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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소생]BTS가 만든 '버터' 라면 맛은 'Dynamite'

  • 2026.06.10(수) 15:53

hy가 BTS와 손잡고 내놓은 브랜드 '아리'
총 28종 중 라면류 7종…K파스타라면 콘셉트

팔도의 신제품 '아리'/사진=김아름 기자 armijjang@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제품이 쏟아지는 소비의 시대. 뭐부터 만나볼지 고민되시죠. [슬기로운 소비생활]이 신제품의 홍수 속에서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 만한 제품들을 직접 만나보고 가감없는 평가로 소비생활 가이드를 자처합니다. 아직 제품을 만나보기 전이시라면 [슬소생] '추천'을 참고 삼아 '슬기로운 소비생활' 하세요.[편집자]

*본 리뷰는 기자가 제품을 hy로부터 제공받아 시식한 후 작성했습니다. 기자의 취향에 따른 주관적인 의견이 포함될 수 있습니다.

'파스타' 라면

지금 K라면의 위상은 그 어느때보다 높다. 아직 매출로는 일본의 닛신이나 토요이스산, 중국 캉스푸, 인도네시아의 인도푸드 등에 미치지 못하지만 성장세만큼은 이들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 처음엔 짧은 유행이라고 생각한 사람이 많았지만 이젠 다르다. 단순히 이슈화에 따른 단발성 인기로 보기 어려워졌다. 품질과 기술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해외에 가서 라면을 먹어봐도 K라면의 우수성을 느낄 수 있다. 면부터 국물까지, '한국 라면'만한 제품을 찾기가 쉽지 않다. 다양성도 마찬가지다. 외국 라면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국물라면부터 비빔면, 볶음면까지 온갖 다양한 라면이 매년 출시된다. '라면의 원조' 닛신조차 K라면을 베낀 제품들을 내놓을 정도다. 

hy와 팔도의 새 브랜드 '아리'/사진=hy

그런 K라면이 유독 어려워했던 제품군이 있다. 바로 '파스타 라면'이다.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해 꼭 필요한 제품군이지만, 파스타와 라면의 접목은 쉽지 않았다. 시도가 없었던 건 아니다. 농심은 물론 오뚜기와 삼양식품, 팔도 등 라면 제조사라면 어디나 몇 가지 파스타 라면 라인업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눈에 띄는 실적을 올린 제품은 없었다. 그나마 최근 농심이 '신라면 툼바'로 성과를 냈지만 이조차 '파스타'보다는 '라면'에 방점이 찍혀 있었다. 

이 어려운 시장에 hy의 팔도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것도 무려 'BTS'와 함께. hy의 신규 브랜드 '아리'다. BTS가 단순히 광고 모델로 나서는 게 아닌, 제품 개발 단계에서부터 함께 해 화제가 됐다. 론칭과 함께 28종의 제품을 내놓은 것도 이례적이다. 이 중 라면만 7가지 플레이버, 14종(봉지·컵)에 달한다. 모두 '파스타 라면'이다. 여러모로 사활을 걸었다는 게 느껴지는 브랜드다.

팔도는 국내 라면 제조사 중 농심, 오뚜기, 삼양식품에 이은 4위 사업자다. 시장을 선도한다기보다는 흐름을 따르는 입장이었다. 이번 '아리'에 눈길이 가는 이유다. 팔도가 야심차게 내놓은 '글로벌향'의 결과물은 어땠을까. [슬기로운 소비 생활]에서 'BTS 라면'을 맛보기로 했다.

라면 아닙니다?

아리는 기획 단계부터 방탄소년단과 함께한 브랜드다. 브랜드명, 맛, 패키지 디자인까지 BTS의 의견을 반영했다. '일상의 균형과 행복, 건강'이라는 브랜드 콘셉트도 멤버들과의 공감대를 바탕으로 도출했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도 패키지에 BTS를 노출하지는 않는다. BTS가 브랜드 '모델'이 아닌 '동업자'라는 점을 보여준다.

아리의 면 라인업에는 비슷비슷한 맛에 이름만 바꿔 단 게 아닌, 고추장버터·간장버터·트러플불고기·후추라볶이·김볶음면 등 그간 K라면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맛들이 가득하다. 한국적인 재료를 사용하면서도 서양 면 요리같은 콘셉트를 내세웠다. 평범한 제품에 BTS를 달고 나오는 '굿즈'는 아니라는 의미다. 

