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샘이 지난 1분기에도 저조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부동산 시장 침체의 영향이 여전히 이어지면서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감소했다. 실적 턴어라운드에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한샘은 어려움 속에도 체질 개선을 위한 투자를 멈추지 않겠다는 계획이다. 하반기 한샘몰을 통한 디지털 전환과 오프라인 매장 혁신을 본격적으로 이어간다.
3분기 연속 적자
12일 가구업계에 따르면, 한샘의 지난 1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0.8% 감소한 4693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손실은 157억원으로 전년 동기(영업이익 100억원)와 비교해 적자 전환했다. 당기순손실 역시 142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사업 부문별로 보면 홈리모델링 사업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0.8% 감소했고, 홈퍼니싱 사업 매출도 11.1% 줄었다.
한샘은 3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 중이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주택 거래 시장 침체가 여전히 깊다. 이 때문에 주력 사업인 홈리모델링과 홈퍼니싱 사업이 타격을 받고 있다. 한샘 전체 매출의 3분의 2가 이 두 사업에서 나온다. 이들 사업은 주택 거래가 활발할수록 호재다. 주택 거래가 많이 이뤄져야 인테리어와 가구 교체 수요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지난 1월 전국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3만9124건으로 나타났다. 이는 1월 기준 최근 10년간 최저 수준이다. 한샘 관계자는 "부동산 경기 악화, 인플레이션에 따른 소비 위축 등 거시경제 악화의 영향을 받았다"며 "디지털 전환(DT)과 매장 리뉴얼, 전시개선, 브랜드 캠페인 등 투자를 진행해 이 과정의 비용도 실적에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위기돌파 전략은
현재 한샘은 위기에 베팅하고 있다. 대내외적 어려움 속에서도 투자를 감행하는 중이다. 이를 통해 향후 경기 회복 시 경쟁 우위를 점하겠다는 구상이다. 한샘은 △디지털 전환(DT) △무한책임 리모델링 확대 △매장 혁신 등을 추진하고 있다. 한샘은 올해 초 한샘몰을 홈리모델링 통합 플랫폼으로 리뉴얼했다. 하반기 한샘은 여기에 홈퍼니싱(가구) 상품까지 통합할 계획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온라인 가구 거래액은 3년새 급격히 증가했다. 한샘몰을 통해 대규모 가망고객을 유치하고 리모델링·홈퍼니싱 시장점유율 확대해 주택거래 침체에 따른 매출 감소를 극복하겠다는 구상이다. 한샘에 따르면, 한샘몰은 출시 1개월만에 플레이스토어 부동산·홈인테리어 분야 1위를 기록했다. 애플 앱스토어 라이프스타일 순위도 190위에서 14위로 상승했다.
오프라인 매장 혁신에도 시동을 걸고 있다. 한샘디자인파크 리뉴얼이 대표적이다. 디자인파크는 가구와 홈리모델링, 생활용품 등 한샘 상품과 서비스를 한 곳에서 선보이는 대형 복합매장이다. 한샘은 기존 상품·전시 중심의 매장을 경험·체험 중심으로 바꾸고 있다. 한샘은 최근 리뉴얼한 송파점을 시작으로 전국 21개의 디자인파크 매장을 순차적으로 리뉴얼할 계획이다.
턴어라운드 가능할까
시장에선 조금씩 긍정적인 시그널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주택거래 시장 침체는 1월 후 소폭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 지역 아파트 거래량은 2월 2461건, 3월 2958건으로 늘어났다. 한국부동산원 전국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지난달 마지막주(4월 24~28일) 80.3을 기록했다. 8주 연속으로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지난해 말 대비 20% 이상 상승했다.
목재 등 원부자재 가격도 하락세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3월 ㎥당 최대 90만 원까지 올랐던 러시아산 제재목 가격은 최근 50~60만원 수준으로 내려갔다. 가구와 창호에 쓰이는 폴리염화비닐(PVC) 가격도 안정세다. 여기에 한국은행 기준금리 동결과 주택담보대출(LTV) 상향 등 정책도 부동산 시장 회복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향후 실적 개선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다만 본격적인 실적 턴어라운드는 하반기가 넘어서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장문준 KB증권 연구원은 "주택매매거래량이 다소 회복되고 있지만 아직도 부진한 시장 상황 속에 한샘의 외형감소가 이어지고 있다"며 "원재료 가격 하락 반영에도 고정비 부담이 높아 올해 4분기가 되서야 영업흑자로 돌아설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백재승 삼성증권 연구원 역시 "한샘이 디지털 전환을 통한 점유율 상승을 중장기적으로 추구하고 있다는 점은 기업가치 제고 요인이 될 수 있다"면서도 "단기적인 시황 부진이 눈앞에 놓여 있는 것이 현실이기에 단기적으로 보수적 접근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