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SDJ코퍼레이션 회장)이 이번에는 1400억원에 달하는 손해배상 소송을 들고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흔들기에 나섰습니다. 신 전 부회장은 2015년 시작된 경영권 분쟁 이후 10년간 쉬지 않고 소송전을 이어오고 있는데요. 신동빈 회장을 직접 겨냥한 소송을 제기한 건 이번이 세번째입니다.
선관주의 의무 위반?
신동주 전 부회장은 지난 4일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인 신동빈 회장을 상대로 134억5300만엔(약 1340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주주대표 소송을 도쿄지방법원에 제기했습니다. 또 신 회장과 다마츠카 겐이치(玉塚 元一) 대표 등 롯데홀딩스 이사 6인을 상대로도 총 9억6500만엔(약 96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신 전 부회장은 일본 롯데홀딩스의 최대주주인 광윤사의 지분 50.3%를 갖고 있는 최대주주입니다.
신 전 부회장이 손해배상을 청구한 건 신동빈 회장이 법령 위반, 자회사 관리 의무 위반, 선관주의의무(선량한 관리자의 주의 의무) 위반 등의 직무 태만이 있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구체적으로는 △롯데쇼핑에서의 업무상 배임죄로 유죄 판결을 받은 점 △한국 자회사 7곳의 뇌물공여죄에 대해 유죄 판결을 받았다는 점 △롯데쇼핑이 대규모유통업법 위반으로 대규모 과징금을 받았다는 점 등을 이유로 들고 있는데요.

신동빈 회장은 2005년부터 2013년까지 아버지 고(故) 신격호 명예회장과 사실혼 관계인 서미경 씨가 운영하는 유원실업에 롯데시네마(당시 롯데쇼핑 운영) 매점 사업권을 몰아줘 회사에 손해(배임)를 입혔다는 혐의에 대해 유죄 판결을 받은 바 있습니다. 또 신 회장은 박근혜 정부 당시 롯데웰푸드(당시 롯데제과) 등 7개 회사가 최서원 (개명 전 최순실)씨가 실질적으로 운영하던 K스포츠재단에 70억원을 지원한 것과 관련해 뇌물 공여죄 유죄 판결을 받았죠.
롯데쇼핑의 경우 2014년부터 2020년까지 6차례에 걸쳐 대규모유통업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총 501억원의 과징금을 부과 받았습니다. 신 회장은 일본 롯데홀딩스의 대표이사으로서 자회사 관리 의무를 위반해 직무를 태만히 했다는 게 신 전 부회장의 주장입니다.
이와 함께 신동빈 회장을 비롯한 롯데홀딩스 대표 6인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은 신동빈 회장의 보수와 관련돼있습니다. 신 회장은 지난해 한국 7개 계열사에서 216억원의 보수를 받았는데요. 일본에서도 18개사에서 이사직을 수행 중인데 보수는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한일 롯데 양쪽에서 신 회장이 받는 보수가 롯데홀딩스의 이사 보수 한도인 12억엔(약 120억원)을 초과하므로 이를 결의한 롯데홀딩스 이사 6인이 모두 선관주의 의무 위반이라는 것이 신 전 부회장의 주장입니다.
이어진 패소
신동주 전 부회장은 이전에도 두 차례 신동빈 회장을 직접 겨냥해 소송을 제기한 바 있습니다. 2015년 업무방해 및 재물은닉 혐의의 형사소송, 그리고 2020년 신동빈 회장의 롯데홀딩스 이사 해임 소송입니다.
2015년 12월의 형사소송은 신동빈 회장과 신동주 전 부회장의 경영권 분쟁이 한창일 때 제기됐습니다. 이 소송 제기는 신격호 명예회장 이름으로 이뤄졌지만 실질적으로는 신동주 전 부회장이 주도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당시 신격호 명예회장과 신동주 전 부회장은 2014년말부터 2015년까지 신동빈 회장과 일본 임원들이 자신들을 그룹 경영에서 배제한 과정이 불법적이라며 이들을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습니다.