아리의 조리법. 파스타처럼 면 삶은 정도를 구분하고 있다./사진=김아름 기자 armijjang@

가장 먼저 느낄 수 있었던 '라면'과의 차이점은 조리법이다. 물을 끓인 후 면을 삶고 스프를 넣어 비벼 먹는다는 점은 동일하지만 아리는 '누들 텍스처'를 별도로 제안한다. 4분30초를 삶을 경우 '알 덴테', 5분 삶을 경우 '미디엄', 5분30초 삶을 경우 '소프트' 등 면발의 익힘을 취향대로 조절하도록 권유한다. 라면이 아닌 '면 요리'라는 점을 강조하는 부분이다. 

실제로 hy와 팔도는 아리의 면 라인업에 '라면'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는다. 이들이 밝힌 공식 카테고리는 '모던 누들'이다. 일반 라면과 구별되는 신개념 면 요리로, 레스토랑급 면 요리를 간편하게 즐기는 것이 지향점이다. 패키지에도 '라면'이라는 표현이 전혀 들어가지 않는다. 

이거 괜찮네

아리의 '모던 누들' 중 트러플 불고기·김 볶음면·후추 라볶이·간장 버터 등 4가지 제품을 시식해 봤다. 우선 기존 라면의 가는 면발이 아닌, 두껍고 넓은 페투치니 스타일의 면이 인상적이다. 그동안 팔도는 '면 식감'이 약점이라는 지적을 많이 받았다. 팔도의 베스트셀러인 팔도비빔면 역시 경쟁 비빔면 대비 면발이 툭툭 끊어진다는 점이 단점으로 지목됐다. 

하지만 아리의 두툼한 면은 편견을 싹 사라지게 할 정도로 완성도가 높았다. 넓은 면은 꾸덕한 소스를 충분히 머금어 밸런스가 좋았고, 두툼한 두께도 씹는 맛이 각별했다. 면발 길이도 일반 라면보다 다소 짧았는데, 젓가락보다 포크 사용에 익숙한 글로벌 소비자를 타깃으로 한 배려라는 설명이다. 근래 맛본 면 중 손꼽히는 완성도다. 

아리 김볶음면(위)과 간장버터 누들(아래)/사진=김아름 기자 armijjang@

소스 역시 개성있으면서도 '불호'는 나오지 않을, 적정 지점을 잘 찾았다. 매콤한 비빔면에 김을 뿌린 김 볶음면은 김과 깨의 풍미가 비빔면과 잘 어울렸다. 비빔면 명가 팔도의 저력이 그대로 드러나는 부분이다. 최근 비빔면·볶음면 시장이 불닭볶음면의 영향으로 '챌린지형 매움'을 추구한 반면 아리 김 볶음면은 적당한 매콤함을 구현했다는 점도 팔도의 뚝심을 잘 보여준다.

후추 라볶이 역시 지나치게 매운 맛이 아닌, 매콤한 떡볶이의 맛을 구현했다. 여기에 후추 풍미를 가득 넣어 라볶이의 끈적한 단 맛을 줄임과 동시에 차별화된 개성도 부여한다. 개인적으로는 4개 제품 중 가장 맛있었던 제품이었다. 트러플 불고기는 달콤한 불고기 볶음면에 트러플을 더해 단숨에 고급스러운 요리로 탈바꿈시켰다. 버섯과 궁합이 좋은 불고기와 '버섯의 왕' 트러플의 조합은 필승 조합이다. 

팔도의 아리 '트러플 불고기 누들'/사진=김아름 기자 armijjang@

간장 버터 볶음면의 경우 개성 강한 소스가 돋보였던 다른 제품들에 비해 다소 부드러운 풍미였다. 매운 면을 즐기지 않거나 부드러운 풍미를 선호하는 소비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제품이다. 가성비도 나쁘지 않다. 대형마트에서 4개입 멀티팩이 5980원으로, 개당 1500원 꼴이다. 저렴한 제품군은 아니지만 봉지당 2000원이 넘는 '프리미엄' 제품군이라기엔 합리적인 가격대다. 

아리의 허들은 결국 '낯섦'이다. 늘 먹던 맛이 아닌, 새로운 맛을 선택하는 소비자는 많지 않다. hy와 팔도는 이 간극을 'BTS'로 줄이겠다는 계산이다. 처음에는 'BTS 라면'이라 지갑을 연 소비자들이 맛을 보고 나면 충성 고객이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이다. 팔도와 BTS의 새로운 도전은 보수적인 라면 시장의 벽을 허물 수 있을까. 일단 첫 단추는 잘 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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