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비뱅크 잘 되고 있다던데, 맞아요? 당장 크게 위협이 되진 않죠. 일단 추이를 지켜보는 수밖에 없죠. 인터넷전문은행이요?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검토는 하고 있죠. 당장 할 수 있는 건 없어요." (대형 저축은행 관계자)
핀테크 산업 활성화와 법정 최고금리 인하 등 최근의 금융환경 변화에 저축은행들이 바싹 긴장하고 있다. 저축은행 사태 이후 우여곡절을 겪다 올해 들어서 겨우 흑자를 내기 시작했는데 곳곳에서 반갑지 않은 소식이 이어지고 있다.
◇ 핀테크, 먼 이야기…수억 원 투자 여력 없어
저축은행들이 최근 들어 가장 달갑지 않게 여기는 것은 금융권의 화두로 떠오른 핀테크다. 자금 여력이 충분한 은행이나 카드사 등은 정부의 핀테크 관련 규제 완화에 부응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지만, 저축은행들은 대응 여력이 부족해 뒤처질 수밖에 없어서다.
저축은행 업계에서 '핀테크'로 언급되는 것은 전용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정도다. 핀테크에 비교적 적극적이라는 SBI저축은행과 친애저축은행 등은 모바일 전용 앱을 통해 대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중소 저축은행 등 다른 업체들은 앱 개발 계획이 없거나 최근에서야 준비하고 있다.
저축은행들은 수억 원을 들여가며 핀테크에 투자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이다. 한정된 지역 내 고객들을 상대하고 있는 저축은행의 특성상 핀테크로 수요를 창출할 가능성도 작다. SBI와 OK저축은행 등이 인터넷전문은행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지만, 이 역시 '관심' 수준에 불과하다.
한 중소 저축은행 관계자는 "워낙 핀테크 얘기가 많이 나오니까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말이 나오는 정도이지 본격적으로 움직이는 곳은 없다"며 "위기감은 있지만, 장기적인 관점으로 투자에 나서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 '중금리대출·인터넷은행'으로 우량 고객 뺏길 판
시중 은행이 인터넷전문은행을 준비한다며 중금리 대출 상품을 내놓는 것도 악재다. 우리은행의 '위비뱅크'는 신용등급 1~7등급 고객을 대상으로 5~9%대 대출 서비스를 하고 있다. IBK기업은행 등 다른 은행도 중금리 대출을 포함한 인터넷은행 시범 모델을 준비하고 있다.
저축은행들은 일부 우량한 고객이 빠져나갈 가능성은 있지만, 수요가 제한적이어서 당장 큰 타격을 주지 않으리라고 여기고 있다. 그러나 시범모델이 아닌 인터넷전문은행이 실제로 출범하게 되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지금 시중은행들은 내부 사업부를 통해 인터넷은행 시범모델을 운영하기 때문에 운신에 한계가 있지만, 인터넷전문은행 법인을 따로 설립해 운영하기 시작하면 저축은행과 경쟁할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인터넷전문은행의 경쟁상대는 은행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이철호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인터넷은행과 핀테크는 은행과 경쟁하기보다는 저축은행 및 개인소액신용대출을 놓고 기존 업체들과 경쟁할 것이라는 전망이 더 설득력이 있다"고 분석했다.
◇ 고리 대부업과 차별화 압박 점차 거세져
고금리 신용대출에 기대는 것도 점차 어려워질 전망이다. 김기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저축은행의 금리 상한선을 20%로, 대부업계는 25%로 낮춰 차등화하는 법안을 내놨다. 정부 역시 서민금융 정책의 하나로 법정 최고 금리를 낮추려는 모양새다.
법정 최고 금리 인하는 저축은행들에 당장 타격을 준다. 저축은행들은 열악한 신용평가시스템 등을 핑계로 고금리 영업에 기대온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매각 절차를 밟고 있는 HK저축은행의 몸값이 김 의원의 발의한 대부업법 통과 여부에 달렸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영업 환경도 악화하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특정 시간에 대부업체 광고를 못 하도록 하는 대부업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면서 저축은행 광고 역시 규제해야 한다는 부대 의견을 달았다. 이에 저축은행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자율규제안을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