신격호 명예회장은 일본 임원들이 '신동주 전 부회장이 자회사 돈을 잘못 투자했다'는 허위 보고를 한 탓에 신동주 전 부회장을 해임하게 됐다며 인사업무를 공정하게 처리하지 못하도록 업무를 방해했다고 주장했고요. 또 2015년 7월 일본 롯데홀딩스 임시 이사회 당시 신격호 명예회장이 해임됐을 때도 신 명예회장의 인감을 꺼내지 못하게 한 것이 재물은닉에 해당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검찰은 업무방해 및 재물은닉 혐의 모두에 대해 불기소 처분을 내렸습니다. 업무방해의 경우 위계 또는 위력에 의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였고요. 인감의 경우에도 롯데그룹 비서실장이 갖고 있었기 때문에 재물은닉으로 보기 어렵다고 봤습니다.
이후 신동주 전 부회장은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에서 패배하면서 꾸준히 일본 롯데홀딩스를 통한 경영 복귀를 시도했습니다. 2020년 6월에는 일본 롯데홀딩스 정기주주총회에서 신동빈 회장의 해임안을 상정했는데요. 이 안건이 부결되자 같은해 7월 신동빈 회장을 해임시켜달라는 소송을 도쿄지방법원에 제기했습니다. 한국에서 뇌물공여죄와 배임죄 유죄 판결을 받은 신동빈 회장을 롯데홀딩스 이사에서 해임시켜야 한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하지만 이듬해인 2021년 4월 신동주 전 부회장은 이 소송에서도 패소했습니다. 도쿄지방법원은 신동빈 회장의 뇌물공여죄, 배임죄가 롯데홀딩스 직무 집행과 연관돼 행해진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결했습니다.
누가 더 '도덕적'인가
신 전 부회장은 다른 소송에서도 한번도 승소한 적이 없습니다. 신 전 부회장은 2017년부터 롯데홀딩스, 롯데서비스, (주)롯데, 롯데상사 등 자신을 해임한 일본 롯데 4개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는데요. 자신이 2014년 12월부터 2015년 1월까지 이들 4개사의 이사직에에서 연이어 해임된 것이 무효라며 손해배상을 청구한 겁니다. 하지만 2019년 일본 대법원은 신 전 부회장의 해임이 정당하다며 일본 롯데 4개사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그 이유는 신동주 전 부회장이 벌였던 '풀리카' 사업 때문입니다. 신 전 부회장은 해임되기 전인 2011년~2014년 롯데서비스에서 풀리카라는 신사업을 추진했는데요. 이 사업은 소매점포의 상품 진열 상황과 고객 움직임을 촬영해 분석하겠다는 것이었는데요. 문제는 불법·무단으로 수집한 영상을 활용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위법 소지가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롯데서비스 이사회의 반대에도 신 전 부회장은 이 사업을 강행했는데요. 이 여파로 일본 주요 계열사에서 해임되고 말았습니다. 이외에도 임직원 이메일을 부정한 취득했던 사실까지 밝혀지면서 일본 법원에서는 신동주 전 부회장이 경영자로서 자격이 부족하다고 봤습니다.

신 전 부회장은 이 풀리카 사업 때문에 롯데서비스로부터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당하기도 했습니다. 일본 법원은 신 전 부회장이 선관주의 의무를 위반했다며 2심까지 롯데서비스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그러자 신 전 부회장은 2023년 롯데서비스와 합의를 통해 소송을 마무리 지었습니다. 이 합의에 대해 신 전 부회장은 자신이 사실상 '승소'한 것이라는 입장문을 내기도 했는데요. 실제로는 신 전 부회장이 화해금 6000만엔을 지급하기로 합의한 만큼 신 전 부회장 측이 자신의 과실을 일부 인정한 것이라고 재계에서는 보고 있습니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10년째 계속 신동빈 회장의 부도덕함, 경영인으로서의 무능함에 대한 지적만 반복 중입니다. 신 전 부회장의 주장대로 신동빈 회장은 도덕적 측면에서 완벽한 경영인은 아닐 겁니다. 하지만 10년간 이어진 수차례의 소송전은 신 전 부회장 역시 도덕성 면에서는 신동빈 회장을 이기지 못한다는 것만 보여줬습니다. 신 전 부회장이 동생에 대한 무의미한 비난을 반복하기보다 롯데그룹을 위한 건실한 대안을 제시하는 '경영인'다운 모습을 보여주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