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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 펑크났던 '기촉법', 다급한 금융위

  • 2015.11.16(월) 14:42

일몰 한 달반 남기고 국회 18일 사실상 첫 논의
금감원장 조정 권한 최대 쟁점..."관치 우려"
내달 대기업 신용위험평가 결과 발표 앞두고 기촉법 촉각

#지난 2006년 7월 휴대폰 등 중소형 액정 생산업체인 현대LCD가 5억 800만 원을 막지 못해 최종 부도처리 됐다. 채권금융기관협의회가 그해 2월부터 자율협약을 논의하는 중이었다. 앞서 같은 해 중견 휴대폰 제조업체 VK모바일도 결국 부도를 맞고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지난 2006년 1월부터 2007년 11월. '기업구조조정 촉진법(이하 기촉법)'이 폐지됐던 때다. 국회 논의 과정에서 일몰 시한을 넘겨 연장하지 못했고, 당시 중견기업들의 부도도 잇따랐다. 팬택만이 유일하게 버틴 끝에 기촉법이 되살아난 2007년 11월 이후 워크아웃(기업 재무구조개선작업)에 들어가 살아남았다.


정부와 금융당국이 신속한 기업 구조조정을 강조하는 가운데 또다시 이런 사태가 우려되고 있다. 기촉법 일몰 시한을 한 달 반 남겨두고 있다. 정우택 국회 정무위원장이 지난 5월 기촉법을 상시화하는 등의 기촉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대표발의 했다. 하지만 몇 달째 논의가 이뤄지지 않다가 오는 18일 정무위 법안심사소위에서 사실상 처음 논의된다.

 


◇ 과거 두 차례 사라졌던 기촉법..다급한 금융위

기촉법은 과거 두 차례 연장되지 못했다. 그때 당시 현대LCD와 VK모바일은 기촉법을 근거로 한 워크아웃을 적용받지 못하고, 자율협약을 추진했다. 채권금융기관의 75% 동의만으로 진행되는 워크아웃과 달리 자율협약은 100% 동의를 받아야 한다. 합의 절차가 길어지는 동안 이들 업체는 자금난을 견디지 못해 부도를 맞았다.

기업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고 있는 금융위원회로선 다급하다. 기촉법 개정안을 통해 대상 기업을 기존 신용공여액 500억 원 이상에서 모든 기업으로 확대했다. 대상 채권도 비금융기관이나 외국 금융기관, 일반 상거래채권자를 제외했던 것을 모든 금융채권자로 넓혔다. 워크아웃의 대상 기업과 대상 채권을 확대해 더욱 강력하고 신속한 구조조정을 밟도록 한 조치다.

 

하지만 개정안이 통과되지 못하면 다 소용없는 일이다. 당장 이달 발표한 500억 원 미만의 중소기업 신용위험평가 결과 C등급을 받은 70곳은 워크아웃을 추진해야 한다. 내달 발표되는 대기업 신용위험평가 결과에서도 C등급을 받은 대기업은 워크아웃 절차를 밟아야 한다. 기촉법이 사라지면 이들 기업은 워크아웃 대신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절차를 밟게 될지도 모른다.

 

▲ 기업구조조정 촉진법 일부개정법률안 정무위 수석전문위원 검토보고서 중


◇ 18일 논의..금감원장 조정권한 등 쟁점

금융당국은 오는 18일 열리는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 기대를 걸고 있다. 현재까지는 금융위가 법안심사소위를 통해 단 한 차례 법안을 설명한 게 전부다.

기촉법은 지난 2001년 시행 이후 매번 관치금융과 재산권 침해 등의 위헌 소지로 논란을 빚었다. 하지만 신속한 기업 구조조정 등의 현실적인 필요성을 인정해 세 차례 연장됐다.

이런 논란 속에서 기촉법을 한시법이 아닌 상시 법으로 전환하고, 금융감독원장의 채권자 간 이견 조정 권한을 신설한 점 등은 쟁점으로 불거질 전망이다.

이미 정무위 수석전문위원실의 검토보고서 등을 통해 법무부는 이런 권한이 금감원장의 직무범위에 속하지 않고, 시장의 자율적 기업구조조정을 촉진한다는 입법 취지에 맞지 않는 등 관치금융이 우려된다는 의견을 낸 바 있다. 대법원도 위헌 소지 등이 해소되지 않고 있어 기촉법 상시화를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다만 금융위 관계자는 "국회에서 논란이 되는 게 있다면 (그 부분은) 제외할 생각"이라며 "다만 상시법의 경우 이미 법무부 검토를 거친 사안이어서 전반적으로 연말까지 통과되는 데 무리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은행권 일각에선 현실적으로 충분한 논의가 이뤄지기 어렵다면 기존 법안을 연장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보고 있다. 은행 한 관계자는 "이번 국회는 예산국회이고, 총선 등에 쏠려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쟁점이 많은 기촉법 개정안을 한 달 반 내 통과시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인다"며 "연장하는 쪽이라도 논의가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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