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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널 빠져나온 저축은행, 새 수장이 갈 길

  • 2015.12.17(목) 15:30

중앙회 새 회장에 이순우 전 우리은행장 유력
저축은행 사태 터널 나왔지만 과제 산더미

오랜 암흑기에서 벗어난 저축은행 업계가 조만간 새 수장을 맞는다. 지난해까지 우리은행장을 지낸 이순우 우리카드 고문이 유력하다. 그러나 올해 무려 7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한 저축은행 업계를 이끌게 된 이 전 행장의 발길이 가볍지만은 않다. 저축은행은 이제 겨우 긴 터널에서 빠져나왔지만, 대내외 환경은 오히려 악화하고 있어서다.

저축은행중앙회 회장후보추천위원회는 오는 21일까지 이 전 행장을 비롯한 후보군을 확정하고, 28일 총회에서 투표를 통해 차기 회장을 선출한다. 이 전 행장 외에 박내순 전 한신저축은행 행장도 도전장을 내, 총회에서 경선이 치러질 가능성도 있다. 다만 업계 안팎에선 이 전 행장이 유력한 것으로 보고 있다.

 

◇ 전임 회장은 '수비형'…터널 벗어나기 성공

 

최근 몇 년간 저축은행들은 정상화에 힘쓰며 '조용히' 지내왔다. 전임 최규연 회장의 경우 지난 3년간 회장직을 맡으면서 저축은행 사태 이후 '뒷수습'에 주력했다. 대외 활동을 최대한 삼가는 등 물밑에서 업계 이미지 개선에 힘써왔다는 평가가 많다. 다만 업계의 의견을 당국이나 정치권에 개진하는 등의 '적극적인' 모습은 부족해 아쉬움을 사기도 했다.

당국과 중앙회, 업계의 노력으로 저축은행의 최근 성적표는 점차 나아지고 있다. 2015년 회계연도 1분기(7~9월) 당기순이익은 1734억 원으로 5분기 연속 흑자를 냈다. 대출금 증가에 따른 이자이익 증가와 자산 건전성 개선에 따른 대손충당금 전입액 감소 등 내용 면에서도 만족할 만하다.

 

▲ 자료 : 금융감독원


부실 저축은행을 인수한 외국계 자본과 OK저축은행·웰컴저축은행 등 대부업계 자본이 시장에 새로 진입하면서 경쟁 구도도 조성했다. 고금리 신용대출 위주의 영업 등 우려할 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경쟁의 '삼각 구도'가 만들어졌다는 점에선 긍정적인 평가가 많다.

◇ "수장이 나서야 할 때"…환경 변화 대응이 관건

건전성을 높이고 수익 증가 등 내실 다지기엔 어느 정도 성과를 이뤘지만, 앞으로 가야 할 길은 멀다. 우선 금융업계의 급격환 환경 변화가 가장 큰 위협 요소다. 은행은 물론 P2P(Peer to Peer) 대출 등 핀테크 업체들이 5~6등급의 중신용자를 겨냥한 '중금리 대출'을 시작하면서 경쟁이 격화하고 있다. 내년 말 출범하는 인터넷전문은행도 이 시장을 노리고 있다.

 

반면 저축은행의 경쟁력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중금리 대출은 주로 모바일 플랫폼을 활용한 편리한 방식을 무기로 내세우는데, 저축은행은 이런 변화에 속수무책이다.

 

조만간 최고금리가 34.9%에서 27.9%까지 인하할 전망이어서 수익성 악화도 우려된다. 은행지주 계열을 제외한 저축은행은 연 30% 이상의 대출이 절반에 가까운 실정이다. 류창원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대부업과의 금리 간격이 더욱 좁혀지면서 경쟁 심화와 함께 이미지 개선도 어려워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저축은행의 '살 길'로 여겨졌던 지역 밀착 '관계형 금융'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지적한다. 관계형 금융은 핀테크 업체나 인터넷은행이 따라 하기 어려운 영역이기도 하다. 이재연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은행이 제공하지 못하는 맞춤형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사후 관리 과정에서도 중소기업 경영 애로를 해소해주는 등 차별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저축은행의 한 관계자는 "신임 수장이 적극적으로 업계 안팎의 의견을 듣고 저축은행의 살 길을 찾아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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