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샘이 지난 3분기 부진한 실적을 냈음에도 배당은 분기 기준 역대 최대 규모로 실시한다. 배당금 총액만 1000억원이 넘는다. 한샘은 최대주주가 사모펀드로 바뀐 이후부터 주주가치 제고를 이유로 배당을 지속적으로 늘리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사모펀드가 무리하게 배당을 늘려 투자금을 회수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역대 최고 배당
한샘은 지난 5일 이사회를 열고 주당 6200원의 분기 현금배당을 하기로 결의했다. 배당금 총액은 1029억원에 달한다. 이는 한샘이 지난 2002년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이래 가장 높은 배당이다. 한샘은 지난 2021년 최대주주가 IMM프라이빗에쿼티(PE)로 바뀐 후 배당성향을 확대하고 분기배당을 실시하겠다는 내용의 중장기 주주환원 정책을 발표한 바 있다.
실제로 한샘의 배당은 2022년부터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한샘은 2022년 1분기 첫 분기배당을 시작으로 매년 두 차례 이상의 분기배당을 실시하고 있다. 2022년에는 1분기와 2분기 각 주당 400원의 배당을 실시해 총 131억원을 주주들에게 지급했다. 지난해에는 2분기(주당 1500원)와 3분기(주당 3000원)의 분기배당을 통해 총 747억원의 배당을 실시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2분기와 3분기 순손실을 내고도 배당을 늘렸다.
올해는 배당 규모가 더 확대됐다. 한샘은 1분기부터 3분기까지 3개 분기 연속 배당을 실시했다. 1~3분기 누적 배당금 총액은 1416억원에 달한다. 올해 배당성향은 1분기 25.7%에서 2분기 193.7%로 치솟았다. 3분기 배당성향은 잠정 순이익 기준 110.6%에 달한다.
배당이 늘면서 한샘의 대주주들이 챙기는 현금도 늘고 있다. 한샘의 최대주주는 IMM PE가 2021년 말 한샘 인수를 위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 하임·하임1호·하임2호 유한회사다. 3개 SPC의 합산 지분율은 35.4%다. 이 중 하임2호는 롯데쇼핑과 롯데하이마트가 지분 99.8%를 가진 IMM하임코인베스트먼트원이 보유하고 있다.
이 3개 SPC는 2022년 두 차례의 분기 배당을 통해 52억원, 지난해 두 번의 분기배당에서 375억원을 챙겼다. 올해도 1분기와 2분기를 합쳐 총 194억원의 배당금을 받았다. 3분기에는 주당 배당이 치솟은 만큼 3개 SPC가 받을 배당금도 517억원으로 급격하게 늘어난다.
실적은 좋지 않은데
상장사가 배당을 꾸준히 지급하는 것은 주주가치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한샘이 배당 재원이 되는 순이익이 흑자로 돌아선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배당을 급격하게 늘리고 있다는 점은 문제라고 보고 있다.
한샘은 코로나19 특수가 끝난 후 꺾인 실적을 완전히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한샘의 매출액은 2021년 2조2312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한 이후 2022년에는 2조9억원, 작년에는 1조9669억원까지 쪼그라들었다. 2022년에는 영업손실 217억원을 기록하며 상장 이래 첫 적자도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흑자 전환에 성공했지만 영업이익은 19억원에 그쳤다.
올해 역시 3분기까지의 누적 매출액이 전년 동기보다 3.2% 줄어든 1조4180억원에 그쳤다. 특히 올 2분기와 3분기에는 실적이 시장 컨센서스에 미치지 못하면서 더 부진했다.
한샘이 더딘 실적 회복에도 올해 배당을 늘릴 수 있었던 것은 최근 상암사옥을 매각하며 대규모 현금이 유입됐기 때문이다. 한샘은 지난 9월 서울시 마포구에 위치한 상암사옥을 그래비티자산운용에 매각했다. 매각대금은 3200억원이었다. 한샘이 그래비티에 다시 출자한 200억원을 제외하고 유입된 현금은 총 3000억원에 달한다. 근본적인 실적 회복이 아니라 자산 처분을 통해 일시적으로 배당 재원을 확보한 셈이다.
한샘이 유동성을 확보한 직후 배당으로 1000억원이나 지출하는 것 역시 우려스러운 대목으로 지적된다. 한샘이 실적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여러 투자가 필요함에도 매각대금의 30% 이상을 배당으로 쏟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한샘의 대주주가 투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배당을 과도하게 늘리고 있는 것이 아니냐고 보고 있다. IMM PE가 롯데쇼핑과 함께 한샘을 인수한 후 주가가 크게 떨어지자 배당을 통해 투자금 일부를 빠르게 회수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또 배당 확대를 통해 주가를 부양하면 추후 재매각에도 유리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한샘의 이 같은 고배당 정책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부동산 경기와 가구 시장 업황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아 가구업체들이 모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매출액을 회복하기는 어렵다보니 한샘이 당분간 수익성 개선에 집중하며 배당 재원 마련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