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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득인 줄 알았는데"…쓱데이 '럭키박스'의 비밀

  • 2024.11.05(화) 07:00

이마트 쓱데이 '면도기 럭키박스' 판매
9만9000원에 4가지 모델 랜덤 동봉
저가 모델 나오면 오히려 손해볼 수도

그래픽=비즈워치

이마트가 지난 1일부터 진행 중인 대형 할인 행사 '쓱데이'에서 진행 중인 면도기 럭키박스 행사가 소비자들의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표시된 면도기 가격이 실제 판매 중인 가격과 큰 차이가 있는 데다, 럭키박스의 제품 확률도 고지되지 않아 실제로는 큰 이익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9만9000원의 행운?

이마트는 지난 1일부터 3일까지 '대한민국 쓱데이 브라운 면도기 럭키박스' 행사를 진행했다. 전 점포에서 브라운 면도기 5종 중 한개가 램덤으로 들어 있는 럭키박스 총 5000개를 판매했다. 이마트에 따르면 5종 중 가장 저렴한 '51-M1000S' 모델과 '51-R1000S' 모델이 15만3000원 상당으로, 럭키박스 판매 가격인 9만9000원보다 50% 이상 비싸다. 최고가 모델인 '9517s'는 47만8000원 상당으로 럭키박스 가격보다 4배 이상 비싼 제품이다. 

브라운 5시리즈 전기 면도기를 구매하려던 고객이라면 최소한 할인 구매를, 운이 좋을 경우 상위 등급의 모델을 받을 수 있다. 어떤 모델이 나오더라도 50% 이상 비싼 제품을 받을 수 있는 만큼 전기면도기를 구매하려는 고객이라면 무조건 이득이 된다는 계산이다. 이름처럼 행운을 가져다 주는 '럭키 박스'인 셈이다. 

이마트의 쓱데이 행사에서 판매된 브라운 면도기 럭키박스/사진=김아름 기자 armijjang@

하지만 이는 브라운에서 제공하는 소비자 가격을 기준으로 했기에 나타나는 일종의 '착시 현상'이다. 이마트에서 15만3000원이라고 표기한 두 모델의 경우(두 모델은 컬러만 다른 동일 모델이다) 현재 쿠팡에서는 트리머가 개선되고 터보 모드가 추가된 2024년 신형 모델인 '52-M1000S'를 9만4240원에 판매 중이다.

다른 제품들도 실제 판매가와 이마트가 밝힌 가격대에 차이가 있었다. 19만원대라고 공개한 6시리즈 제품의 경우 인터넷 최저가는 14만원 안팎이었다. 26만원대라고 밝힌 7시리즈 제품은 신세계몰에서 동일 제품에 충전·세척 스테이션과 코털제거기까지 더한 세트 구성을 18만원대에 판매 중이다. 세척·충전 스테이션 단품이 5만원대라는 점을 고려하면 '럭키박스'의 의미가 크게 없다는 지적이다.

게임도 확률 공개 하는데

다른 문제 제기도 있다. 럭키박스 구성품의 확률을 공개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마트 측은 5000개의 럭키박스 중 각 모델의 수량이 얼마나 되는지 비중을 밝히지 않았다. 인터넷 최저가를 고려하면 소비자가 9만9000원을 내고 럭키박스를 구매했을 때 실제 유의미한 이득을 볼 수 있는 구간은 20만원 중반대의 7시리즈나 최상위 모델인 9시리즈가 나왔을 때다. 업계에선 최상위 모델의 비중이 10%를 넘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이마트뿐만이 아니다. 지난 7월에는 한 프로야구 구단의 랜덤 피규어 굿즈를 구매한 소비자가 '10개를 구매했는데 10개가 모두 같은 제품이 나왔다'며 SNS에 사진을 올려 논란이 되기도 했다. 꾸준히 랜덤박스 행사를 진행해 온 스타벅스 역시 비인기 디자인 제품들이 다량 들어 있다는 지적이 매년 나온다.

쓱데이가 진행 중인 한 이마트 매장/사진제공=이마트

이와 비슷한 '확률' 문제를 겪었던 게임업계의 경우 올해 3월부터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을 의무적으로 공개하는 법안이 시행되고 있다. 게임 내 무상 제공 아이템을 제외한 확률형 아이템에는 백분율 등 이용자가 알아보기 쉬운 형태로 확률 정보를 제공하도록 했다.

하지만 해당 법안은 게임에만 적용된다. 대형마트나 온라인쇼핑몰 등이 진행하는 럭키박스에는 어떤 상품이 포함되는지 등 럭키박스 내 주요 상품의 정보만을 고지하도록 돼 있고 확률 정보는 고지할 의무가 없다. 동일한 방식의 판매 상품이지만 무형의 아이템에만 확률 고지 의무가 적용되고 실물을 제공할 때는 고지 의무가 없다는 건 소비자 보호 차원에서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은 랜덤박스나 럭키박스를 판매할 때 소비자에게 손해를 보지 않을 것이라는 인식을 유도한다"며 "실제 판매 중인 가격과 당첨 확률 등을 고지해야 공정한 판매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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