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구업계 1위 한샘이 본격적인 변신에 나섰다. 최근 온라인몰 한샘몰을 리뉴얼한 데 이어 오프라인 매장 혁신에도 시동을 걸었다. 한샘디자인파크 송파점이 그 첫 번째다. 디자인파크는 가구와 홈리모델링, 생활용품 등 한샘 상품과 서비스를 한 곳에서 선보이는 대형 복합매장이다. 한샘은 기존 상품·전시 중심의 매장을 경험·체험 중심으로 바꾸는 데 방점을 뒀다.
한샘은 디자인파크를 통해 위기를 기회로 만든다는 구상이다. 부동산 침체라는 어려움 속에서도 매장 혁신에 투자를 지속할 예정이다. 한샘은 전국 21개의 디자인파크 매장을 순차적으로 리뉴얼한다. 김진태 한샘 대표는 "그동안 실적이 부진했지만 남들이 위축될 때 과감히 투자한다면 앞으로 경기 회복 시기에 이익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자신했다.
"새로운 50년 준비"
"지난 한샘의 50년을 '챕터 원'이라 한다면 다가오는 50년은 '챕터 투'의 시작입니다. 과거 콘셉트로는 미래를 맞이하는 데 한계가 있어 새로운 변신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김 대표는 30일 오전 개최된 한샘디자인파크 송파점 오픈 기념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최근 리뉴얼 오픈한 한샘몰이 온라인 혁신의 시작이라면 오프라인의 혁신은 송파점에서 시작 될 것"이라며 "송파점을 시작으로 한샘 매장을 체험형 매장으로 바꿔나가 고객이 자연스럽게 온·오프라인을 오가는 경험을 누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송파점은 한샘이 지난해 8월 '크리에이티브 데이'에서 밝힌 전시 전략을 첫 적용한 매장이다. 고객의 체험과 소통, 라이프스타일 공간으로 재설계했다. 단순 방문 고객도 부담 없이 찾아올 수 있도록 커뮤니티 요소를 강화했다. 기존 가구 매장은 상품과 전시가 중심이었다. 송파점은 이 공식을 깼다는 설명이다. 매장에는 구입을 권유하는 영업사원도, 팜플렛도 없다.
영화 세트장인줄
디자인파크 송파점은 3640㎡(약 1100평) 규모다. 자칫 길을 헤맬 만큼 넓었다. 작은 공간들이 붙어 미로처럼 이어졌다. 흡사 영화 세트장을 연상케 한다. 기존 가구 매장은 침실 거실 등 공간을 정해두고 관련 상품을 전시하는 게 보통이다. 하지만 디자인파크 송파점은 테마 중심의 공간을 구성했다. 고객은 각 테마 속에서 상품을 사용하는 자신의 삶을 투영해 볼 수 있다.
디자인파크 송파점은 총 6개 테마의 페어링존으로 마련됐다. 페어링존은 침대·소파·드레스룸·다이닝 등 상품을 복합 전시하는 공간이다. 신비로운 여운을 주는 '빛의 판타지', 다양한 무늬로 생동감을 표현한 '패턴의 블루스' 등이다. 각 콘셉트의 맞는 소품과 배경음들이 인상적이었다. 현장 관계자는 "판매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고객의 몰입을 극대화하기 위한 구성"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송파점의 전시 전략은 매장의 '아카이브 존'에도 적용됐다. 아카이브 존은 고객이 직접 상품을 조합해 공간을 만들어볼 수 있도록 한 공간이다. 예를 들어 수납 아카이브에서는 붙박이장·빌트인장을 체험할 수 있다. 패브릭 아카이브에서는 전동 블라인드와 커튼 등 한샘 오더메이드 패브릭으로 공간을 구성해 볼 수 있도록 했다.
방문 고객만을 위한 '커뮤니티존'도 있다. 이곳 매장 입구에는 최근 SNS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카페 '진정성'이 입점했다. 이곳에서 커피를 사 매장 한켠에서 책을 읽는 것도 가능하다. 한샘 관계자는 "향후 시즌·트렌드 변화를 반영해 커뮤니티존 입점 브랜드·매장을 주기적으로 변경할 예정"이라며 "이를 통해 매장 입구에서부터 차별화된 고객 경험을 제공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옴니채널 녹아든 매장
한샘몰을 중심으로 한 온·오프라인 연결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송파점에는 온·오프라인의 쇼핑 경험을 연결하는 ‘옴니채널’ 기술이 곳곳에 적용됐다. 송파점에 전시된 가구·건재 등 상품에 부착된 QR코드를 클릭하면 한샘몰 내의 상품과 연동할 수 있다. 고객은 이 기능을 활용해 상품을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형태로 체험해 볼 수 있고, 간편하게 구매할 수도 있다.
이 외에도 송파점에는 디자이너가 3D 공간을 설계해 보여주는 '홈플래너', 상품 QR코드를 찍으면 3D 렌더링 이미지로 살펴볼 수 있는 '샘플 스캐너', 영상을 통해 제품의 공간 변화 모습을 체험해 볼 수 있는 '디지털 컬러링존' 등 디자인파크의 디지털 요소가 그대로 적용됐다. 특히 기존에 부엌에만 적용되던 디지털 컬러링존은 이번 송파점에서 첫 바스존을 선보인다.
김윤희 한샘 홈퍼니싱사업본부장은 "송파점은 한샘만이 선보일 수 있는 신개념 복합 매장"이라며 "향후 다양한 지역에서 한샘만의 전시 콘셉트와 상품, 전문 상담 등 서비스를 선보이고 옴니채널 역량을 고도화해 고객 경험을 차별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위기, 기회 될까
다만 한샘의 매장 혁신 전략이 순탄하게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체험형, 옴니채널 구축은 이미 가구업계에서 사용되어 온 방법이다. 이케아, 신세계까사 등 경쟁자도 비슷한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기존 고객들이 한샘에서 차별성을 느끼기 어려울 수 있다. 당장 매장 혁신이 큰 수익성을 보장하지도 않는다. 유지비도 커진다. 자칫 '돈 먹는 하마'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않다.
특히 시장 상황이 좋지 않다. 현재 가구업계는 보릿고개다.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집콕 효과도 엔데믹으로 사라진 지 오래다. 특히 부동산 경기 침체가 이어지고 있다. 주택 거래가 줄어들며 가구 인테리어 산업도 꽁꽁 얼어붙었다. 실제로 한샘은 지난해 연결기준으로 21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해 적자전환했다. 매출 역시 전년대비 10.4% 감소한 2조1억원에 그쳤다.
그럼에도 한샘은 미래를 위해 투자를 멈추지 않겠다는 계획이다. 김 대표는 "한샘의 변화를 위한 투자 계획을 바꿀 생각이 전혀 없다. 점점 강화해 나갈 것"이라며 "경기 회복 시기에 한샘이 가장 큰 혜택을 보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1월보다 2월이, 2월보다 3월이 낫다. 2분기도 나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부동산 실적이 좋다면 나아질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