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커머스(전자상거래) 업체 오아시스가 기업공개(IPO)를 중도에 포기했다.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해서다. 오아시스는 업계 유일 '흑자기업'이란 강점을 내세웠지만, 덩치가 작은 이커머스에 대한 시장의 평가는 싸늘했다. 오아시는 "외형을 키워 재도전하겠다"는 입장이다.
13일 오아시스는 금융감독원에 상장 철회 신고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12일 코스닥 시장 상장을 위해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지 한 달여 만이다.
문제는 가격이었다. 회사 관계자는 "기업공개(IPO) 시장이 최근 대내외 경제 악화로 인해 위축돼 투자심리에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현재 시장 상황을 고려하면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오아시스는 앞서 지난 7~8일 진행한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 흥행에 실패했다. 기관투자자들이 희망공모가(3만500~3만9500원)을 밑도는 2만원대 중반대를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모가가 2만원까지 하향 조정되면 기업가치는 약 6300억원까지 떨어진다. 오아시스가 예상한 시가총액(9679억~1조2535억원)을 한참 밑도는 수준이다.
일각에선 오아시스가 몸값을 깎아서라도 IPO를 강행할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재무적투자자(FI)의 지분비중이 높은 컬리 등과 달리 오아시스는 모기업인 지어소프트의 보유지분(55.17%)이 절반 이상이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오아시스 지분 5.23%를 보유한 유니슨오아시스 등 FI가 막판에 반대 목소리를 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관계자는 "오아시스는 업계 유일의 흑자 기업으로 지속 성장을 위한 재원을 이미 갖춘 상황에서 무리하게 상장을 추진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해 상장을 철회하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앞으로 오아시스는 내실 다지기 전략보다 외형 키우기 전략으로 선회하겠다는 계획이다. 그간 오아시스는 IPO 과정에서 흑자를 차별화 전략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이번 IPO 과정에서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기 위해선 '매출'도 중요하다는 것을 뼈저리게 체감했다. 시장 점유율을 늘려 '규모의 경제'의 주도권을 쥐지 못하면 당장의 소규모 이익만으로 기업가치를 제대로 받을 수 없는 것이다.
자본시장에선 쿠팡의 '계획된 대규모 적자'가 오아시스의 '계획된 소규모 흑자'보다 더 후한 점수를 받는 셈이다.
오아시스가 상장철회를 결정하자 장외 주식시장 거래 가격도 급락했다. 국내 비상장 주식거래 플랫폼 '서울거래 비상장'에 따르면 13일 현재 오아시스 주가는 1만8000원으로 지난 10일(2만4900원) 대비 27.71% 하락한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