의 의도인데, 주주들이 ‘지배력 강화와 무관치 않은 것 같다’는 시각을 갖고 있다면 분할에 반대 입장을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소액주주 입장에선 이익을 챙기는 것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분할을 하더라도 주주환원이 제대로 이루어질 것’이라는 시그널을 보내면 반대여론이 완화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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