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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회사 주주권은 과연 어디까지?

  • 2014.12.12(금) 17:26

금융위, '금융회사 지배구조 모범규준' 역풍
과도한 주주권 제한 비판..일부 수정 나설듯

금융회사의 주주권은 과연 어디까지 행사할 수 있을까?

금융위원회가 내놓은 ‘금융회사 지배구조 모범규준’이 역풍을 맞고 있다. 경영진 선임 방식과 임기 등을 지나치게 구체적으로 규제하면서 주주권 침해 논란으로 이어지고 있다.

금융위가 KB금융 사태로 여론에 쫓기다 보니 현장의 목소리를 제대로 담지 못하고, 뚜렷한 주인이 없는 은행 위주로 모범규준을 만들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 금융회사 지배구조 모범규준 ‘역풍’

금융위가 지난달 내놓은 ‘금융회사 지배구조 모범규준’은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금융회사 경영진과 사외이사 선임 절차와 자격 요건 등을 담고 있다.

그런데 재계가 강하게 반발하면서 금융위는 시행 시기를 이달 10일에서 24일로 2주간 연기했다. 시행 시기를 늦춘 만큼 일부 내용의 수정도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논란이 되고 있는 내용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CEO 등 임원을 뽑을 때 자격 요건과 후보군 관리, 이사회 추천 등을 담당하는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 설치를 의무화한 조항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대기업 계열 금융회사들은 보통 그룹 차원에서 CEO를 비롯한 임원 인사를 일괄적으로 실시한다. 그런데 임추위가 의무화되면 금융 계열사는 독립적으로 인사를 할 수밖에 없어 그룹 차원의 일괄 인사 방식에 제동이 걸리게 된다.

경영진의 임기를 상당기간으로 정하고, 최초 선임 시 임기를 2년 이상 보장하도록 한 조항도 논란이 되고 있다. 금융위는 경영진 선임과 해임안은 이사회를 거치도록 하고, 경영진의 임면을 위한 평가 기준과 절차, 해임 및 퇴임 사유 등도 명문화하도록 규정했다.


▲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지난달 20일 열린 금융발전심의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 전경련 “전략적 판단과 장기 성장에 걸림돌”

금융위의 취지는 간단하다. 경영진을 보다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에 따라 뽑고, 제대로 임기를 보장해줘 중장기 관점에서 책임경영을 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주자는 차원이다.

반면 확실한 오너가 있는 재계는 발끈할 수밖에 없다. 그동안 마음대로 휘둘러오던 인사권에 일부 제약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엔 오너나 대주주가 원하는 CEO를 앉힐 순 있겠지만, 여러모로 불편할 수밖에 없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분명한 대주주가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는 보험업 등에 이런 기준을 도입하면 오히려 전략적인 판단이 늦어지고, 장기적인 사업 추진에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을 정부에 제출한 상태다.

재계는 모범규준 완화와 함께 적용 대상 금융회사를 더 좁혀야 한다고 주장한다. 금융위는 자산 2조 원 이상 은행과 은행지주회사, 보험사, 카드사, 저축은행, 증권사 등을 모범규준 적용 대상에 포함했다. 전체 551개 금융회사 가운데 118개사가 여기에 해당한다.

◇ 오히려 주주권 확실하게 보장하고 책임 물어야

이번 모범규준이 주주권을 과도하게 제약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실제로 주인이 분명한 금융회사는 오히려 지배구조 리스크에선 자유롭다. 오너 내지는 대주주의 권한과 책임이 확실한 만큼 문제가 생길 소지가 별로 없다.

KB금융 사태 역시 주주권이 제대로 발동하지 않은 가운데 낙하산 경영진들이 서로 오너십을 다투는 과정에서 빚어진 부작용으로 꼽힌다. 오히려 주주권을 분명하게 인정해주고, 책임을 묻는 방식이 타당하다는 얘기다.

뚜렷한 주인이 없는 은행 위주로 모범규준을 만들다 보니 절차적 객관성만 따지면서 보험을 비롯한 2금융권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모범규준을 은행과 2금융권으로 분리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이번 모범규준을 만든 금융위 자문기구인 금융발전심의위원회는 대부분 교수로 이뤄져 있어 구조적으로 현장의 목소리를 제대로 담기 어려웠다. 금융회사 사외이사 구성의 다양성을 요구하면서 정작 금융위 스스론 교수 집단에만 의존하고 있었다는 얘기다.

금융권 관계자는 “결국 금융위가 KB금융 사태로 여론에 쫓긴 나머지 날림공사로 시장의 혼란만 초래한 꼴이 됐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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