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NAVER)가 AI 기술을 접목하며 쇼핑 플랫폼으로의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20년간 쌓아온 방대한 데이터가 AI 시대의 핵심 자산으로 부상하면서 쿠팡 등 순수 이커머스 업체와의 경쟁 구도에도 변화가 생길 전망이다.
20년의 축적
네이버가 검색 엔진 사업에 이어 '쇼핑' 사업을 시작한 것은 지난 2003년이다. 국내 포털업계 최초로 가격 비교 서비스 '지식쇼핑'을 열며 이커머스 시장에 첫 발을 내딛었다. 네이버 지식쇼핑은 여러 쇼핑몰의 상품 가격을 한눈에 비교할 수 있다는 장점으로 빠르게 이용자를 끌어모았다.
네이버는 2014년 판매자가 직접 온라인 쇼핑몰을 열 수 있는 '스토어팜'을 선보였다. 네이버는 이듬해 론칭한 '네이버페이'와 스토어팜을 결합하면서 검색부터 결제까지 한 번에 가능한 이커머스로 발돋움했다.
이어 2018년에는 스토어팜을 현재의 '스마트스토어'로 개편하며 소상공인과 중소상공인(SME)이 이커머스 시장에 진입하는 창구로 키웠다. 현재 스마트스토어에 입점한 판매자 수는 60만곳에 달한다.
이와 함께 네이버는 2020년 출시한 '네이버플러스 멤버십'으로 충성 고객층을 확보했다. 높은 적립 혜택과 넷플릭스·우버 등 인기 브랜드 파트너십을 더하면서 현재 가입자의 95%가 멤버십을 계속 이용하고 있다. CJ대한통운과 같은 물류사, 컬리 등 판매사와의 제휴로 배송과 상품 카테고리를 보강하면서 네이버 쇼핑 생태계는 점차 외연을 넓혔다.
네이버가 이 생태계를 통해 쌓아온 '데이터'는 네이버의 커머스 사업의 또 다른 강점으로 자리 잡고 있다. 네이버에 따르면 네이버가 가진 쇼핑 데이터는 상품 정보, 이용자 리뷰, 쇼핑 이력에 네이버의 블로그, 카페 등 사용자 생성 콘텐츠(UGC) 데이터를 합쳐 100억건에 이른다. 이 데이터가 중요한 이유는 네이버가 추진하는 'AI 커머스'의 정확도가 결국 데이터의 양과 다양성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데이터로 무장
네이버가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AI를 쇼핑 서비스에 본격적으로 접목하기 시작한 것은 2024년 10월 '네이버플러스 스토어'를 선보이면서부터다. 네이버플러스 스토어의 핵심은 네이버가 2017년부터 자체 개발해 온 상품 추천 기술 'AiTEMS(에이아이템즈)'다. 이용자의 쇼핑 이력과 관심사를 분석해 맞춤 상품을 자동으로 추천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네이버의 AI 커머스가 경쟁사와 다른 점은 이 추천 기술을 뒷받침하는 데이터에 있다. 경쟁 이커머스 플랫폼은 대부분 자체 판매 데이터만 보유하고 있다. 반면 네이버는 이 판매 데이터뿐만 아니라 블로그·카페 등 이용자가 직접 작성한 정보성 콘텐츠까지 더해져 이용자의 관심사와 소비 맥락을 더 넓게 파악할 수 있다. 보다 정교한 추천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실제로 네이버플러스 스토어는 순항하고 있다. 네이버플러스 스토어 앱은 지난해 3월 출시한 후 1년 만인 올해 초 국내 쇼핑 앱 2위로 올라섰다. 또 앱 출시 초기인 지난해 1분기와 올해 1분기를 비교하면 월 평균 거래액은 3배, 재구매자 수는 1.5배 증가했다.
AI 추천이 네이버플러스 스토어의 성장을 이끌고 있다는 신호도 나온다. 지난 5월 기준 앱 전체 거래액 중 AI 추천을 통한 거래 비중이 처음으로 50%를 넘어섰다. 이용자가 직접 검색한 게 아니라 AI가 제안한 상품에서 거래의 절반 이상이 발생하고 있다는 의미다.
에이전트로 완결
네이버가 다음 단계로 꺼내든 카드는 'AI 에이전트'다. AI 에이전트는 이용자가 명령을 내리면 스스로 판단하고 실행하는 AI를 말한다. 단순히 질문에 답하는 수준을 넘어 이용자의 맥락을 파악해 필요한 정보를 찾고 행동까지 이어지는 방식이다.
네이버는 지난 2월 말 이 에이전트 기술을 쇼핑에 접목한 'AI 쇼핑 에이전트' 베타 서비스를 출시했다. 기존 키워드 검색 방식과 달리 자연어로 원하는 상품의 상황과 조건을 설명하면 AI가 여러 상품을 비교·분석해 추천한다. 예를 들어 기존에는 러닝화를 사기 위해 '러닝화'라는 키워드로 검색해야 했다. 하지만 이제는 '발볼이 넓은 초보자용 쿠션감 좋은 러닝화 추천해줘'라고 말하면 AI가 조건에 맞는 상품을 골라 비교해준다.
여기에 네이버는 지난 5월 이용자의 쇼핑 맥락을 먼저 파악해 대화를 제안하는 능동형 에이전트로 업그레이드했다. 장바구니에 러닝화를 담아 둔 이용자라면 '함께 쓰기 좋은 러닝 양말도 찾아 드릴까요'라고 먼저 말을 거는 식이다.
이런 새로운 쇼핑 방식에 많은 이용자들도 빠르게 적응 중이다. 네이버플러스 스토어는 AI 에이전트 도입 후 3개월 만에 재방문 이용자가 180% 늘었고 에이전트를 통한 거래액도 약 2배 확대됐다.
특히 에이전트 이용자의 70% 이상이 짧은 키워드 대신 구체적인 상황과 조건을 담은 긴 문장으로 질문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검색창에 단어 몇 개를 입력하던 방식에서 AI와 대화하며 상품을 찾는 방식으로 쇼핑 습관 자체가 바뀌고 있다는 신호다.
이런 대화형 쇼핑 방식은 챗GPT 등 대형 언어 모델(LLM)에서도 가능하다. 다만 이들은 외부 플랫폼을 중개하는 방식에 그친다. 실제 구매까지 한 곳에서 이어지는 완결된 경험을 제공하기 어려운 구조다.
네이버의 최종 목표는 검색부터 결제까지 끊김 없이 이어지는 'A2A(Agent to Agent)' 커머스의 실현이다. 이용자가 AI 에이전트와 대화하는 것만으로 탐색·비교·결제까지 끝낼 수 있는 방식의 쇼핑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외부 LLM은 접근하기 어려운 독자적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검색부터 결제까지 완결성 있게 이어지는 A2A 실현을 목표로 기술 고도화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