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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의 돈줄 금융, 그들의 상태로 그룹을 본다

  • 2013.09.29(일) 08:30

한화 10조 원, 동부 3.7조 원 규모 지원 가능
동양 같은 시장성 지원 규모 정확히 파악 안 돼
NICE신평, 동부 금융 계열사 모니터링 필요

 

재벌이 소유한 금융 계열사는 그룹이 어려움에 부닥쳤을 때 든든한 버팀목이다. 금융 계열사로의 부실전이 차단과 금산분리 원칙 등으로 규제는 적지 않다. 그러나 건실한 금융 계열사 하나만 있어도 절체절명의 위기를 넘기는 게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다. 그래서 모든 기업이 금융회사를 소유하고 싶은 욕망을 숨기지 않는다.

재벌이 은행을 직접 소유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 그래서 우리나라 기업들은 보험과 증권, 저축은행 등 제2금융회사를 대부분 갖고 있다. 보험사가 최고다. 삼성그룹은 오래전부터 생명보험과 손해보험에서 부동의 1위를 지키는 두 보험사를 쥐고 있다. 변변한 금융회사가 없던 한화그룹은 2002년 꿈에도 그리던 빅3 생보사인 한화생명(옛 대한생명)을 품었다.

최근 동양그룹이 문제다. 글로벌 위기로 대내외 경제도 엉망이다. 기업의 수익성도 날로 좋지 않다. 이런 시기엔 모든 것이 양극으로 치닫는다. 잘 되는 기업은 더 잘될 기회를 잡지만, 좀 힘든 기업은 계속 나락으로 떨어지는 사례가 부지기수다. 삼성전자 한 회사가 국내총생산(GDP)의 7% 정도를 차지하는 시대다.

그동안 많은 그룹이 무너졌고, 지금도 그런 기미를 보이는 곳이 적지 않다. 웅진과 STX에 이어 지금은 동양이 시험대에 올랐다. 각 그룹의 금융 계열사들이 주목받는 이유다. 금융 계열사가 법이 정한 한도 내에서 얼마나 더 지원할 수 있는지를 보는 것은 해당 그룹의 위기 진전 정도와 가능성을 가늠할 바로미터다.

◇ 금융계열사의 계열회사 출자 증가 추세

공정거래위원회의 상호출자제한기업(총 62개 집단, 소속 계열사 1768개) 중 금융 계열사를 보유한 기업집단은 32개(소속 금융 계열사 164개)다. 이 중 16개 기업집단에서 금융 계열사의 타 계열사 출자가 이뤄지고 있다. 금융 계열사를 통한 계열 출자규모는 2010년 말 3조 6000억 원, 2011년 말 4조 8000억 원, 2012년 말 4조 9000억 원 등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미래에셋•교보생명•한국투자금융 등 금융주력 집단을 제외하면 삼성•동양•동부•현대•한화그룹 등에서 금융계열사의 계열사 출자규모가 크게 나타나고 있다. 삼성은 기업집단의 총 규모 대비 금융계열 출자규모의 변동이 높지 않다. 현대그룹은 현대저축은행 인수와 유상증자 등 특수요인에 따른 것이다.

이를 제외하면 동양, 동부, 한화그룹 등이 관심이다. 이들 그룹의 비금융 계열 신용도는 금융 계열에 비해 낮은 것이 특징이다. 금융 계열사의 돈이 비금융 계열사로 흘러들어 갈 여건이 조성된 셈이다. 최근 NICE신용평가는 이들 그룹의 금융계열사에 대한 익스포저를 점검하고, 궁극적으로 법적 규제 한도 내에서 추가적인 지원 여력이 얼마나 되는지 분석한 자료를 냈다.

◇ 이미 터져버린 동양그룹

 


동양그룹은 비금융 계열과 금융 계열 간 주요 지분이 혼합된 지배구조를 띄고 있다. 동양생명은 보유 지분 46.5%를 보고펀드에 매각해 실질적으로는 계열에서 분리한 것으로 본다.

최근 동양그룹 사태에서도 볼 수 있듯, 이미 계열 동양증권의 지원 여력이 제로(0)인 상황이다. 동양생명 지분이 일부 남아 있지만, 계열 지원을 위해선 보고펀드와 협의가 필요하다. 이런 상황에서 보고펀드가 추가 지원에 동의해 줄 가능성은 없다.

채권단의 간섭이 짜증 난다고 소유한 증권사를 활용한 시장성 자금조달에만 치중한 결과다. 아직 법을 위반했다는 증거는 없다. 앞으로 조사할 일이다. 기업어음(CP)과 회사채의 불완전 판매 논란이다. 보통 직접금융시장에서의 자금조달은 만기가 긴 것이 유리하다. 신용도가 받쳐줘야 가능하다.

단기자금은 보조로 써야 한다. 동양그룹은 이를 주력으로 썼다. 단기자금은 보통 당장 쓸 때는 비용이 적지만, 그것도 짧게 여러 번 쓰면 실질 비용은 더 늘어난다. 은행 대출과 카드 대출의 이치가 그렇다. 기업이나 개인이나 탈이 나는 이유다.

