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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발 늦은 저축은행의 중금리 대출 사랑

  • 2016.01.28(목) 11:38

이순우 회장, 우리은행과 포괄 협력…실효성은 '글쎄'
중금리 대출 활성화 정책…저축은행엔 실효성 '의문'

"중금리 대출을 우리 업계 고유 시장으로 만들겠다. 먼저 시장에 뛰어들어 선점하고 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순우 저축은행중앙회 회장, 2016년 신년사)

이순우(사진) 저축은행중앙회장은 지난해 말 취임하면서 업계 첫째 과제로 중금리 대출 상품 확대를 제시했다. 이후 이 회장의 첫 번째 성과로 28일 우리은행과 저축은행들과의 포괄적 업무제휴를 맺었다고 밝혔다. 우리은행을 찾은 고객 중 신용도가 낮은 소비자들을 저축은행들에 소개해주겠다는 게 골자다. 저축은행의 중금리 대출 확대 방안의 일환이기도 하다. 관련 기사 : 터널 빠져나온 저축은행, 새 수장이 갈 길

 


저축은행들은 상품 판매 통로가 하나 더 늘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이 회장이 언급한 '중금리 대출' 상품 확대와는 사실상 거리가 있다는 시선이 많다. 우리은행이 소비자에게 저축은행 상품을 소개해주긴 하지만, 그 상품이 꼭 중금리 대출인 것은 아니다. 일단 각 저축은행 스스로 10%대 중금리 대출 상품을 만들어야 한다. 게다가 이미 위비뱅크로 자체 중금리 대출 상품을 판매하는 우리은행이 적극적으로 나설지도 미지수다.

문제는 저축은행의 중금리 대출 출시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일단 대출 금리를 정하기 위한 고객신용평가시스템(CSS)이 낙후해 있다. 지난해 저축은행중앙회가 중소 저축은행들에 제공하기 위한 CSS 업그레이드 버전을 내놨지만 이를 이용하는 업체는 십여 개에 불과하다. 비용을 들여 구매해야 하는 데다가, 실효성도 떨어지기 때문이다.

일부 저축은행의 경우 신용평가시스템이 갖춰졌는데도, 고금리를 부과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과 금융당국이 저축은행 업계에 여전히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26일 '서민금융 발전을 위한 대토론회'에서 "일부 서민금융회사는 공격적 대출과 고금리 신용대출 취급에 집중하고 있다"고 지적한 것도 저축은행을 향해서다.

 

▲ 진웅섭 금감원장이 지난 26일 서울 농협은행 중앙본부에서 열린 서민금융 발전을 위한 대토론회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사진=금융감독원)


정치권이 텔레비전 광고 규제 등으로 저축은행 업계를 규제하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오래전부터 저축은행에 중금리 대출을 위한 노력을 요청했지만, 듣지 않았다"며 "고금리 대출에 의존하는 등 저축은행 스스로가 노력하지 않은 점이 규제를 초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SBI와 JT, 웰컴 등 일부 저축은행들이 중금리 대출 상품을 내놓고 있긴 하다. 그러나 대부분 저축은행은 중금리 대출을 할 여력이 없거나, 관심이 없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이런 와중에 연내에 출범할 예정인 인터넷전문은행도 중금리 대출 시장에 뛰어든다. 3년간 1조 4000억 원 규모의 대출 상품을 취급할 계획이다. 시중 은행들이나 새로운 신용평가 기법으로 승부하는  P2P(Peer to Peer)대출 업체 등도 강력한 경쟁 상대다. 소비자 입장에선, 굳이 저축은행을 찾아 고금리 대출을 받을 이유가 줄어들고 있는 셈이다. 

금융위원회가 27일 업무계획에서 밝힌 중금리 대출 상품 확대도 저축은행 업계에선 실효성이 더욱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서울보증보험이 리스크를 분담하긴 하지만, 연체율이 일정 수준보다 높아지면 저축은행 역시 손실을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저축은행의 경우 서울보증보험 평균 보험료율이 높아 마진을 맞출기 어렵다는 얘기도 나온다. 관련 기사 : 7월부터 중금리 대출 상품 쏟아진다

 

저축은행의 한 관계자는 "이순우 회장이 중금리 시장을 '선점'하겠다고 강조했지만, 사실상 뒤늦게 따라가는 모양새"라며 "결국 저축은행 스스로 의지를 갖고 신용평가시스템을 만들어야 하는데, 쉬운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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