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의 발견]은 우리의 삶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소재들을 다룹니다. 먹고 입고 거주하는 모든 것이 포함됩니다. 우리 곁에 늘 있지만 우리가 잘 몰랐던 사실들에 대해 그 뒷이야기들을 쉽고 재미있게 풀어보려 합니다. [생활의 발견]에 담긴 다양한 이야기들을 읽다 보면 여러분들은 어느새 인싸가 돼 있으실 겁니다. 재미있게 봐주세요. [편집자]
우리나라를 흔히 '커피 공화국'이라고 하죠. 그만큼 커피도 많이 마시고 커피 전문점도 많습니다. 국세청 국세통계포털에 따르면 국내 커피전문점은 거의 10만개에 육박하는 9만6650개에 달합니다. 심지어 여기에는 5만여 개에 달하는 편의점 커피가 제외돼 있습니다.
이렇게 커피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다 보니, 브랜드들도 다양한 방식으로 차별화에 나서고 있습니다. 가격을 확 낮추거나 양을 늘리는 '가성비' 전략도 여전히 유효하구요. 고품질 원두를 사용했다는 '고급화' 전략도 주 전략 중 하나죠.
카페들이 고급화 전략을 사용할 때 많이 쓰는 용어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스페셜티 원두'를 사용한다는 마케팅입니다. 이름만 들어도 무언가 특별한 듯 합니다. 이 스페셜티 원두는 일반 원두보다 고품질이고 생산량도 적다고 합니다.
그런데 주변을 보면 이 귀한 '스페셜티 원두'를 사용하는 커피전문점이 너무나 많습니다. 심지어 가격도 일반 원두를 쓴 아메리카노와 다르지 않거나, 그보다 더 저렴하기도 합니다.
저가커피의 대명사인 더벤티는 지난해 여름 커피 원두를 스페셜티 원두로 리뉴얼했다고 밝혔습니다. 가격은 그대로였죠. 파리바게뜨도 스페셜티원두를 사용한 아메리카노를 990원에 팔기도 했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 걸까요. [생활의 발견]에서 한 번 알아봤습니다.
너도나도 스페셜티
우선 스페셜티 원두가 뭔지 정확하게 짚고 갈 필요가 있겠죠. 많은 분들이 아시겠지만, 스페셜티 원두는 추상적으로 특별한 원두를 썼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명확한 기준이 있죠. SCA(Specialty Coffee Association)가 80점 이상의 점수를 준 원두만을 '스페셜티 원두'라 부를 수 있습니다. 전체 원두의 7%만이 스페셜티 원두라고 합니다. 당연히 일반 원두보다 비싸겠죠.
하지만 여기엔 맹점이 하나 있습니다. 스페셜티 원두끼리도 품질과 등급, 가격 차이가 난다는 겁니다. 실제로 80점이 살짝 넘는 수준의 스페셜티 원두는 일반 원두에 비해 크게 비싸지 않은 반면 90점 이상을 받은 '진짜' 프리미엄 원두는 일반 원두보다 두 배 이상 비싼 경우도 많습니다. 즉 스페셜티 원두라고 해서 무조건 일반 원두보다 비싼 건 아니라는 겁니다.
일부 커피전문점들은 스페셜티 원두와 일반 원두를 섞어 쓰기도 합니다. 한 가지 원두만 사용하는 싱글 오리진 커피가 아니라면 대부분의 커피전문점들은 자체적으로 여러 원두를 블렌딩해 사용하는데요. 이 중 한 가지만 스페셜티 원두를 사용한 뒤 '스페셜티 원두를 사용한 커피'라고 마케팅한다는 겁니다.
한 커피업계 관계자는 "똑같이 스페셜티라는 이름을 쓴다 해도 99점을 받은 원두와 80점을 받은 원두가 비슷한 품질이라고 보기는 어렵지 않겠나"라며 "점수가 오를수록 가격은 기하급수적으로 비싸진다"고 설명했습니다. 스페셜티라고 해서 다 똑같은 스페셜티가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국내 커피 시장 규모를 생각하면 스페셜티 커피가 늘어나는 게 이상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의 1인당 커피 소비량은 405잔으로, 전세계 평균인 152잔보다 두 배 이상 많습니다. 소비량만 따지면 미국과 중국에 이은 세계 3위 커피 소비 국가입니다.
실제로 SCA의 스페셜티 원두만큼 품질을 인정받고 있는 COE(Cup of Excellence)원두의 경우 옥션을 거쳐 판매하는데요. 일본 다음으로 많은 양을 수입하는 나라가 바로 우리나라입니다. 그만큼 프리미엄 커피에 대한 수요도 늘어났고 스페셜티 커피를 알고 찾는 소비자도 많아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입니다. 최근엔 커피앤웍스, 이디야랩 등 다양한 커피전문점 브랜드들도 자체적으로 스페셜티 메뉴를 운용하고 있죠.
이쯤 되니 스페셜티 커피라는 게 그리 대단해 보이지 않기도 합니다. 생각만큼 특별한 원두는 아닌 것 같기도 하구요. 하지만 스페셜티 원두들은 대중적인 블렌드에 비해 대체로 개성이 있는 편입니다. 원두를 잘 관리한 카페에서 정성스럽게 내린 스페셜티 커피는 평소에 맛보던 커피와 다른 매력이 있습니다. 스페셜티 원두에 대한 관심을 계기로 다양한 원두를 맛보고, 그 속에서 자신의 커피 취향을 찾을 수 있다면 '스페셜티'의 이름값은 한 게 아닐까요. 이번 주말엔 스페셜티 커피 한 잔 어떠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