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샘이 대표 교체라는 초강수를 뒀다. 기존 김진태 대표를 경질하고 IMM 프라이빗에쿼티(IMM PE) 소속 김유진 본부장을 신임 대표로 선임하면서다. IMM PE는 사모펀드 운용사로 한샘의 최대 주주다. 외부경영인 대신 내부전문가에 키를 맡긴 셈이다.
김 신임 대표는 할리스, 에이블씨엔씨 등의 반등을 이끌었던 인물이다. IMM PE 에이스다. 그가 앞으로 어떤 전략을 꺼낼지에도 관심이 모인다. 다만 지금처럼 부동산 시장이 부진한 상황에선 어떤 방책을 쓰든 단기 실적 회복은 힘들 것이란 전망이 많다.
닻 올린 김유진호
한샘은 1일 김유진 IMM오퍼레이션즈 본부장을 신임 대표로 선임했다. 이로써 지난해 1월 외부에서 영입됐던 김 전 대표는 1년 반 만에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IMM PE 측은 이번 인사에 대해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서 경영 효율성을 제고하고 기업가치를 끌어올릴 적임자라고 판단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실적 부진이 수장 교체의 주원인이다. 한샘은 지난해 21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이후 올해 1분기에도 157억원의 손실을 냈다. 앞서 김 전 대표는 디지털 전환, 리모델링 부문의 무한책임 서비스 확대, 매장 혁신 등을 전략으로 내세웠지만 효과는 신통치 않았다. 현재 2분기에도 적자가 지속해 4개 분기 연속 적자가 예상되고 있다.
김 신임 대표는 코로나19로 적자 상태였던 에이블씨엔씨를 대표 취임 1년 만에 흑자로 돌려세운 인물이다. 에이블씨엔씨는 화장품 브랜드 '미샤' 등을 운영하는 회사로 2017년 IMM에 인수됐다. 이외에도 김 신임 대표는 IMM PE에서 할리스, 레진코믹스 등 여러 인수·합병(M&A)을 주도했다. IMM PE의 해결사인 셈이다.
어떤 전략 취할까
관건은 앞으로 김 신임 대표가 어떤 전략을 구사할지다. 업계는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예상하고 있다. 대주주인 IMM PE 소속 인물이 직접 내려온 만큼 기존 체제를 답습하지 않을 가능성이 커서다. 실제로 김 전 대표는 인위적 구조조정에 반대해온 인물이다. 이 때문에 지속적으로 IMM PE와 갈등이 있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과거 구조조정 단행 전력이 있었던 것도 가능성을 부추긴다. 김 신임 대표는 2년간 에이블씨엔씨 대표 재임기간 인원의 25% 가량을 감축했다. 에이블씨엔씨의 빠른 흑자전환은 조직개편과 인력감축 등 구조조정이 배경이었다고 보는 시각도 많다. 이 때문에 한샘 내부에서도 앞으로 본격적인 구조조정이 단행될 것이란 우려가 크다.
물론 일각에서는 아직 판단은 이르다는 해석도 나온다. 김 신임 대표는 과거 할리스 대표 시절에는 인력 확대와 시설 투자로 성장동력을 마련했던 바 있다. IT 시스템과 로스팅 센터 등에 적극 투자했다. 가맹점이 늘어나는 만큼 직영점도 늘리면서 전문 인력 확보에도 힘을 썼다. 한샘도 비슷한 궤적을 기대해 볼 수도 있다는 얘기다.
한샘 관계자는 "아직 신임 대표가 취임한지 얼마 지나지 않은 상황인 만큼 향후 경영 방향에 대해 논하는 것은 이르다고 생각한다"며 "현재로서는 기존의 경영 방침을 유지해 나간다는 계획"이라고 밝혔다.
여전한 보릿고개
다만 어떤 전략이라도 한샘의 단기 실적 회복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근본적으로 부동산 시장이 여전히 침체기라서다. 고환율·고물가·고금리 3중고로 부동산 거래가 얼어붙고 있다. 이 때문에 인테리어는 물론 가구에 대한 수요가 예전 같지 않다. 여기에 원목 등 원자재와 인건비 물류비 상승이라는 악재도 따르고 있다.
실제로 한국부동산원의 1~5월 주택매매 거래현황에 따르면 전국 주택 매매량은 22만2016건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 동기(25만9956건) 대비 14.6% 감소한 수치다. 이는 부동산원이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했던 2006년 이래 가장 작은 규모다. 엔데믹도 문제다. 집에 머무는 시간이 줄고 해외여행 활성화로 가구 수요가 줄었다.
증권가 예상도 부정적이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한샘의 올해 2분기 연결 기준 추정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0.1% 감소한 4991억원, 영업이익은 82억원 손실 전환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런 부진에 한샘 주가도 하락세다. 2021년 IMM PE가 한샘 인수를 발표하기 전 14만원대였던 주가는 최근 4만원대로 떨어졌다.
김기룡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올 들어 5월까지 전국 주택 매매 거래량은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했던 지난해보다도 15% 줄어들었다"며 "주택거래 매매가 살아나지 않으면 실적도 회복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도 "계절적 성수기 효과 등으로 전분기 대비 적자 폭은 다소 줄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