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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더 받아요" 악덕 대출모집인 여전히 활개

  • 2017.01.02(월) 14:08

늘어나는 저축은행 대출모집인…불건전 영업 여전
금리 산정도 '마음대로'…금감원 "개선 방안 마련"

#김서민 씨는 지난해 여름 아는 대출모집인 이 모 씨의 소개로 한 저축은행에서 연 22% 금리로 1500만원을 대출받았다. 그런데 6개월 만에 돈이 떨어져 고민이었다. 이때 이씨가 금리는 조금 오르지만 간편하게 추가 대출을 받을 방법이 있다며 다른 저축은행을 소개해주겠다고 제안했다. 김 씨는 이 씨의 말만 믿고 1100만원을 더 받는 대신 연 27.3%의 이자를 내는 대출로 갈아탔다.

앞으로 이 씨처럼 고객에게 고금리 대출로 갈아타는 것을 유도하는 행위가 금지된다. 이씨가 김 씨에게 대출 갈아타기를 권유한 이유는 사실 모집 수당을 더 받기 위해서였다. 일부 저축은행은 대출모집인이 고금리 대출을 중개하거나 다른 금융회사 대출을 전환하는 고객을 모집할 경우 수당을 더 주고 있다. 김 씨의 경우 당장 대출을 편하게 더 받았을지는 몰라도, 채무 부담이 커져 앞으로 더 힘들어질 가능성이 크다.

금융감독원이 2일 이런 내용의 '저축은행의 대출모집인 및 금리체계 관련 불합리한 관행 개선 방안'을 내놨다. 금감원에 따르면 저축은행들이 대출모집인을 통한 영업을 확대하고 있는데, 과도한 대출을 권유하거나 고금리 대출로 갈아타기를 유도하는 등 불건전 영업행위가 늘고 있다. 저축은행의 대출 모집인 수는 지난 2014년 말 2275명에서 지난해 9월 말 3307명으로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금감원은 우선 대출모집인들이 특정 고객이 여러 저축은행에서 대출받도록 유도하는 관행을 개선하는 방안을 내놨다. 대출모집인들은 일부 저축은행이 고객의 대출 내역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대출을 승인해주는 점을 이용해 이런 불건전 영업을 해왔다. 예를 들어 일부 저축은행은 대출승인 시점에만 고객의 대출 내역을 조회하는데, 정작 대출금을 송금할 때는 확인하지 않는다. 이 경우 같은 기간에 여러 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된다.

금감원은 이에 따라 앞으로 저축은행들이 대출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서비스 가입을 의무화하고, 고객에게 대출금을 송금하기 직전에 다른 금융사의 대출 내역을 의무적으로 조회하도록 할 방침이다.

대출금을 늘리기 위해 고금리 대출로 갈아타도록 유도하는 관행도 개선한다. 대출모집인들은 모집 수당을 더 받기 위해 고객들을 고금리 대출로 유도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대출모집인 모범규준' 개정을 통해 이런 행위를 금지할 계획이다.

▲ 자료=금융감독원

저축은행들이 고객의 신용등급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무작정 높은 금리를 책정하는 관행도 개선한다. 일부 저축은행은 여전히 원가를 임의 추정하거나 근거 없이 조정 금리를 과도하게 적용하는 식으로 금리 산정 체계를 형식적으로 운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은 업계와 태스크포스(TF)를 통해 대출금리 산정 세부 기준을 마련하고, 이를 저축은행중앙회 표준규정에 반영할 계획이다. 또 저축은행중앙회 홈페이지에 대출금리 공시 내역을 확대할 방침이다. 그동안 신용등급별, 금리구간별 금리만 공시했는데, 앞으로는 대출 경로에 따른 금리 차도 공개한다. 대출모집인을 통한 대출과 인터넷을 통한 대출의 금리가 다르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이런 개선 방안을 올 상반기 중에 이행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개선할 계획이다. 안병규 금감원 저축은행검사국장은 "저축은행 고객이 본인의 신용상태에 부합하는 금리를 적용받고, 과도한 대출 권유를 받지 않게 되는 등의 효과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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