동양증권은 이미 1년 전(2012년 9월) 신탁재산 운용 관련 계열사 발행증권의 소유 제한 위반 등으로 감독기관으로부터 기관경고 및 과태료를 부과받았다. 2011년 6월~11월 기간 중 계열회사 CP(4329억 원) 편입 시 위탁 고객의 서면 동의 없이 전화 등의 방식으로 해당 계약을 체결한 것이 문제가 됐다.

이런 방법을 사용한 동양그룹은 결국, 비금융 계열사의 부실이 금융 계열사로 전이되는 국면에 들어섰다. 동양증권의 평판(reputation)이 의심받으면서 최근 신용평가사들은 신용등급을 일제히 BBB급으로 내렸다. BBB급은 ‘원리금 지급 확실성이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는 정의를 가지고 있다.

동양인터내셔널, 동양레저, 동양파이낸셜대부 등의 계열사는 C급으로 떨어졌다. 채무불이행 가능성이 극히 높고 현 단계에서는 장래 회복 가능성이 없다는 판단이다.

◇ "동부그룹, 아직은 괜찮은데…"

 


동부그룹은 금융 계열과 비금융 계열의 지배구조를 나누는 중이다. 기존 금융 계열과 비금융 계열 간 지분보유(출자) 비중이 지속해 감소하고 있다. 금융 계열의 사업 안정성과 수익성은 양호한 수준이다. 금융 계열의 그룹 내 자산 비중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비금융 계열의 주력인 철강•건설 부문의 업황 하락과 신규 투자 확대로 재무안정성이 상대적으로 낮다. 비금융 계열의 회복은 일정 기간이 필요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래서 금융 계열사의 신용도 상승이 제약받고 있다. 비금융 계열사에 대한 지원 가능성(위험 익스포저 확대)을 우려하는 경계 때문이다.

동부화재와 생명의 비금융 계열사 지원 여력은 3조 7000억 원 규모다. 추가 출자와 신용제공 여력은 각각 4000억 원 규모로 크지 않다. 부동산을 사줄 여력이 2조 8000억 원 규모로 제일 크다. 동부증권은 유가증권 보유를 줄여오고 있지만, 현재도 한도를 넘은 상태로 추가 지원 여력은 없다.

동부그룹은 이미 계열 보험사를 통해 계열사 부동산을 사주면서 측면 지원에 나선지 오래다. 2008년 이후 800억 원을 웃도는 유형자산을 사줬다.

동부생명은 2011년 1월 동부건설(1272억 원)의 서울시 용산구 동자동 일대 토지를 사들였다. 동부화재는 2008년 12월 각각 동부제철(160억 원)과 동부생명(296억 원)으로부터 서울시 강남구 대치동 소재 동부금융센터빌딩의 소유지분을 샀다. 2010년 10월에 다시 동부건설(359억 원)로부터 같은 부동산에 대한 소유지분을 추가로 넘겨받았다.

그래서 동부그룹 금융 계열사의 실질 지원 여력은 이번에 추정한 3조 7000억 원보다는 적을 것으로 본다. 특히 동부화재는 2011년 9월 동부건설 BW(127억 원) 투자를 공시했었다. 보험부문의 비금융 계열사 관련 채권 익스포저가 일부 확인된 것이다. 이렇게 투자를 가장한 사실상의 지원은 제때 공시되지 않아 파악에 상당한 시일이 걸린다.

동부증권도 계열사 채권인수와 관련해 올해 5월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재를 받았다. 2010년 1월~2011년 4월 기간 중 인수한 계열회사 채권 및 전환 우선주를 각각 3개월을 초과해 소유(최대 351억 7000만 원)한 죄다.

현 수준에서 계열사에 대한 익스포저가 부담스러운 수준이거나 추가 지원 여력이 적은 규모라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채권투자를 포함해 실질적인 관계사 익스포저에는 신경이 쓰인다.

◇ 부동산 사주며 지원 나선 한화생명

 


한화생명은 우수한 사업안정성과 재무여력을 유지하고 있다. 비금융 계열은 최근 주력 사업의 업황 하락, 투자규모 확대가 부담이다. 한화생명의 비금융 계열 지원도 이미 시작됐다.

 

2011년 중 발생한 유형자산 매입은 실질적으로 비금융 계열사에 대한 지원으로 본다. NICE신용평가는 비금융 계열사가 금융 계열사의 주요 지배주주인 점을 고려하면 금융 계열의 우수한 자본 완충력을 바탕으로 계열 간 지원 가능성이 확대될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렇다면 한화그룹의 보험•증권 등 금융 계열사가 비금융 계열사를 지원할 수 있는 규모는 얼마나 될까? 대외적으로 공표한 내용과 법이 정한 범위를 고려해 추정해 보면 대략 10조 원이다. 한화생명이 출자(유가증권 보유) 1조 9189억 원, 신용제공 방식으로 1조 3786억 원을 추가로 지원할 수 있다. 비금융 계열사의 소유 부동산을 사줄 여력은 6조 8027억 원이나 된다.

한화생명의 여력이 절대적이다. 비금융 계열사의 업황이 언제 좋아질지 추정하기는 쉽지 않다. 태양광 사업에 대한 투자가 늘어나더라도 한화그룹이 믿는 구석은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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