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김정태 회장의 복심? 사외이사의 반란?

  • 2014.03.02(일) 19:10

외환은행장에 김한조 외환캐피탈 사장 내정
김종준 하나은행장 연임…감독 당국 징계 변수


하나금융그룹이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통합 작업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하나금융그룹은 외환은행장을 교체함으로써 대대적인 물갈이 인사를 예고했다.

하나금융그룹은 지난달 28일 경영발전보상위원회(경발위)를 열어 차기 외환은행장에 김한조 외환캐피탈 사장을 내정했다고 2일 밝혔다. 김정태 회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연임 쪽에 무게를 둔 발언을 했었으나, 경발위를 구성한 사외이사들의 반대로 은행장을 교체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임 김승유 회장 시절 행장에 오른 김종준 하나은행장은 연임시켰다. 그러나 김 행장의 경우도 미래저축은행 김찬경 씨 사건과 최근 KT ENS 대출사기 사건과 연루돼 있어 이와 관련한 금융감독당국의 징계 여부에 따라 임기를 모두 채울 수 있을지는 아직 불투명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하나금융그룹은 우선, 김종준 하나은행장은 2012년 3월 취임 후 재임 동안 업계 최고 수준의 자산 건전성 유지 및 안정적 자산 증대, 양호한 경영실적 등 하나은행의 질적 성장에 기여한 부문을 인정받았다고 설명했다.

김한조 외환은행장 후보에 대해선 32년 동안 외환은행에 근무한 내부 출신으로 은행 전반에 정통하고 가계 및 기업금융 부문을 두루 거치면서 적극적인 리더십을 겸비하고 있어 그룹 내 화합과 상생을 통한 시너지 향상에 기여할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고 밝혔다.

외환은행장 최종 면접 대상자는 윤용로 현 외환은행장, 김한조 외환캐피탈 사장, 신현승 외환은행 부행장 등 3명이었는데, 윤용로 행장은 면접에 불참했다는 공식 설명도 곁들였다. 김정태 회장이 윤 행장의 연임에 무게를 두고 후보로 올렸는데, 윤 행장은 면접에 불참했다는 것이 현재까지 드러난 사실이다.

▲ 김한조 외환은행장
이와 관련, 하나금융그룹 내부에선 ‘경발위가 반란을 일으켰다’는 얘기들이 나오고 있다. 김 회장의 윤 행장 연임 의사를 틀었다는 얘기다. 경발위가 윤 행장을 반대한 이유는 일차적으로 외환은행의 실적 부진과 함께 카드 합병 지연, 전산통합 지연 등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경발위는 하나금융그룹의 정상화를 위해 외환은행의 각종 합병 지연 사례에 대해 윤 행장의 책임을 물은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그동안 김정태 회장의 생각과도 일치하는 대목이어서 관심을 끌고 있다.

전임 김승유 회장과 외환은행 노조의 5년 뒤 합병 등의 약속에도 불구하고 조기 전산 통합 및 카드 합병 등은 김정태 회장이 사실상 주도해왔다. 금융 환경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시너지 극대화를 위해선 조기에 통합해야 한다는 생각을 여러 사석에서 공공연히 밝혀왔던 것이 김정태 회장이다.

특히 관심을 끄는 대목은 이번 경발위 멤버들이다. 경발위는 김정태 회장을 비롯해 하나금융지주 사외이사 3명으로 꾸려졌다. 경발위 위원장은 이상빈 한양대 교수가 맡았고, 허노중, 오찬석 사외이사가 참여했다. 이중 오찬석 사외이사는 2013년에 선임됐다. 김정태 회장이 뽑은 사람이다.

이상빈 교수와 허노중 사외이사는 전임 김승유 회장 때부터 5년째 사외이사를 맡아왔고 이번에 퇴임한다. 이에 따라 겉으로만 본다면 퇴임하는 사외이사들이 하나금융그룹의 질적인 성장을 위해 김 회장의 의중에도 불구하고 윤 행장을 강력히 거부했다는 얘기가 된다.

따라서 이번 외환은행장 선임 과정이 김정태 회장의 복심이 작용한 것인지, 윤 행장을 선임했던 김승유 회장의 의중인지, 아니면 이사회의 반란인지 해석이 여러모로 나오고 있다. 어쨌든 그동안 그룹과 외환은행이 조기 통합 문제로 매번 갈등을 빚어왔다는 점에서, 최소한 김정태 회장이 이와 관련해 속도를 낼 포석을 뒀다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 지주 사장 없애고 김정태 회장이 겸직

하나금융그룹은 이번 행장 선임과 함께 지주회사의 조직을 대폭 축소하고 관련 임원 인사를 했다. 이번 조직 개편은 장기 저성장, 저수익의 금융시장 국면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내실을 다지려는 뼈를 깎는 노력이며, 지주사가 먼저 앞장서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김종준 하나은행장
기능별로 업무를 통합해 지주사의 부서와 담당 임원의 숫자를 줄였다. CSO(최고전략책임자)와 CFO(최고재무책임자)를 CFO 업무로 통합하고, CHRO(인사관리최고책임자)와 CPRO(대외홍보최고책임자) 업무도 CHRO로 통합했다.

지주회사의 사장 직위도 폐지하기로 했다. 그룹 회장이 지주회사를 직접 관리해 소통과 의사결정의 효율성이 더욱 좋아질 것으로 기대했다. 그룹은 은행장 시절부터 전국 모든 영업점을 방문하는 등 현장과 직접적인 소통을 중시하는 김정태 회장은 더욱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그룹 전체의 시너지를 확대하는 데 집중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로써 하나금융지주는 회장 및 관계사 CEO 겸직을 제외하고 12명이던 임원이 개편 후 9명으로 줄어든다. 이는 지주회사 임원의 25%를 줄이고 지주사 내 부서 통폐합 등을 통해 직원들도 해당 비중만큼 줄일 예정이다.

또한, 하나금융그룹은 이날 AM(자산관리)부문과 IB(투자은행)부문으로 나눴던 하나대투증권도 IB부문 장승철 사장을 통합 CEO로 선임하고 두 부문을 통합하기로 했다.

◇ 사외이사도 대거 교체

이와 함께 하나금융지주의 사외이사도 대거 교체했다. 8명의 사외이사 가운데 허노중 사외이사와 이상빈 사외이사가 임기가 만료됐고, 황덕남 사외이사는 연임을 고사했다. 박봉수 사외이사는 하나은행 사외이사로 선임될 예정이며 최경규 사외이사는 재선임했다.

정창영 전 코레일 사장, 김인배 이화여대 교수, 윤종남 법률사무소 청평 대표변호사, 송기진 전 광주은행장 등이 신임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했다. 정창영 전 코레일 사장은 공기업을 운영한 전문경영인, 김인배 교수는 재무 전문가, 윤종남 변호사는 법률전문가, 송기진 전 광주은행장은 금융회사의 CEO로서의 경험을 각각 인정받아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됐다.

이날 추천된 하나금융지주 사외이사 후보는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최종 선임된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